아들아! 졸업은 또 다른 시작이다
아들아! 졸업은 또 다른 시작이다
  • 남해안신문
  • 승인 2005.02.1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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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서미숙 신기동 주부
   
장한 내 아들아 두려워하지 말아라.
아들아 너 가 그동안 입었던 교복(갑옷)을 깨끗이 씻어 이제 장롱 속에 넣었다.

언젠가 너의 아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 입혔으면 하는 바램 때문이란다.
엄마는 아들이 교복을 입고 죽도록 고생한 시간을 잊을 수가 없단다.

파김치가 다 되도록 학원가를 돌며 무거운 책가방을 짊어진 모습은 때로는 자랑스럽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죄스러운 마음을 간직하고 있단다.

우리들 세대의 무거운 멍에를 너희들 세대에게 떠 넘겨 괜한 욕심을 부렸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하지만 우리사회가 그러니 엄마도 도리가 없었다. 아들아 졸업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들 한다.

졸업식을 영어로 the Commencement라고 하듯이 졸업의 의미는 또 하나의 시작을 위한 마침표로 이해할 수 있다. 졸업은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가교인 것이다.

여러가지 많은 아쉬움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새로운 시작의 발판이 된다는 것에 또 다른 감회를 갖게 하는 것이 졸업인 것이다. 엄마도 학교를 졸업하면서 교정에 서있는 나무 한 그루, 돌 하나, 정든 책상 모든 것과 헤어지기 싫었단다.

그냥 이대로 시간이 머물렀으면 하는 감정이었다.
그 이유는 이별의 서운함 때문이 아니라 새롭게 다가올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리고 다가올 삶은 같은 교복을 입고 적응하는 정도를 벗어나 생존을 해야하는 발악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엄마의 두려움을 삭혀준 담임 선생님의 말씀을 너에게 들려주고 싶구나.

영국의 처칠 수상의 졸업식 축사 이야기다.
그가 옥스포드 대학에서 졸업식 축사를 하기 위해 연단에 올랐단다.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은 처칠을 주시하며 무슨 말이 나올 것인가를 기다리며 숨죽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처칠은 한참동안 학생들을 바라보더니 "포기하지 마라!" 그러고는 다시 청중들을 한참동안 천천히 둘러보며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는 말만 남기고 단상에서 걸어내려 왔다고 한다.

처칠의 말처럼 대학에 실패하더라도 취업을 하지 못하더라도 엄마는 너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너는 그토록 힘든 현대판 갑옷인 교복을 입고도 잘 싸워왔기 때문에 어떠한 어려움이 다가오더라도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

장한 아들아 새로운 미래를 향해 함께 뛰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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