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의 시작이 아닌 도약의 기회”
“우려의 시작이 아닌 도약의 기회”
  • 강성훈 기자
  • 승인 2005.02.17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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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고교평준화 시행, 기대반 우려반
   
▲ 지역 우수인재 발굴육성의 새로운 제도로 도입될 고교평준화 제도가 기대반 우려반 속에 그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진은 부영여고)
지역 우수인재 발굴육성의 새로운 제도로 도입될 고교평준화 제도가 기대반 우려반 속에 그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여수지역은 여수고와 한영고를 비롯해 6개 학교가 평준화 대상 지역에 해당돼 지난달 14일 학교배정 추첨을 마쳤다. 오는 3월 입학과 함께 본격적인 시행을 맞게 되는 해당 고등학교에서는 새로운 제도 시행에 따른 준비들로 분주한 모습이다.

여수지역 6개학교, 2천37명 배정

여수지역의 고교 평준화제도는 고교입시경쟁 과열과 성적에 의한 학교의 서열화 조장 등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요구되어 오다 지난해 2월 교육인적자원부령이 공포됐다.

여수지역의 배정인원은 총 배정인원 2,037명이며 이중 체육특기자 22명, 국가유공자 자녀 7명이다. 학급당 인원은 유공자녀를 제외하고 35명이다.

학교별로 보면 여수고 10개학급 350명, 여천고 10개학급 350명, 한영고 9개학급 315명, 여수여고 10개학급 350명, 부영여고 10개학급 350명, 여수중앙여고 9개학급 315명 등이다.

긍정 분위기속 치열한 경쟁 시작

여수지역의 고교평준화제도 시행 대상 고등학교는 6개 학교로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속에 평준화 제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학교별 특색 사업 발굴과 연구로 벌써부터 치열한 경쟁체제에 돌입한 분위기다.

먼저 여수고등학교는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과목을 중심으로 수준별 이동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또, 하위권 학생들을 위해 방학중 특별 보충수업 실시,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평상시 특별수업 전개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학생들과 학습능력차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다년 교육 경력자를 1학년 담당교사로 적극 배치할 계획이다.

여수고 김상만 교무부장은 “배정결과를 분석한 결과 과거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고 분석하고, “평준화 제도 시행은 지역사회에서 암암리에 존재했던 학교간 갈등 소지를 없애는 제도가 될 것이다”며 긍정적인 기대감을 표시했다.

여수고의 경우 향후 대학입시가 내신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실시되는 고교 평준화제도는 학교 입장에서도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영여고(교장 오상진)는 지난 15일 교사간 협의회를 갖고 고교 평준화 제도 시행에 따른 준비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이미 시행중인 타지역의 사례를 중심으로 학교 여건에 맞는 학습 모델을 도입하기 위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됐다.

부영여고는 영어와 수학을 중심으로 수준별 이동수업을 준비중이다.
오상진 교장은 각급 학교별로 준비중인 이동수업에 대해 “학습 수준 격차가 큰 현실을 극복하면서 학습능력을 최대화를 위해서 필요한 방안이다. 다만 학생간 위화감을 없애기 위한 방안으로 다양한 모델을 접목해 최선의 방책을 강구중이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교육 경력자 중심으로 1학년 담당교사로 배치하는 방안들을 검토 중이다.
중앙여고도 수준별 이동수업을 중심으로 심화반?보충반 운영, 논술·심층면접을 위한 전문 강사 초빙 등 다양한 제도를 마련중이다.

이와 함께 1학년 때부터 대학진학목표를 설정하고 각 대학별 진학목표에 맞는 교육프로그램을 전개할 계획이다. 진로지도의 강화와 외국어교육 특색사업 전개도 함께 준비 중이다.

평준화 시행에 따른 일부 우려에 대해 지원채 교감은 “학생과 교사가 함께 연구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간다면 우리 지역에 더 많은 명문고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전라남도 교육청도 학교별로 다양화,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토록 하는 등 다각적인 지원계획을 추진중이다.

최근 평준화제도 긍정평가 나와

고교평준화 시행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의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고교평준화제도가 비평준화 제도보다 긍정적인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가톨릭대 성기선(교육학) 교수는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발간하는 ‘교육정책포럼’ 최근호에 평준화지역 고교생의 수능 모의고사 평균 점수가 비평준화지역보다 높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성 교수는 ‘고교평준화 정책의 효과에 대한 위계적 선형모형분석’에서 1997년 전국 고교 1학년생을 대상으로 사설 입시기관이 실시한 수능 모의고사 평균 점수와 이 학생들이 고교 3학년이 된 1999년 10월 치른 모의고사 성적을 비교·분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분석에 따르면 평준화지역 48개 고교 1년생 평균 점수가 235.97점으로 비평준화지역 49개 고교 1년생 평균(235.16점)보다 높았으며, 고교 3학년의 경우는 평준화지역 평균(274.01점)이 비평준화지역(270.63점)보다 무려 3.38점이나 높았다.

고1은 평준화와 비평준화 지역의 차이가 0.81점에 불과했으나 3학년때 3.38점으로 벌어졌다는 것이다.

성교수는 연구결과와 관련해 “평준화 정책의 도입으로 학생들의 성적이 하향평준화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보다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전제하고 “고교 입시제도가 선발시험의 부활로 회귀가 아니라 형식적인 평준화를 극복하고 질적으로 향상된 평준화 정책을 확산시켜 나가는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학교선택권 제한 등 문제보완 필요

전라남도 교육청 관계자도 지역인재의 타지역 유출과 관련한 일부 우려에 대해 “올해 입시결과 지난해 비해 우수학생의 타지역 유출이 감소했으며, 타지역 자립형 사립고에 합격하고도 진학을 포기하고 평준화 지역으로 지원하는 학생도 있었다”고 밝혔다.

고교 평준화 제도는 1974년 서울과 부산에서 시작된 이래 긍정과 부정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혼선을 빚어 왔다. 일부 지역에서는 적용 지역에서 다시 비적용, 적용으로 전환하는 등 오락가락 정책을 전개해 왔다.

이러한 일련 현상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평준화정책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나가면서 학교선택권과 수월성문제 등은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한편, 학생들의 특기와 적성을 살리는 방향에 대한 제도보완과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한 학부모는 “많은 논란속에서 여수지역은 기대섞인 전망속에 이제 첫 발걸음을 내딛은 만큼 빠른 시일내에 정착하기 위해서 학교 구성원의 노력과 함께 교육환경 개선 지원을 통한 지역사회 노력 또한 중요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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