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체 학부모 교육공동체 설립 ‘급선무’
자치체 학부모 교육공동체 설립 ‘급선무’
  • 남해안신문
  • 승인 2005.02.0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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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교육분야] 서기남 여수교육장
   
가임 여성의 출산률 저하에 따른 인구 감소 현상이 급격하게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출산 기피 현상은 서양의 선진국에서나 일어나는 먼 나라의 동화같이 들렸지만 남의 나라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 까닭은 무슨 일일까?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임 여성 1인당 자녀 출산률이 1명 정도라니 앞으로의 일이 큰 문제다. 출산 기피에 따른 생산 연령 인구 감소에 따라 국가 경제의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인구 감소의 물리적 요인이 또 다른 데 있다는 것이다. 가족의 생계 유지를 위한 수단이나, 직장 이동에 따른 전출은 어쩔 수 없는 요인이지만 지나친 교육열에 따른 우수 학생 이탈 현상이 심각하다 못해 한 술 더 떠,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으니 말이다.

최근 5년간의 여수 인구 통계 추이에 따르면 매년 5,000여명의 인구가 감소되고 있다고 한다. 3여(三麗) 통합으로 인한 인구의 증가로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마저도 실종된 지 오래이고, 이제는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한 중장기 대책이 절실한 상황에 봉착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수산자원의 보고이며, 호국충절의 도시에 자연 경관까지 수려하여, 동양의 시드니로까지 불리웠던 우리 고장 여수가 날이 갈수록 인구 감소의 폭이 큰 이유는 무엇일까?

헌법에 보장된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좀더 양질의 교육을 원하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요구를 막을 방법은 없다.

여수에도 고교 평준화가 진통 끝에 금년부터 시작이 되었고, 교육의 본질은 도외시하고 마치 좋은 대학을 입학하는 것만이 학교교육의 전부인 양 생각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관심사가 되어버린 지금, 어떻게 해야만 우리 고장의 유능한 인재가 타 지역으로 떠나지 않고 우리 여수에서 안심하고 상급 학교에 진학하게 할 것인가?

그것이야말로 여수 인구의 감소를 막고, 여수의 장래를 짊어지고 나가야 할 인재를 기르는 견인차적 일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수한 인재의 잔류 및 적극적 유치와 더불어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안 모색을 지방 교육행정의 우선 지표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지방 교육을 살리는 교육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장기적 관점에서 조속히 기획되고 실천될 수 있도록 대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대안이 무엇인가? 몇 개의 영역으로 구분하여 생각해 보자.

첫째,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감이 확대일로에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을수록 공교육은 자꾸 뒤쪽으로 밀려난다.

공교육의 황폐화는 결국 사교육비의 부담을 증가시키고, 그 경제적 부담은 학부모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사교육비 부담 경감에 대한 국가 시책이 현실과 괴리된 채 표류하고 있음에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수수방관만 할 일인가? 그 해답은 일차적으로 학교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원들의 의식 전환에 달려있다고 본다. 가르치는 교사의 책임 의식과 꾸준한 자기연찬을 통한 지도력 함양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훌륭한 스승의 열정과 사랑 속에서 학생들은 미래를 꿈꾸며 성장한다. 따라서 교원의 사기 진작 방안을 도입하여 우수한 선생님이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둘째, 학부모 의식의 전환이다.

언급한 바 있지만 교육의 본질을 우수한 대학 입학에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학부모의 고정관념이 가장 큰 문제이다. 분명컨대 21C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다양한 개성 창출과 탤런트적 기질이 필요하다. 하버드 대학의 가드너 교수의 이론처럼 다중 지능 이론에 근거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에서 자기의 개성을 연출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였기 때문이다.

다만, 직업이 생계 유지의 수단뿐만이 아니라 자기 표현의 현실적인 방식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다양성의 사회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견된다.
그렇다면 문제는 학생의 적성과 소질을 계발 할 수 있는 대학 프로그램 탐색에 대한 혜안을 기를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학부모의 대학에 대한 일대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하겠다.

   
셋째, 학교교육 공동체의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과 합의가 필요하다.

얼마전 모 지역에서 일어난 휴대폰을 이용한 수능 부정 행위가 사회의 큰 이슈로 부각된 바 있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전국적으로 파장이 이어졌고 급기야 장관까지 도중 하차하는 사건이 있었다.

우리 모두가 공범자였고 방관자였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내신 성적을 부풀리기 위한 담합이 사회적 문제로 이어졌고, 임시 방편적으로 내신 성적을 상대평가로 전환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대학 정책이 이처럼 갈팡질팡 갈피를 못 잡는 사이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본 셈이다. 이러한 와중에서도 학부모들의 자녀 진학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서울로 가야만 살아남는다는 대학 생존 경쟁이 서부 영화 ‘OK 목장의 결투’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그래서 너도 나도 상경 열차를, 그것도 불안한 KTX 열차에 몸을 싣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교원 단체들의 단합된 모습이 더욱 필요한지 모른다. 진정한 교육 개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참신한 대안과 방법들이 공동으로 모색되고 합의가 도출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꺼져가는 지방 교육 회생에 불씨를 지피려는 몸부림이 아쉬운 실정이다.

넷째, 각종 시민단체의 구체적인 역할이다.

시민 단체의 존립 근거는 구멍난 시정활동 감시 및 사회연대의 구축을 통해 부정을 예방하고 바른 사회를 구현하려는 데 있다.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압력 단체로서 시민의 권익을 도모하고 지방자치단체와의 교섭을 통한 대안 모색의 가교적 역할을 해야 한다.

얼마 전 고교평준화 정책이 전면적으로 시행되면서 지방 인재의 타지역 유출에 대한 대안도 마련되었다고 들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그 대안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추진 방안 및 활동 방향은 무엇인지, 가시적으로 나타난 게 없다. 애당초 고교평준화가 실시되면 지역 인재 유출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고, 상향 평준화가 아닌 하향 평준화에 대한 우려를 심각하게 논의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이제는 시민단체가 나서서 지역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공청회라도 열어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섯째, 학교 교육 여건 개선 및 시설의 유치이다.

필자가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들 수 있는 것이 학교 교육 여건 조성 및 시설 개선을 통해 인재 유출을 미리 차단하는 방법이다. 이 일은 교육청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시민단체, 지방자치단체(인근 자치단체 포함), 시민들로 구성된 교육공동체를 만들어 타 지역에 버금가는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좋은 학교 시설을 갖춰, 좋은 선생님을 초빙하고, 지방화 교육에 대비하는 교육을 꾸준히 하는 일만이 지역의 인재 유출 방지 및 지역 교육의 활성화를 이루는 촉매제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그 예로 외국인 학교의 설립, 과학영재학교 설립, 원어민 교사를 활용한 외국어 교육의 활성화, 전통 예술학교와 같은 특수 목적고를 유치하여 지역 인재를 우리 고장에서 키워나가는 일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가 한다.

아울러 주변 대학을 특성화 대학(예: 포항공대)으로 전문화 시켜 우수한 인재가 스스로 찾아올 수 있도록 하는 과감한 교육정책 전환이 절실하다 하다.

   
여섯째, 산학 협동 체재의 효율적인 구축이다.


여수는 인근에 여수국가산업단지가 위치하고 있다. 이미 40여년 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국가산업단지와 연계된 교육활동이 완전히 단절되어 있는 상태이다.

초창기만 해도 공업단지가 입주하면 지방 경제나 학교교육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오늘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지방 대학 출신은 원서조차 내밀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고급 인력은 유명 대학 출신이 점령하고 있다. 원인이 무엇일까? 고용 창출 기회에 따른 반대 급부에 따라 산학 협동 체제는 아예 협약조차 시도해 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 무력감에 빠져버린 것일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재론하지만, 지방자치단체, 공단업체, 시민단체, 교육청이 머리를 맞대고 산학협동교육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자리가 꼭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그럴 때만이 여수교육은 살아나고 활력이 넘쳐날 것이다.

일곱째, 지방자치단체의 교육에 대한 투자가 과감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 인근지역 자치단체에서는 지방 교육을 특성화하려는 플랜이 가동 중에 있다. 몇 십억 내지 몇 백억의 예산을 학교 교육재정 보조금으로 계상하여 교육청 단위로 필요한 프로그램 운영에 가감없이 투자되고 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지만 그 교육적 효과는 주변지역의 인재들을 흡입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우리 지역도 올해부터 인구 감소에 따른 심각성을 인식하고 교육에 대한 투자를 증배하려는 의욕을 보이고 있음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생색내기 위해 투자되는 학교 울타리용 예산보다는 실질적인 교육활동에 투자되어 교수 들의 학습력을 제고할 수 있는 효율적인 예산 집행으로 훌륭한 인재, 큰 사람이 배출되길 지방자치단체에 기대해 본다. 인구 정책은 교육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그 첫걸음이라는 공감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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