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남제전보존회 세대교체 절실
진남제전보존회 세대교체 절실
  • 박성태 기자
  • 승인 2004.11.15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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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명 이사 평균 65세...자영업자 등 비전문가 일색
가장물, 캐릭터 개선ㆍ발굴 관광자원화 모색 절실
   

11월 초 일본 가라쓰시의 대표적인 축제인 ‘군치 견학은 많은 것을 시사했다. 진남제가 관광자원화에 실패하면서 해를 거듭할 수록 시민의 사랑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과 달리 군치는 올해로 413회째를 맞으면서 일본의 대표적인 축제로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군치는 매년 11월 2일부터 4일간의 행사에 그치지 않고 365일 진행행이였다. 행사에 사용된 가장물은 전시관에 보관, 전시되고 군치 행사는 영상물을 통해 가라쓰시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선보인다.

어디 이뿐인가. 공무원들은 군치의 상징적인 가장물 사진을 담은 명함을 사용하고 주민들은 군치 포스터를 자신의 집 거실에 붙여 놓을 정도로 자긍심을 갖는다. 인구 7만 정도의 소도시에 6배가 넘는 관광객이 몰려드는 군치의 저력은 지역의 정체성을 축제를 통해 확실히 표출한다는 것과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에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진남제는 왜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가.

진남제전보존회 조직 쇄신없이 발전없다?

사단법인 진남제전보존회(이하 보존회)의 구성원을 보면 쉽게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사장 1명, 이사 22명, 감사 2명, 사무국,상무, 사무원 각 1명으로 구성된 보존회는 이사들의 평균 연령은 65세. 사정이 이러다보니 “60살은 이사회에서 애기 취급받는다”는 푸념이 부서장들 사이에서 흘러나온다.

이사회의 고령화도 문제지만 문화,예술,향토사학과는 거리가 먼 비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진남제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문화예술인은 정홍수(72) 현 전라남도국악협회장 단 한 사람 정도다. 일부 이사들은 여론의 지탄을 받은 경험이 있는 선출직 공직자이고 여수시 퇴직 간부 공무원들도 다수 차지하고 있어 눈총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보존회 스스로도 진남제가 ‘진남제전 임원을 위한 행사라는 지탄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는 제24회 진남제 평가보고서와 지난 해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현재와 같은 조직운영을 고수하는 한 예산지원은 물론 시민의 참여를 끌어 내는데는 한계가 역력하다.

보존회는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한시기구인 ‘진남제전위원회’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정관상 기획위원회를 신설, 년중 세부계획을 세워 행사의 내실을 기한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이 또한 제대로 가동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일부 이사들이 진남제전추진위원장을 시장으로 내세울 움직임을 내 비추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이사회 한 관계자는 “민간 참여와 민간 주도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하는 마당에 다시 관 주도로 가려는 의도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상률 진남제추진위원장은 지난 해 3월 진남제 공청회에서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 ▲위원장 조기선임▲부위원장 직능별 구성(현행 이사 22명을 10-8명으로)▲자문위원단 보존회에 편성(행사의 사학적 검토)▲기획단 조기 가동 등의 개선책을 내놓았지만 현재까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최근 열린 정기총회에서도 보존회는 이사회 임원 선출권한을 이사 7명에게 위임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보존회가 과연 진남제를 명실상부한 향토축제로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가장물 개선, 캐릭터 개발 시급

진남제의 가장 큰 장점은 국내 최대의 가장행렬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식 당시에는 전남의 대표 축제로 초대 받을 정도로 진남제는 '호국과 구국을 상징하는 축제'였다.

그러나 올해로 38회째를 맞는 진남제는 정작 지역민들로부터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외면되고 있다. 여수시민협 한창진 대표는 가장행렬에 대해 “다양한 연출과 생동감있는 효과음이나 행동이 뒤따르지 못하고 단순히 이동시키는데 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가장행렬 참여자가 학생과 군인들로 대부분 1회에 그치고 있어 행사 연출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점도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진남제만의 역사성을 담보하는 용줄과 소동줄 놀이가 예산과 참여인원 부족으로 제대로 연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가장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임란 승리후 민심화합을 위한 문화의 소산인 용줄놀이는 참여 인원만 해도 5백 여명이 필요하다. 놀이 자체가 민중의 단결을 과시하는 이 행사는 일제 강점기에 폐지되기도 했다. 민중의 결집된 힘을 과시한 놀이의 파장을 염려한 일제가 폐지했던 이 놀이의 복원과 재현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용줄놀이의 재현은 호국과 구국이라는 여수의 정체성과도 일맥상통하지만 진남제 기간 중 제대로 연출되지 못한채 박물관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가라쓰시 군치의 경우 14개의 가장물을 끌어내는 행사에 각 동의 주민들이 매년 어렸을적부터 참여한다. 전통의상도 각자 자신들이 준비한다. 따라서 가라쓰시 주민들은 군치 축제와 함께 자신의 성장을 엿볼 수 있다. 가장물은 2백년이 넘도록 사용된 것으로 축제기간외에는 전시관에 전시돼 관광수입을 올리는데 효자 노릇을 한다.

이에반해 진남제의 경우 판옥선, 거북선 등의 가장물은 행사기간 외에는 조립식 창고에서 썩어가는 흉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존회 한 관계자는 “10년동안 예산문제로 가장물 개선은 물론 발굴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며 “많은 예산을 들인 가장물을 년중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함께 모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함께 진남제 행사와 관련된 각종 문화상품 개발이 시급이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일본의 크루즈가 여수에 와 5백여 명의 일본 관광객이 시가 마련한 특산물 매장을 방문했지만 일본인들의 지갑은 열리지 않았다. 갓김치와 김을 판매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여수를 찾은 일본인들에게 여수를 기념할 만한 기념품 하나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현실에서 아무리 많은 관광객들이 여수를 찾는다 해도 관광수익과 직결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가라쓰시의 경우 거북선 관련 캐릭터 상품하나 제대로 구비하지 못하고 있는 여수시와 대조적으로 군치와 관련된 상품은 수십 가지다. 가장물 개선과 발굴, 가장행렬 시나리오, 가장물 보관및 전시, 각종 캐릭터 상품 개발이 종합적으로 연구되지 않고서는 진남제는 제자리 걸음을 반복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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