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번 돈이 얼마나 더러운 돈인데…"
"그렇게 번 돈이 얼마나 더러운 돈인데…"
  • 정송호 기자
  • 승인 2004.11.05 18: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매매피해여성 '사랑의 집' 생활기]
   

지난 3일 목요일 오후 여수시 종합사회복지관 내 사랑의집 집단상담 시간.

10여명 정도 되는 입소자들이 자신의 손을 본 떠 그 위에 석고를 바르고 있었다. 미술을 통한 치료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살점을 어루만지듯 석고를 틈새에 꼼꼼하게 바르며 자신의 신체에 대해 다시 한번 소중함을 느끼고 있었다. 또한 이 작업은 혼자서 할 수 없고 옆에서 누군가가 도와 주어야만 한다. 그래서 입소자들 서로가 스킨쉽을 통해 정을 쌓기도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유난히도 세밀하게 석고를 묻혀 자신의 손 모양을 어루만지는 여성이 있었다.
지난 9월 다방 종업원으로 생활을 하다 여수시 성폭력상담소를 통해 업주를 고소하고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는 최선미(28, 가명)씨다.

그녀는 이곳 입소자 중에서 가장 연장자라고 한다. 처음 입소할 때는 사감 선생들의 통제도 잘 따르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사랑의 힘이 그녀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결혼과 이혼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라는 성인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경험을 한 사람이었다.

가정생활이 너무 힘들어 이혼을 하고 사회에 나왔지만 특별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다방종업원이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첫 출근을 하면서 그녀는 사장과의 계약 관계를 믿고 열심히 일을 했다. 하지만 사장과 믿음을 깨지고, 사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욕심을 부리며 종업원들에게 강압적으로 일을 요구했고, 이를 참다못해 신고를 하고 이곳까지 오게 됐다.

하지만 이곳에 입소하고 생활에 심리적 안정을 찾으면서 소박한 꿈이 하나 생겼다고 전했다.
"제과제빵 자격증을 따는 것이 지금상황에서 저에게 가장 소중한 일이에요"라고 수줍어하며 이야기했다. 그래서 요즘 그녀는 이곳 복지관의 지원으로 매일 오후 시내버스를 타고 통학을 하며 학원에 다니고 있다.

또한 주말이면 외출을 해서 전 남편과 아이들을 만나면 다시 재결합에 대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가고 있었다. "지금도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보고싶어요"

마지막으로 그녀는 자신이 경험했던 일에 대해 후회를 하면 예전의 그와 같이 지금도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당부를 했다. "그런 일 안 했으면 좋겠어요. 이제 꿈도 깨고 새로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일 해서는 죽어도 돈 못 벌어요"

그녀는 말을 계속 이어가며 어느새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번 돈이 얼마나 더러운 돈인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