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타국 생활 잊고 하나되기
고단한 타국 생활 잊고 하나되기
  • 임현철 시민기자
  • 승인 2004.10.02 11:1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수서 외국인 노동자 추석맞이 한마당 열려
 

 
▲ 외국인 노동자 추석맞이 한마당에서의 사물놀이 공연
여수에서 우리 나라의 경제 및 문화 활동에서 소외되어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추석맞이 한마당 행사가 개최됐다.

여수YMCA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9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남초교에서 외국인 산업연수생으로 와 있는 방글라데시, 중국 등의 노동자 40여명을 초청, 친선체육대회 및 문화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지역의 노동ㆍ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참여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오광종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여수에 대해 친근감과 우호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행사를 개최했다”면서 “지역에서도 임금 체불 등 어려운 노동 환경에서도 열심히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명절에도 소외되지 않고, 모두 하나가 되었으면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 매운 연기를 쏘이면서도 함께 나눠먹을 고기를 열심히 굽고 있다.
이날 행사는 족구, 축구 등의 경기와 점심 나누기, 천둥소리의 사물공연, 외국인을 위한 문화마당, 추석 선물 증정, 하나되기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경기 결과 족구는 방글라데시인들이, 축구는 중국인들이 잘했다. 점심 나누기에선 함께 어울려 돼지고기, 떡, 과일 등을 먹으면서 술잔을 기울이며 세계는 하나를 외치기도 했으며, 사물놀이 공연은 외국인 연수생들에게 가장 호평을 받았다.

이 와중에도 D수산에서 일하고 있는 방글라데시에서 온 모하메드(30)는 “우리들을 위한 배려에 감사한다”면서 “일이 아주 힘들지만 추석이라 한국 사람들이 다 쉬는 관계로 자기들도 오랜만에 푹 쉰다. 이렇게 쉴 수 있어 좋다”고 말해 외국인들의 강도 높은 노동을 짐작하게 했다.

이어 그는 “한국 사람들은 욕을 많이 한다. 기분좋게 일을 시키면 일하기도 좋고, 더 열심히 즐겁게 일을 할 텐데 욕부터 한다”면서 “각 나라마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고 자신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조심스레 나타냈다.

또 중국인 형장은(34)씨는 “이렇게 많은 걸 준비할 줄은 몰랐다. 명절에 선물을 나누는 것은 중국과 비슷하다. 나중에 기회가 오면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며 “아홉살인 아들이 특히 보고 싶다”며 가족의 그리움을 표현했다.

형장은씨는 아울러 “회사 규모가 작아 급여가 적으나 대우는 좋다”면서 “중국에 가면 모은 돈으로 차를 사 택시를 할 예정이다”며 급여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 행사를 기획한 김일주 간사는 “여수YMCA 시민중계실에서 지난 8월 10일부터 13일까지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노동 및 생활법률 상담시 추석 한마당 행사를 약속해 이를 지킨 것이며, 앞으로도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법률, 인권, 생활상담들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여수의 산업연수원생들은 수협, 축협, 농협, 산업인력관리공단, 중소기업청 등을 통해 68명이 합법적으로 일하고 있으며, 불법 체류 등을 포함하면 300여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수에서 일하는 산업연수생들에 대한 임금체불은 본사 취재결과 9월초 8천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으며, 현재에는 회사의 부도 등으로 1년 여 동안이나 체불된 임금은 5명에 대해 5천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외국인 노동자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있는 시민, 노동단체 관계자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정채열 2004-10-06 16:34:22
저도 그날 꼭 가려고 했는데,
여순항쟁 작품제작 관계로 못갔습니다.

기사로 그 때 상황을 읽고 나니
참으로 마음이 흐뭇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저희 단체도 문화행사로 도움이 되어야 할 것인데,
그렇지 못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