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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마음으로 희망꽃 다시 피우자
추석마음으로 희망꽃 다시 피우자
  • 남해안신문
  • 승인 2004.09.22 18:4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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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비전] 오현섭<전라남도 정무부지사>
   
한가위 추석이 며칠 안남았다.
이맘때쯤 잘살아 보고자 고향을 떠난 출향객들의 맘은 벌써 고향마을 동구 밖에 가 있겄다.

마음이 아픈 사람도, 마음이 충만한 사람도 이러한 설렘엔 예외가 없을 것이다. 그곳에 가면 힘을 얻고, 기쁨을 얻는다. 다들 그러지 않았는가!

지금 우리가 그렇고 또 우리의 자식들 그렇게 고향을 그리며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순수한 향수의 근원지 고향, 고향에 대한 어느 사회학자가 '고향은 하나의 종교'라고 힘주어 강조한 이유도 거기에 있을 터이다.

한가위 때 고향의 위력은 더욱 돋보인다. 거기엔 기쁨과 즐거움이 넘쳐나고, 노여움, 슬픔마저도 큰 에너지로 만들어내는 마력을 보여준다.
그 과정을 하나 하나 뜯어보고 싶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큰 힘을 얻을 수 있으니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

부모는 거친 손을 내밀어 세상살이에 찌들린 얼굴로 먼 길을 달려온 자식들의 등을 토닥이며 허허로운 마음을 달래고, 자식들은 부모님의 묵은 체취에 자식걱정에 늘어나는 주름진 얼굴과 마음을 적시며 일상에 지친 영혼을 달랜다.

부모와 자식의 만남, 손자·손녀와 할아버지·할머니의 만남, 그것은 명절이라는 민족적 이벤트를 통한 아름다운 세대간의 다리 잇기요, 오순도순 둘러앉은 고향집 안방은 사랑과 미움, 기쁨과 슬픔이 한꺼번에 다 녹아 내리는 가슴 뭉클한 가족사의 현장이다.

그러니, 생활이 아무리 어렵고 살림이 빈한(貧寒)할지라도, 술 한병 들고 갈 수만 있다면 한가위 추석에는 누구나 고향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기다리는 이 없어도 고향을 찾는 것은 마음의 평화와 새로운 활력을 얻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느 부모가 자식에게 비싼 선물, 금은보화를 원하겠는가. 오로지 그 얼굴, 자식들의 그리운 얼굴을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은 것이 북망산을 향하는 부모들의 마음이 아니던가.

그뿐인가.
'고향의 추석'은 도시와 농촌, 중앙과 지방이 교류하는 민족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준다. 인터넷이 아무리 발달한들, 전혀 인위적이지 않고 순수한 마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이 네트워크야말로 지역과 직업과 계층을 망라한 생생한 정보 교류의 통로요, 다양한 세상사의 시비를 가리는 거대한 여론 광장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추석 민심'이라는 매스컴의 용어가 이를 입증하지 않는가.
고향집 사랑방에서 주고받는 정담(情談)과 논쟁 속에서 우리는 한 개인의 삶의 자화상을 보게 되고, 한 집안의 애환을 듣게 되고, 한 지역의 발전상을 가늠하고,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한 나라의 현주소를 알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추석은 한 해의 반환점이 되는 것이다. 다음 설 명절 때까지 개인은 개인대로, 집안은 집안대로, 지역은 지역대로, 나라는 나라대로 뭔가 달라지기 위한 자극제를 얻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추석에 얻는 값진 무형의 선물이 아니겠는가.

자, 이럴진대 2004년 추석에는 우리 모두 고향으로 달려가자.
아무리 생활이 팍팍하고, 마음이 고달플지라도 고향에는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것만으로 큰 보람이다. 오고가는 길이 불편한 것쯤은 고향에서 얻어오는 싱싱한 삶의 에너지에 비하랴.

필자는 유독 경제 문제가 국민적 화두(話頭)로 떠오르고, 이리저리 종잡을 수 없는 일도 많고, 우울한 뉴스도 많고 너나없이 삶의 무게를 힘겨워하는 이 명절 대목을 맞아 우리 모두 '추석의 마음'으로 되돌아간다면 희망의 꽃은 다시 피어날 것으로 확신한다.

어린 자식들의 손을 꼭 잡고 고향집으로 향하는 부푼 마음이 있고, 그 자식과 그 자식의 자식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노부모의 애틋한 마음이 있는 한 이 세상은 살만하지 않는가.

지금 비록 어려움이 있더라도 동구 밖에서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의 헌신적인 삶의 모습처럼 우리도 이제 그렇게 살자. 자신의 희망인 자식의 모습을 보고 환하게 웃는 부모의 미소처럼 우리도 환한 웃음을 지을 날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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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 2004-10-01 20:05:50
공무원이 이렇게 정감 어린 글을 쓸 수 있다니 조금 의외올시다. 조직생활을 하다보면 마음도 드라이해지고, 더욱 관료적으로 변하게 마련인데 말이죠. 모처럼 마음 촉촉해지는 글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글쓴이가 여수에서 자주 목격된다는 것입니다. 혹시 다른 목적이 있어서 글을 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글을 수작이라고 평가하고 싶내요.

시민 2004-09-25 14:25:38
글을 쓴 목적이 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