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휘날리며'여수 극장가 강타
'태극기 휘날리며'여수 극장가 강타
  • 박성태 기자
  • 승인 2004.02.15 2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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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관 매진률 90% 이상 즐거운 비명
국군 형제 갈등만 초점맞춰 아쉬움 남아
2월 15일 일요일 오후 3시, 여서동 한 극장가에 낯선 풍경이 연출됐다. 영화를 보러 온 차량들이 주차 자리가 없어 핸들을 돌려야했다. 모처럼 주말 극장가를 찾은 가족단위 시민들도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모든 좌석이 매진됐기때문이다.
이처럼 여수에서 영화관을 찾았다가 좌석이 없어 발길을 돌리는 진풍경이 연출된 것은 바로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는 ‘태극기 휘날리며’(감독 강재규)라는 전쟁영화때문이다.
지난 6일부터 전국에 일제히 개봉된 이 영화는 천만 관객 달성이라는 신기록을 코앞에 두면서 연일 관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여수에서도 무빅스, 헐리우드, 중앙극장 등 3개 영화관에서 개봉돼 관객몰이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를 개봉한 영화관은 매일 90% 이상의 매진률을 보여 위축된 경기속에서 모처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헐리우드 이대성팀장은 15일 “평균 하루 1500여명이상 영화관을 찾아 2만여명이 다녀간 것 같다”며 “평소 7관 전체를 합해도 1500명이 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무빅스와 중앙극장도 약 500석 규모의 좌석이 평균 90%이상 매진됐다. 관객층이 얇은 여수에서 개봉 10일만에 5만 여명이 극장을 다녀간 것으로 집계돼 이번 주내 10만명을 웃돌것으로 예상된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전쟁을 이념과 역사적 진실보다는 전쟁을 통해 겪게되는 형제간의 갈등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무공훈장을 받기위해 전쟁영웅으로 변해가는 형 진태(장동건)와 고향에서 자신들을 기다리는 엄마와 형의 약혼녀 영신누나에게 돌아가기위해 형을 미쳤다고 말하는 동생 진석(원빈)을 통해 이 영화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전쟁의 한 복판에 내던져진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미 ‘은행나무침대’와 ‘쉬리’를 통해 헐리우드 스펙타클 영화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강제규 감독이 신세대 스타 장동건과 원빈을 앞세워 만든 이 영화는 한국전쟁을 경험한 세대와 전후 세대를 모두 끌어들이는 '잘 계산된 전략'을 앞세워 톡톡한 흥행 재미를 보고 있다.
강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대해 “특히 전쟁의 중심에서 그 거대하고 거친 상황과 싸워야했던 한 개인에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수많은 일들...그것은 과연 무엇인가. 왜 개인에게 그런 일들이 일어났을까...누군가는 그것을 정리해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림1오른쪽#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생생한 전투장면을 그대로 필름에 담아내는데 성공해 한시도 눈을 뗄수 없게한 점이다. 총제작비 147억으로 전쟁영화를 만들어 낸 점은 헐리우드를 놀라게 하기 충분하다. 지금 헐리우드는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며 혀를 내두른다는 반응이다.
낙동강 방어선 전투, 평양시가 전투, 압록강진지 퇴각, 파주 석현리 두밀령 고지 전투 상황을 실제 상황처럼 리얼하게 그려낸 점은 한국 영화가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음을 웅변해 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홍경표 촬영감독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자칫 위험스러운 점도 없지 않다. 강제로 끌려 한국전쟁에 참여하게된 진태와 그의 동생 진석을 통해 전쟁을 통해 변하는 모습과 갈등을 보여주는데만 급급한 나머지 북에 대해서는 아주 초라하게 때로는 그야말로 야수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동족상잔의 비극이 아닌 남한만의 비극으로 비춰지게 한 점이다.
한마디로 ‘태극기 휘날리며’에는 햇볕이 없어 아쉽다. 잘 만들어진 이 영화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은 바로 이때문이다. 반공영화 ‘쉬리’로 이미 재미를 본 강제규 감독에게서 ‘공동경비구역’(박찬욱 감독)이 보여줬던 진한 동포애와 같은 ‘햇볕’을 기대하는 것은 여전히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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