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순간 폐허된 바다 지켜보며 ‘바다지킴이’ 나선 5,350시간
한 순간 폐허된 바다 지켜보며 ‘바다지킴이’ 나선 5,350시간
  • 이상율 기자
  • 승인 2023.03.14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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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 ‘여수바다 지킴이 대장’ 박근호씨
수중정화활동·섬마을 야생화 가꾸기·불가사리 축제까지 다채로운 봉사

 

쉼 없이 섬과 바다를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 여수 녹색당원 박근호(55) 씨!

대한민국 “1365 자원봉사 포털”에 2010년부터 2023년 2월 15일까지 1,144건, 5,350시간의 봉사실적으로 기록된 사람이다. 이 시간을 날짜로 환산하면 223일간 봉사활동을 한 셈이 된다. 그는 여수시 화정면 월호도 토박이 섬마을 출신으로 봉사활동 시간의 90%를 섬과 바다에서 보내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여수 정보고등학교, 방송통신대를 거쳐 91년 4월 KCC에 입사 생산직 직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생산 라인에서 3조 3교대 근무자로 여유 시간이 별로 많지 않음에도 봉사활동에 이처럼 많은 시간을 쓰고 있는 것에 주변을 놀라게 한다.

그가 환경운동가로 입문하게 된 것은, 순전히 95년 발생한 시프린스호 사고 때문이었다.

95년 7월 23일 14시 20분경 전라남도 여천군(현 여수시) 남면 소리도 앞 해상에서 호남 정유(현 GS칼텍스)사의 14만 톤급 유조선 시프린스호가 암초에 부딪혀 침몰하면서 5천여 톤의 원유가 유출돼 3,826㏊의 양식장에 피해가 발생했다. 어민들과 환경단체·시민·해군과 해양경찰 등 연인원 16만 6,905명, 선박 8,295척, 헬기 45대가 동원돼 19일간 해상 방제작업을 벌이고 5개월 동안 해안을 씻어냈으나 청정해역은 죽음의 바다로 변했다.

양식장 피해 면적 3,826㏊에 정부 추정 재산피해액 735억 원에 이르렀다. 대규모 오염 복원 작업에도 침몰 해역 밑바닥에서는 오랫동안 기름띠가 발견되었고 계속해서 기름방울이 올라오는 등의 환경 피해가 지속되었다.

박 씨는 96년 환경운동연합에 자진 가입하고 골프장 친환경운동, 바다 정화 활동을 하다 97년 스쿠버 자격증을 취득하고 스쿠버 20명을 모아 소모임 ‘소라의 꿈’을 조직하고 본격적인 다이버 활동을 통한 수중 정화 활동에 나섰다.

소형선박을 이용하여 납추, 타이어 제거 작업은 물론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든 각종 폐기물을 끌어 올렸다. 수중 정화 활동은 항상 위험이 뒤따른다. 그물, 타이어, 등 장애물이 많아 대원들이 늦게라도 나오면 불안에 떨기도 했다. 경험을 토대로 정부에 낚시 면허제도 실시, 낚시꾼들의 친환경 납추 사용의 제도화를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백도, 거문도 수중 정화 활동은 물론 해경의 실종자 수색에도 민간단체로 참여하여 구조 활동에 참여했다.

환경운동연합에 바다위원회를 조직하고 해양폐기물, 바다 폐기 전면 금지를 위한 전국 순회 캠페인을 울산, 포항, 항구 공업지역 중점 활동도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다.

 

2005년 상괭이 소모임 만들고 환경위원장으로 주도적인 보호 운동에도 나섰다.

상괭이는 물빛에 광택이 난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가마우지가 떼 지어 하늘을 날면 그 아래는 물고기와 상괭이가 있다는 것을 안다. 수심 얕은 연안에 두세 마리가 모여 산다.

2016년 해양 보호 생물로 지정하자 죽으면 방치나 숨기고 암 조직을 통해 판매하는 등 보호에 어려움이 컸다. 불법 어업과 혼획으로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 연간 1.22 마리가 폐사되는 수난을 겪고 있다. 작년 한 해만도 사체 40구가 발견했다. 상괭이가 있다는 것은 바다가 오염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살아있는 바다를 만들기 위해서 발견된 장소마다 상괭이 보호판을 세운다.

2008년에는 꽃사모(꽃을 사랑하는 가족 봉사단)를 결성했다.

도심 공원 자투리땅, 복지시설, 경로당 주변에 꽃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고 가꾸었다. 쑥부쟁이 구절초 씨앗을 전국적으로 무료로 나누는 행사를 해마다 이어왔다.

섬마을 야생화 보급 운동을 통해 상·하화도, 월호도, 금오도 등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섬에 봄가을 꽃을 심고 10여 차례 꽃섬 음악회를 열었다.

2015년에는 여수 오동도에서 불가사리 대축제를 열어 4년간 이어가기도 했다. 불가사리를 채취하여 바다를 정화하고 위해성을 알리고 모인 불가사리는 희망 농가에 보내 퇴비로 사용하도록 했다.

 

2019년부터는 섬복지 활동에도 뛰어들어 월 2회 밑반찬 배달, 찾아가는 복지로 식사, 음료수 간식 등을 거문도 고흥 일부 섬까지 전달했다. 지역사회 사회보장협의체와 동반 뱃길을 따라 희망 싣고 집수리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해양보호구역 설치를 추진하기 위한 활동을 한다. 지난해 9월 여수 시의회 주최 토론회를 개최하고 조례제정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끊임없는 봉사활동은 계획된 바 아니지만, 다양한 ‘상 복’으로 돌아왔다.

2016년 7월 28일 제23회 전국 자원봉사 대축제에서 한국자원봉사센터협회로부터 여수 꽃사모회가 우수상, 야생화로 꽃 피는 아름다운 꽃섬 만들기 프로그램으로 2017년 대한민국 국민 나눔 대상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상, 2022년 전라남도 평생학습 박람회 동아리 경진대회에서 여수 꽃사모 최우수상, 2022년 12월 2일 해양 환경구조단 여수구조대가 한국자원 봉사 센터 협회장상을 받았다.

“봉사는 자발성, 무보수성, 공익성, 지속성에 있다”는 그의 말에 여운이 짙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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