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분된 정치권, 시민은 안중에도 없다
양분된 정치권, 시민은 안중에도 없다
  • 이상율 기자
  • 승인 2023.03.1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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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시선]

 

마당이 있는 집에서는 제 꼬리를 잡느라 온종일 빙글빙글 도는 강아지를 볼 수 있었다.

잡힐 듯 잡힐 듯하면서도 좀체 잡히지 않는 꼬리를 뒤쫓느라 개미 쳇바퀴 돌듯한다. 끝내 잡지 못하고 강아지는 지쳐 멈춘다. 스스로 앞으로 나가면 뒤에 붙어 있는 꼬리는 저절로 따라간다는 것을 미처 몰라서다. 사람들은 그 모습에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미련한 강아지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마당 넓은 농촌에서 흔하게 보던 광경이다.

정치는 개인이나 집단이 이익과 권력을 얻거나 늘이기 위하여 사회적으로 교섭하고 정략적으로 활동하는 일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국민을 편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정치다.

그런데 여수 정치를 흔히 떼거리 정치라고 말한다. 2개의 국회의원 선거구와 2명의 국회의원을 두고 있는 여수는 지자체 의원이 되려면 공천권을 쥐고 있는 두 지구당 위원장인 국회의원을 향해 편을 갈라 줄서기를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두 쪽으로 양분된 의회는 삐걱대고 있다. 마치 강아지 제 꼬리 잡으려고 맴도는 것처럼 말이다.

2022년 6월 1일 지방선거가 실시됐고 26명의 시의원이 선출됐다. 이중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 3명을 포함하여 22명, 무소속 4명이다. 의장과 부의장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이 의회를 독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 중에는 갑 지역 12명, 을 지역 10명으로 양분되어있다. 전반기 의회 의장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영규가 부의장에는 강재헌이 선출됐다.

22일 226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정현주 의원이 발의한 ‘국립 순천대학교 의과대학 및 여수 대학병원 설립 촉구 건의안’을 심의했다.

전라남도 지역 국립 순천대학교 의과대학 및 여수대학병원 설립에 정부가 적극 나서길 건의하는 내용이었다. 갑 지역구 시의원들은 특정 지역 명시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 의견을 쏟아내면서 치열한 격론이 벌어졌고 표결에 부쳐져 재석의원 22명 중 찬성 9, 반대 12, 기권 1로 부결됐다.

여수 전남대학교병원 설립 촉구 결의안은 전체 의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의결됐다.

지역 현안을 두고 펼쳐지는 정치권의 대리전 양상이 시의회를 파행으로 몰아갔다. 고함, 퇴장 불참 등 이런 막장 드라마도 없었다. 시민은 지역과 지역민들의 미래를 위한 것인지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힌 결정을 하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시민협은 명백한 의회 민주주의 훼손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와중에서 단 하나 만장일치가 있다. 시의원의 해외 연수였다.

기획행정위원회, 환경복지위원회, 해양도시 건설위원회의 해외 연수다. 선진사례를 연구하겠다는 정파와 소속에 관계없이 만장일치여서 시민의 힐난을 벗어날 수 없었다. 이런 시의원들의 국외 연수 일정이 공개되면서 지역 일각에서는 의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진행해야 한다면서도 대내외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반드시 진행해야 하냐는 비판 여론이 이어지고 있다. 시기가 적절치 못하여 미운털이 된 것이다.

최근에는 시의회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생활형숙박시설의 주차장 설치기준 완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조례 개정 추진 문제가 수면 위로 올랐다. ‘특혜성 핀셋 조례 개정’이란 말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시 당국은 불가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조례 개정에 나선 의원 중에는 시설의 실소유자 의원도 포함되어 있어 의심의 눈초리마저 매섭다.

여수시의회의 오래된 분열은 시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명백하다.

지역 국회의원들은 숙원사업을 두고 경쟁하면서 실적 쌓기와 자랑하느라 기 싸움이 한창이다. 공약 실천과 그 실적을 홍보하는 플래카드는 거리 곳곳에 사시사철 매달려 있다. 각종 모임에 서는 홍보와 강연도 한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정수가 1이냐 2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는 여·야가 있고 파벌도 있기 마련이지만 갑, 을 지역구로 나누어진 여수는 같은 당 출신 국회의원이 2명으로 시의원의 공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윗선에만 매달려 맹종하느라 의회의 자율적 자치권을 통째 넘겨주고 있는 꼴이 되어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의회는 민주주의 근간인 자유의사에 의한 다수결 우선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최근 시의 인구가 크게 줄면서 국회의원 1명으로 선거구가 조정될 것이라는 설이 난무하면서 두 의원의 의회 장악 경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으며 의회의 자율권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국회의원을 1명만 두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시민이 의외로 많다. 정치권의 양분이 진정한 3여 통합 정신마저 실종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여수시 선거구 증·감 문제는 섣불리 단정할 일은 아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라는 전남에서 쉽게 1석 감소를 동의하긴 어렵게 보기 때문이다. 변칙을 불사하고라도 지키려 할 것이고 그 결과는 4월 정개특위의 결정을 관망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근본적으로 생활 정치인 지방자치가 제 모습을 찾으려면 지방의원 공천제를 폐지하는 일이다.

유권자를 대표한 두 현직 국회의원이 비록 경쟁자이지만, 지역 리더로서 서로 소통하고 대화하면서 격조 높은 정치가 되도록 파인 플레이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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