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이다.”
“나는 자연인이다.”
  • 남해안신문
  • 승인 2023.03.07 0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해안시대] 김효창 자문위원/심리학박사

 

요즘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을 즐겨보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출연자들은 인적이 드문 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자신만의 방식대로 삶을 살아간다.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출연자들의 지난 과거가 자연스레 드러나며, 왜 이처럼 외진 곳에 들어와 살게 되었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떤 사람은 자연이 너무 좋아서, 어떤 사람은 황혼에 고향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은 마음에 자연의 품에 안긴다.

그런데, 출연자 중에는 의외로 대인관계에서의 어려움으로 인해 은둔의 삶을 택한 사람들이 많다.

일생 생활 속에서 흔히 사용하는 ‘대인관계의 어려움’이라는 표현은 대단히 추상적이다. ‘대인관계의 어려움’이라는 동일한 표현 속에 화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이유는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관계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기술을 습득하지 못할 때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한,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할 때, 인간에 대한 신뢰감을 상실하게 되고 이로 인해 대인관계의 어려움에 봉착한다. 따라서 개인이 겪는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효과적인 해결책은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출연자 중 한 분이 기억에 남는다. 아들로, 남편으로, 아버지로서의 바쁜 삶을 살던 어느 날 자신의 삶이 ‘가짜’라는 생각이 들어 도망치듯 들어온 산에서 참된 자신의 삶을 찾았다는 사연을 가진 분이다. 아마 중년의 삶을 엮어가는 이 땅의 많은 분들이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중년이 되어 겪는 이러한 경험의 근원은 무엇일까?

우리는 사회적 가면(persona)을 쓰고 삶을 살아간다. 사회적 가면인 페르소나(persona)는 분석심리학자인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이 처음 사용하였는데, 에트루리아의 어릿광대들이 쓰던 가면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하였다. 페르소나는 개인이 사회적 요구들에 대한 반응으로서 가지는 공적인 얼굴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융에 따르면, 페르소나를 통해 사람들은 일상생활 속에서의 자신의 역할(아들, 남편, 아버지의 역할 등)을 수행한다. 효자, 자상한 남편, 존경받는 아버지로서의 역할은 페르소나는 긍정적인 측면을 보여 준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페르소나는 진정한 자기(自己)와는 다르다. 페르소나는 남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거나 자신을 은폐시키기 위해 타인들이 정의한 자신의 인습적 역할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자기(自己)에 무관심하고, 무작정 페르소나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다 보면 결국, 페르소나와 자기(自己) 간의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건강한 삶은 자기(自己)와 페르소나 간의 균형을 이룰 때 가능해진다. 지나치게 타인을 의식하는 삶, 즉 페르소나에 충실한 삶은 행복이 아닌 불행으로 우리를 이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