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8기 허니문 끝났다”는 경고...곳곳에서 터진다
“민선8기 허니문 끝났다”는 경고...곳곳에서 터진다
  • 강성훈
  • 승인 2023.02.2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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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예한 지역간 갈등에 실종된 ‘여수시’의 목소리
‘여수만 르네상스 실현’ 구체적 청사진은 뒷전
민선8기 두번째 열린 여수시-더불어민주당 지역위간 당정협의회 모습.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 관련없음.
민선8기 두번째 열린 여수시-더불어민주당 지역위간 당정협의회 모습.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 관련없음.

 

“민선8기 시정부가 출범한지 7개월이 지났다. 허니문 기간 끝났다”

지난 14일 올해 처음 열린 임시회에서 김영규 의장은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의 개회사를 쏟아냈다.

“이제는 추진 동력을 받아 본격적인 시스템이 가동되어야 하는 시점임에도 시민들의 여론은 회의적인 시선과 물음표가 상당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특히, 정기명 시장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여수만 르네상스 실현’과 관련해 “시민들에게 막연하게 다가오고 있다”며 “(구체적)청사진 제시는 물론 속도감 있는 추진을 통해 시민들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여수시가 제시한 올해 신년화두 ‘일신연풍’(나날이 새롭게 해서 풍요로운 시절을 열어간다)이 헛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민선8기 연착륙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 줄 것”을 재차 촉구했다.

이어 “2026세계섬박람회, 개항100주년 행사, 여순사건 유족 보상 및 평화공원 유치, 세계박람회장 공공개발 추진 등”을 “남해안 거점도시 미항여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지역 현안”이라고 보고 더욱 전향적‧진취적인 자세를 당부했다.

올해 첫 업무보고를 받게 될 시 의원들에게는 “올해 시 정부의 업무보고에 여수시 미래 비전이 잘 담겨있는지, 미래 방향성은 잘 설계됐는지 살펴달라”고 당부했다.

정제된 언어로 집행부의 구체적인 정책 설정과 추진을 촉구한 짧은 개회사 발언이었지만, 8개월여 만에 나온 시의회의 집행부를 향한 경고성 멘트였던터라 지역사회에 던지는 충격파는 상당했다.

일각에서는 지역사회 전반에 퍼진 공감대를 김 의장이 대신했다는 분석과 함께 보다 강한 질타가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핵심공약 ‘여수만 르네상스’

실제 정기명 시장이 이끄는 ‘민선8기 여수시정’의 모호함과 우유부단함에 대한 비판은 그동안 곳곳에서 감지돼 왔다. 다만, 새롭게 정권교체를 이룬만큼 행정전반에 대한 점검과 이해가 필요할 것이라는 명분에 가려져 왔다.

하지만, 사실상 ‘허니문 기간’이라는 6개월여를 훌쩍 넘어 취임 8개월여를 맞으면서 비판 여론이 본격 드러나는 한편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증폭되고 있다.

시민들은 새로운 정책 변화를 원하는 선택을 했지만, 지난해 선거전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1년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정책 변화 지수는 아예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 시장은 그동안 취임직후 취임사와 취임 100일 기자회견, 신년사 등을 통해 시정 운영 청사진을 제시해 왔지만,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알맹이 없는 구호 외치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실제 정 시장은 기회가 있을 때 마다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여수만 르네상스 시대’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여수반도를 둘러싼 5개의 만을 각각의 특성에 맞게 개발하고, 관광산업과 연계해 명품 해양단지로 조성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가장 최근인 지난 1일에도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를 민선8기 출범 이후 ‘남해안 거점도시 미항 여수’로 새롭게 도약하는 실질적인 원년으로 삼고 본격적인 공약 이행에 나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수만 르네상스 시대’ 실현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수만 르네상스 TF팀을 신설하고, 여수 5개 만의 생태환경을 살려 권역별 특성에 맞는 중장기 종합계획을 수립한다”는 정도다. 1년여만에 제시한 핵심 공약의 실행 방안이 ‘중장기 종합계획 수립’인 셈이다.

이어 본격적인 공약이행 원년을 강조하면서 내세운 정책이 ‘전남 최초 유아생존수영 교육 추진’과 ‘홈페이지 개편’이다. 연속사업인 섬박람회 준비 정도다.

“민선8기 체제, 여수의 미래를 알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대목으로 읽힌다.

 

정치권 갈등 속, 실종된 여수시

여기에 지난 8개월여간 지역 현안문제마다 맞부딪히며 심각한 갈등 국면을 주도한 지역 정치권의 틈바구니 속에 사실상 ‘여수시’도 ‘정기명 시장’도 실종됐다는 비판까지 쏟아지고 있다.

실제 갑을 지역 국회의원들이 대학병원 유치나 고속도로 추진 등 현안 문제를 두고 제각각의 입장을 드러내면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정작 여수시의 입장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민선8기 들어 두 번째 열린 최근 당정협의에서도 이같은 장면은 고스란히 반복됐다.

내년도 국‧도비 지원 건의 우선순위에 밀려 제외되는 듯 했던 청사 통합문제, 대학병원 유치, 고속도로 추진 등이 번외로 제기되면서 두 국회의원들간 갈등 모습을 연출했지만, 여수시의 목소리는 없었다.

역시 정기명 여수시장은 현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기보다는 “지역위원회 건의사항을 적극 검토해 반영하겠다. 앞으로도 소통과 화합하며 시민 모두가 행복한 여수를 만들어 가자”는 정도였다.

이를 지켜 본 한 의원은 “갑을 지역간 갈등을 조율하고 지역현안에 합치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이 아쉽다”고 꼬집었다.

 

싸늘히 식고 있는 시민들의 기대감

사실상 새로운 정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현안에 대한 제대로 된 입장도 없는 민선8기의 여수시다.

앞서 여수경실련은 가장 크게 대립하고 있는 대학병원 유치 논의와 관련해 논평을 내고 여수시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기도 했다.

경실련은 “지역 내에 최소한의 공공의료 기능을 확보하는 것은 시민의 안전을 담당하는 여수시의 책무다”며 “여수시의 분명한 방향설정과 지역 정치권의 이에 대한 협력이 정상적이면서도 효과성 높은 추진체계다”며 “여수시가 의료환경개선의 중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여수시가 주체가 돼 토론회든 공청회든 형식에 상관없이 어떠한 방법으로 여수시의 의료취약문제를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지역사회의 합의된 방안을 마련하라”를 주문이었다.

시민 이모씨는 “새롭게 출발한 민선8기 여수시 만의 정책과 비젼도 없고, 지역 현안 문제 해결 의지도 없는 작금의 시정을 보면 더 이상 기대할 바 없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또다른 시민 장모씨도 “급격한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있고, 대내외적인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는데 여수시는 어떻게 대응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며 “각자도생의 길을 가야하는 것 아니냐”고 쓴소리를 날렸다.

민선8기 출범을 향해 새로운 변화를 기대했던 시민들의 바람은 8개월여만에 싸늘한 비판의 시선으로 돌아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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