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을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기꺼이 내어 주는 곳”
“쉼을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기꺼이 내어 주는 곳”
  • 강성훈
  • 승인 2023.02.10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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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공간을 가다/ 복합문화공간 ‘이하여백’
예배당이자 갤러리, 카페로 기능하며 지역민들에게 힐링 선물
전문 갤러리와 협업 통해 연간 5~6회 기획전 이어가
여수 연등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이하여백'
여수 연등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이하여백'

 

“다 작성하고 나서 빈 칸을 이하여백이라 하듯, 공간이 비어 있어 쉼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도심에서 바빴던 생각들을 잠시 내려놓고 정리할 수 있는 그런 공간,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통해 감동이나 기쁨을 담아가는 공간이었으면 하죠”

‘이하여백’ 이다.

“연등천변 한적한 곳에 예배당인 듯 갤러리 인 듯한 커피가 정말 맛있는 카페가 있다”는 지인의 말에 이끌려 찾아간 곳이다.

외부에서 바로 찾을 수 있는 간판이 보이지 않아 한참을 해매인 끝에 특별한 외형을 갖춘 예배당을 겨우 찾았다.

광무동 럭키아파트 건너 편 연등천변을 따라 내려가다 여러 제조공장 사이 자리한 교회다.

입구에는 전시회를 알리는 현수막과 작은 벤치, 교회임을 알리는 ‘운화교회’의 작은 간판, 카페임을 알리는 ‘이하여백’의 작은 간판이 나란히 마주하고 있다.

수십년전 건립된 교회를 최근 리모델링했다지만, 평범한 교회건축과는 남다르게 와닿는 건축미가 입구에서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차를 마시며 특별한 그림을 관람할 수 있는 곳이라는데 맞나...”하는 작은 의문을 안은 채 특이하게 돌로 만들어진 출입문 손잡이를 살포시 밀어본다.

정면에 내걸린 십자가와 성도들을 위해 가지런히 놓인 의자와 테이블...내부에 들어서며 마주한 풍경은 영락없는 예비당이다.

하지만, 이내 시선을 돌리자 예배당을 가득 채운 다양한 사진작품들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한 켠에서는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향이 코끝을 자극하는가 싶더니, ‘카페지기’의 환한 눈 인사와 마주한다.

예배당이면서 갤러리이자 카페인 복합문화공간 ‘이하여백’의 모습이 온전히 들어오는 순간이다.

‘이하여백’이 문을 연 것은 2021년 초다. 수정동에 위치했던 운화교회가 새롭게 이전하면서 고민한 끝에 자리한 공간이다.

“사람들이 교회로 자연스레 발걸음을 옮길 수 있고, 힐링이 필요한 이들에게 힐링이 되어 줄 수 있는 곳, 지역민들이 아무 때고 쉼이 필요할 때 들를 수 있는 곳을 고민했다”

이렇게 주일이면 예배당으로 활용하고, 예배가 없는 평일 낮시간이면 카페와 갤러리로 활용하면서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 됐다.

‘이하여백’의 전시 작품들은 서울의 전문 갤러리와 협업을 통해 2~3개월 단위로 기획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그림전과 사진전 등이 이어지면서 입소문을 타고 전시관람을 위해 찾는 이들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아직은 원도심에 자리한 작은 복합문화공간이지만 ‘이하여백’은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원도심이라는 곳이 사람들이 점차 떠나면서 모든 시설이 함께 이전해 가 쇠퇴해 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데 ‘이하여백’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서 기능하기를 바랐어요”

도시재생이다. 떠났던 이들이 다시 모이고, 생기가 돌면서 새로운 도심으로서 기능을 할 수 있는 것.

“‘이하여백’이 도시재생의 작은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거죠”

특별할 것 같지 않지만, 특별한 이야기를 가득 담은 복합문화공간 ‘이하여백’의 카페지기와 일문일답을 통해 남겨둬야 할 것 같은 ‘이하여백’을 채워 본다.

 

Q. 카페 ‘이하여백’을 한마디로 소개한다면 어떤 공간일까?

A. ‘이하여백’은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복합문화공간입니다!

​​

Q. 예배당일까요? 갤러리일까요? 카페일까요? 묻는다면...

A. 이곳은 여수운화교회입니다.

예배 이외의 시간들을 ‘이하여백’이라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다양한 모습으로 세상과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과감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교회를 찾는 사람들에 따라 우리 교회는 예쁜 교회가 되기도 하고, 멋진 갤러리가 되기도 하며, 분위기 좋은 카페가 되기도 하는...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많은 기대를 일으키는 공간입니다.

 

​Q. 카페와 예배당이 하나된 특별한 공간이다. 어떤 의미일까?

A. 공간 공유(space share)의 성격으로 자리하고 있는 ‘이하여백’은 예배의 기쁨으로, 문화의 감동으로, 카페의 여유로 다가갑니다.

이하여백은 ‘찾는 이의 여백’을 다양한 모습으로 함께 채워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합니다.

닫힌 듯 열린 공간으로 꾸며진 이하여백의 입구 풍경이 이채롭다.
닫힌 듯 열린 공간으로 꾸며진 이하여백의 입구 풍경이 이채롭다.

 

​Q. ‘이하여백’이라는 공간이 열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코로나 이후 교회의 역할과 방법에 대한 모두의 고심과 기도,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낮은 문턱으로 많은 사람들이 편히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되어 교회가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고민한 흔적입니다.

Q. 간판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의도가 있는가?

A. 이름보다는 역할에 더 충실하고자 입구에 작은 간판을 놓았습니다.

빨간 십자가 네온사인과 이름만 자랑하는 교회이기보다는 역할과 실질적 활동에 초점을 맞춘 현대적 교회의 모습을 생각했습니다.

다양한 쓰임에 맞춘 옷을 입기 위함이라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호기심을 일으키는 광고의 역설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Q. 자리한 위치가 카페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특별히 이곳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A.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떠나고 없는 텅빈 구도심지에 다시 사람들의 발걸음을 돌이킬만한 소소한 이벤트와 문화적인 경험들을 함께 공유하며 교회의 긍정적인 역할을 알리고자 한 선택입니다.

Q. 카페 ‘이하여백’만이 어필할 수 있는 맛의 특별함이 있다면?

A. 멋진 바다 뷰나 시티 뷰는 볼수 없으나 우리 ‘이하여백’만이 줄 수 있는 ‘편안한 맛’이 있습니다.

또 먼곳까지 찾아주시는 분들에 대한 배려로 좋은 재료와 낮춘 가격으로 ‘기분좋은 맛’이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즐길수 있고, 다시 찾을 수 있는 ‘아는 맛’이 있습니다.

​Q. 다양한 미술작품을 관람한 갤러리로도 기능하고 있다. 어떤 작품들 선보였고, 앞으로 어떻게 활용되는지 궁금하다.

A. 이하여백의 개관전시는 레오나르도 파스트라나라는 스페인의 천재 꼬마 화가의 전시였습니다. 레오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주실거라 생각했습니다.

아직은 전시 문화에 대한 접근이 낯설고 이해가 더 많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더 많은 전시와 공연들을 준비중에 있습니다.

어떤 것들인지는 직접 와서 감상해주시고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일반인들이 찾기 쉽지 않은 위치다. 어떤 이들이 주로 찾는가?

​A. 지나가다가 벤치가 예뻐서 들어오시는 분, 동네 산책하다가 바뀐 건물에 호기심을 갖고 오시는 분, 예쁜 교회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오시는 분 등 알음알음 이하여백의 소식이 전해져서 찾아주고 계십니다.

특별히 타지에서 오시는 분들은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소식 등을 통해 이하여백을 찾아주고 계십니다.

 

Q. ‘카페지기’로서 이 공간을 찾을 이들에게 특별히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작은 공간을 위해 수고해 주신 건축가와 건축사, 그 외의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고민한 흔적들이 곳곳에 숨어있는 사색의 공간, 감동의 공간, 기쁨의 공간, 여유의 공간입니다.

편하게 올 수 있는 위치는 아니지만 한번 방문해보시면 분명 만족하실 겁니다.

Q. 앞으로 계획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A. 앞으로 이하여백은 다채로운 이야기와 맛있는 커피로 여러분의 여백을 채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세부계획은 이하여백과 인친을 통해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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