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20년전 고속도로 가질 기회 있었다(?)
여수, 20년전 고속도로 가질 기회 있었다(?)
  • 강성훈
  • 승인 2023.02.06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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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고속도로 연구용역비 3억원이 던진 화두]
“전용도로 승격 불가능...승격이든 고속도로든...” 견해차
“정치적 이해관계 말고, 현실적 대안 놓고 시민들 의견모아야”

 

여수지역 관심 현안 사업으로 떠올랐던 여수-순천간 고속도로 건설 추진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속도로 건설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입장부터 고속도로 건설의 당위성까지 다양한 입장차가 전해지며 논란이다.

특히, 지역 정치권은 사전 타당성 용역비 3억원이 올해 국가 예산으로 반영된 것에 대한 주요 성과로 홍보를 하면서도 세부적으로 다른 입장차를 보이며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의 여론도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정부가 반영한 올해 예산 가운데 여수지역 관련 예산은 ‘여수~순천 고속도로 신설 사전 타당성 용역 예산’(여수~동순천IC간 도로접근성 개선방안 연구) 3억원이 가장 이슈로 떠올랐다.

연구 용역비 3억원에 불과하지만 ‘고속도로’가 가진 상징성에서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실제 여수시는 이번 사업비를 통해 고속도로를 포함한 여수~동순천IC간 도로 개선 방안을 모색할 근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역 일각에서는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것이냐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면서 고속도로 건설의 당위성에 대해서도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또, 자동차전용도로가 개통된 지 10여년만에 고속도로 개통이 가능하겠냐는 문제제기와 함께 자동차전용도로 건설 당시 왜 고속도로가 아닌 전용도로를 요구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회재, “별도의 고속도로 내는 안을 용역해야”

당장 지역 정치권부터 해당 사안에 대해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김회재 의원은 최근 가진 신년기자회견에서 “순천~여수 간 자동차전용도로 고속도로 승격’에 대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최근 여수시에서 자동차전용도로를 고속도로로 승격하자는 안을 제시했는데 반대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이 안은 이미 2012여수세계박람회 개최 전에 공론화가 다 끝나 자동차전용도로로 결론 낸 상황”이라며 “고속도로로 승격하기 위해서는 시민 결정 사안을 바꿔야하는데 용역해서 갈 수는 없다”고 했다.

또, “자동차전용도로를 고속도로로 바꾸면 현재 있는 진출입로를 전부 폐쇄해야 하고 톨게이트를 만들어 도로비도 부과해야 한다”며 “돈 안내고 편하게 다녀야 하는데 여수시민에게 물어보면 반대가 대다수일 것”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문제는 자동차전용도로와 고속도로는 폭이 다르다”며 “전국에서 자동차전용도로를 고속도로로 바꾼 사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3억원이 편성된 것으로 전용도로를 고속도로 바꿀 수 있다(용역을 한다)고 하는데, 말이 안 되는 소리”라며 “전용도로는 바꿀 수 없는 것이고, 별도 고속도로를 내는 안을 고민하고 만들어 용역을 해야 한다”며 “어느 노선으로 할지 여수시가 선제적으로 충분히 검토하고 용역계획에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 거론된 자동차전용도로의 고속도로 승격은 불가하니 별도의 고속도로를 내는 안을 고민하고 용역을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주철현, “신설이든 승격이든 방법 찾아야”

김회재 의원에 이어 신년기자회견을 가진 주철현 의원은 “국회 예결특위 위원으로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을 끈질기게 설득해 여수 고속도로 추진을 위한 용역예산을 확보했다”며 “구체적인 노선은 용역을 통해 도출되겠지만, ‘고속도로 없는 도시’라는 오명을 씻고 여수시민의 자긍심을 회복할 토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 기자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마치 제가 순천~여수간 전용도로를 확장해서 고속도로로 쓰는 안을 말하고 다닌다고 하는데 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면서 “이런 안도 있고 저런 안도 있다. 결국 노선은 국가에서 결정한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앞서 지난해 9월에도 “예결위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정부가 여수 지역사회와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수 있도록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비 10억원을 반영해달라고 요구했다”며 “여수 고속도로는 지역사회의 숙원인 만큼, 신설이든 기존 전용도로 승격이든,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여수지역사회 및 지자체와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처음 ’고속도로‘를 언급한 바 있다.

 

수조원 비용·막대한 통행료...만만찮은 현실

’고속도로‘를 두고 두 정치인의 사뭇 같은 듯 다른 견해다.

결국 새로운 고속도로를 건설하든지 자동차전용도로를 고속도로로 승격시키든지 막대한 건설 비용이 수반돼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를 설득 시킬 수 있느냐의 문제가 대두된다.

민선8기 여수시장직 인수위 검토 자료 등에 따르면 고속도로를 새로 건설할 경우 소라면 죽림리∼순천시 해룡면 복성리(동순천IC) 간 24km를 연장하는 것으로 1조9천억원의 사업비로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승격을 추진할 경우에도 동순천IC∼자동차전용도로 시점구간까지 4천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는데 실제 기존 구간에 가변차로를 넓혀야 하는 상황에서 해당구간에 교량이 12개, 터널이 4개에 달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불가능에 가깝고 사실상 신설에 준하는 예산이 수반될 수도 있는 현실이다.

또, 고속도로 건설시 통행료를 부담해야 하는 문제도 고민해야 할 과제다. 현재 자동차전용도로를 고속도로로 승격하면 1km 당 44원. 기본료 900원을 포함해 최소 편도 1800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고속도로 없는 유일한 도시’라는 명분으로 무턱대고 고속도로 건설을 요구할 수도 없는 현실인 셈이다.

 

20년전, 이미 예고됐던 우려 되풀이(?)

여기에 이미 10여년 자동차전용도로 건설 당시 지역사회에서 고속도로로 할 것인지 자동차전용도로로 할 것인지에 대한 숙의 끝에 자동차전용도로를 선택해 현재에 이르고 있는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비슷한 지역내 논쟁은 지난 2003년 여수시의회 시정질의 과정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시정질의에 나선 김영규 의원은 전주~순천간 고속도로 계획을 언급하며 ”고속도로가 여수까지 연결되지 않으면 여수는 관광도시가 아니라 순천과 광양에 근거지를 둔 사람들의 돈벌이 장소인 공장지대로 전락하고 말 것이란 우려도 그리 심한 표현은 아닐 것 같다“며 ”여순자동차전용도로를 전주~순천간 고속도로와 연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정부가 3,241억원을 들여 14.5㎞의 여수·순천간 자동차전용도로를 건설하기 위한 실시설계 진행중인 현실을 감안해 ”계획을 바꿔 고속도로 종점인 순천 성가롤로 병원 인근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김 의원은 ”이렇게 하면 실질적으로 고속도로를 여수로 연장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날 것이며 오히려 여수·순천간 무료통행이 가능한 자동차전용도로를 이용할 수 있어 산업 및 관광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의원은 ”고속도로의 여수연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왜 여수·순천간 자동차전용도로가 고속도로를 향하지 않고 순천 해룡을 향하게 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여수시에서 순천 및 광양 인근의 고속도로와 연결시킬 또 다른 대안이 있는지“를 따졌다.

 

통행료·기약없는 공기...전용도로 선택한 여수

이에 당시 건설교통국장은 답변을 통해 ”(여수시)에서 99년 4월부터 건설교통부 한국도로공사 등에 고속도로 연장을 건의한 바 있고, 2003년 2월 건설교통부와 협의한 결과 여수시민 의견이 고속도로를 원한다면 시의회 동의서 등 첨부해서 건의하면 재검토 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동차전용도로는 80km일 경우 15분이 소요되며 고속도로로 할 경우 톨게이트 등의 대기하는 시간 등을 감안한다면 고속도로보다 유리한 점이 많고, 도로구조 역시 거의 차이가 없는 전용도로가 건설돼 여수시민들이 통행료없이 이용하기 때문에 자동차전용도로 건설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20여년 전 상황임에도 당시 통행료를 1천5백원으로 계산했을 때 월 8억5천만원, 연간 102억원의 통행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추산도 나왔다.

여기에 ”계획변경시 공사가 최대 5년 이상 길어질 수 있다는 점도 반영됐다“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결국 여수시로서는 이미 20여년 전 고속도로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통행료 부담과 예측할 수 없는 공사 일정 등의 이유로 눈 앞에 놓인 현실적 대안이었던 자동차전용도로를 선택했다는 결론이다.

20여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또다시 ‘고속도로 건설’이 관심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정치적 이해관계’나 ‘상징적 의미’가 아닌 시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중심에 놓고 분석하는 현실적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20년만에 똑같은 상황을 마주한 여수시로서는 3억원의 용역 결과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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