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서의 막말은
정치에서의 막말은
  • 이상율 기자
  • 승인 2023.02.06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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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율 주필.
이상율 주필.

 

말모이는 말을 모아서 만든 것이란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편찬이 시도됐던 국어사전이다. 조선광문회에서 주시경과 그의 제자인 김두봉, 권덕규, 이규영 등의 언어학자들이 민족정신을 키우고자 사전 편찬 작업을 시작했다. 1911년부터 조사를 시작해 초기 원고까지 만들어졌지만, 편찬자들의 사망 등의 이유로 출판되지는 못했다. 이때 만들어진 말모이 초기 원고는 후에 조선 어학연구회로 넘어가 조선어 사전을 만드는 밑바탕이 된다.

말모이의 원고를 받은 조선어사전편찬회는 1929년부터 사전 편찬 작업을 시작했다. 1942년 초고가 완성됐으나 인쇄 직전에 일제의 극심한 탄압으로 관련자들은 옥에 갇히고 원고까지 빼앗기고 말았다. 1945년 해방 직후 원고가 서울역에서 발견되고, 이를 바탕으로 1947년 처음 <조선 말 큰사전> 1권이 나왔다. 그리고 조선어학회는 한글학회로 이름을 바꾸었고, 사전도 <큰사전>으로 이름을 바꿔 1957년까지 6권이 모두 나왔다. (EBS 어린이 지식 e). 영화로도 소개되어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기도 했다.

말모이는 일제가 우리말을 말살시키려고 하였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만들었던 우리 말 교본이다. 우리가 쓰고 있는 말을 모으기 위하여 표준어뿐만 아니라 사투리, 욕설을 도시 촌락 지역의 벽도 허물고 집대성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전해져온 우리말에 아름다운 말이 많고 많은데 욕설만을 서슴없이 내뱉는 자들이 많다. 정치에서의 악담과 욕설을 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인가.

지금 세계는 전쟁 중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영토전쟁으로 세계평화를 꽁꽁 얼어붙게 하고 있다. 장기간의 코로나 사태와 겹쳐 지구촌 모두가 어려운 경제에 시름이 깊어 간다. 관련 국가 간 주고받는 성명과 발언들이 증오에 찬 글과 말들이다.

2022510일 윤석열이 제20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한때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던 남과 북은 다시 대치 국면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북은 공해상에 미사일을 쏘아대고 무인 드론으로 영공을 침투하고 군사력 위용을 과시하는 등 평화 분위기를 위협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실시하고 있는 항공기 출격, ·미 군사훈련에 대해서도 맹비난하고 위협적인 행동을 가중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절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9.19 합의 위반이라며 남북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국가안보실에 지시했을 정도이다.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169, 국민의힘 115석 정의당 6, 기본소득당 1, 시대 전환 1, 무소속 7, 모두 299석이다.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는 국내외 엄중한 시기임에도 정치는 여전히 전쟁 중이다. ·야 간의 정책 경쟁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정책의 경쟁이 아닌 원색적인 막말 전쟁이 앞서고 이젠 선을 넘고 있다.

언중유골(言中有骨)이란 말이 있다. 말에 뼈가 있다는 말이다. 말에 순수성을 잃고 가시가 있으면 상대의 가슴에 생채기를 남기게 되고 그로 인한 미움과 증오는 인간과 국가, 심지어 세계를 불행하게는 원천이 된다.

어린이라는 말이 만들어진 것은 1914, 어린이날이 만들어진 것은 1922년이라고 한다. 당시의 어린이날 선전문에 1 어린 사람을 헛말로 속이지 말아 주십시오. 2 어린 사람을 늘 가까이하시고 자주 이야기하여주십시오. 3 어린 사람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부드럽게 하여주십시오. 4 어린 사람에게 수면과 운동을 충분히 하게 하여주십시오.라고 어린이를 사랑하는 말이 쓰였다고 한다. 악담과 욕설을 일삼는 어른들이 그 상대를 향해 어린이 대우하듯 경어를 쓴다면 언어순화는 제대로 될 듯하다.

부메랑이란 말이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 애버리지니(Aborigine) 동물 뼈 등으로 만들어 새를 잡을 때 사용한 것으로 던지면 다시 돌아오는 도구다. 사냥도구로도 쓰였고 부족 간 전투에서도 사용했다. 그런데 부메랑이 목표물에 맞지 않고 되돌아오면, 이는 자신이 공격받을 수 있다는 위험 신호이다. 그래서 의도를 벗어나 오히려 위협적인 결과로 다가오는 상황을 부메랑 효과라 한다. 우선 말부터 정화해야 할 이유를 여기서 찾았으면 좋겠다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선택했다.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국 지도층 인사들의 정형화한 언행을 이 말이 잘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혹은 야당 탄압이라고 말하고 도무지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공자는 過則勿憚改(과즉물탄개)라고 했다. 잘못이 있으면 고치는 것을 꺼리지 말라 뜻이다.

누구나 실수하고 잘못도 하는 법. 현명한 사람은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지만, 미련한 사람은 변명하고 합리화함으로써 두 번 잘못을 저지른다. 공자는 허물을 저지르고 고치지 않는 것이 진짜 잘못이라고 꾸짖었다.

우선 정치하는 사람들 말부터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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