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잊자? 묻고 기억하자!
묻고 잊자? 묻고 기억하자!
  • 남해안신문
  • 승인 2022.12.05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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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되지 않는 흑역사는 반복되는 법!!
[신난중일기] 한정우 박사

 

이태원참사가 발생한지 한 달이 넘어간다.

이태원 참사로 꽃다운 청춘 158명이 사망했고, 아직도 중태인 환자들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벌써 이태원 참사를 기억의 언저리에서 밀쳐내고 있다.

이태원 참사 소식을 듣는 순간 필자를 포함한 많은 국민들은 2014년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가 자연스럽게 회상되었을 것이다.

모든 국민을 충격의 도가니에 몰아넣었던 세월호 참사가 8년이라는 세월 속에서 망각의 강을 건너고 있을 때쯤 이태원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이태원 참사는 세월호 참사를 참 많이도 닮았다.

안전의식이 부족해서 참사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도 미리 없었고, 인명구조를 위한 체계적인 활동도 없었고, 참사 이후에는 제대로 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및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도 없다.

이태원 참사를 할로윈 사고라고 하고, 희생자를 사망자라 칭하고, 참사에 대한 분노를 애도의 침묵으로 누르려 하고, 책임자 처벌보다는 희생양을 찾아 꼬리만 자르려 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보다는 네 탓 공방으로 몰고 가고, 재발 방지 마련보다는 정쟁의 도구로만 여기고, 진정한 반성과 사과보다는 변명과 발뺌으로 도망만 가려고 하는 모습은, 어쩌면 그렇게 세월호 참사를 빼닮았는지 모르겠다.

특히나 위패나 영정도 없는 분향소의 모습과 근조 글씨도 없이 달으라는 검은 리본은 이태원 참사를 하루 빨리 ‘묻고 잊으라.’는 보이지 않는 강요로 느껴진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한다.

인간이 망각 기능이 없어서 모든 것을 기억한다면 인간은 정상적인 생활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뇌 의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참사라는 트라우마를 이겨내거나 승화시키지 못하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속적으로 간직한다는 것은 정신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래서 사람들은 슬픈 기억이나 가슴 아픈 사연을 애써 잊으려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특히나 기억되지 않는 흑역사는 어김없이 반복된다고 한다.

그래서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기 위하여 지나간 역사를 공부한다는 사람들이 있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약속을 우리가 제대로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는지도 모른다는 자괴감을 떨칠 수가 없다.

그래서 이제라도 ‘묻고 기억해야 한다.’

참사를 왜 사전에 예방하지 못했는지, 왜 구조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어떻게 해야 이런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지, 철저하게 묻고 확실하게 기억해야 한다.

상처는 잊더라도 교훈은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흑역사의 반복을, 반복되는 참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지역에서는 현재 소미산 대관람차 문제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필자는 이 논란이 새로운 문제로 다가서기 보다는, 예전에 이미 수차례 경험했던 지루한 논란의 대립이 시간과 장소만 바뀌어 반복되는 것으로 느껴진다.

관광활성화라는 명목의 개발론과 자연환경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보전론의 갈등, 여수의 자연경관을 이용하여 최대한의 사적 이익을 보려는 경제논리와 자연경관은 공공적 자산이므로 사유화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공동체 논리의 충돌은 이미 여러 번 우리 지역에서 반복된 역사이기 때문이다.

수문산 시티골프장에서도 그랬고, 돌산 중앙공원과 자산공원의 케이블카에서도 그랬고, 우후죽순 생긴 돌산의 숙박시설에서도 그랬고, 웅천의 고층 생활숙박시설에서도 그랬고, 최근에는 경도의 고층 생활숙박시설에서도 그랬다.

역시나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맞는 말인가 보다.

그래서 우리는 지나간 역사를 기억하고 되돌아보아야 한다.

수문산 골프장이, 돌산의 케이블카가, 웅천 고층 생활숙박시설들이 여수와 여수시민들에게 어떠한 역사로 남았는지 묻고 기억해야만 한다.

 

한정우 박사/ 정치학.한의학 박사/ 사단법인 여수이주민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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