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핼러윈, 국정조사 해야
죽음의 핼러윈, 국정조사 해야
  • 이상율 기자
  • 승인 2022.11.16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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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촛불시민행동이 12일 여서동 문화의거리에서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는 집회를 열었다.
여수촛불시민행동이 12일 여서동 문화의거리에서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는 집회를 열었다.

 

아비규환(阿鼻叫喚)이었다. 귀하고 소중한 생명이 밀리고 넘어지고 짓밟히며 죽어갔다.

202010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하여 몰려든 인파는 무려 13만 명에 이르렀다. 10시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턴 호텔 북서쪽 삼거리에서 한꺼번에 몰려든 막대한 인파로 결국 좁은 골목에서 주변 사람들과 뒤엉키고 밀리면서 앞쪽에 있던 사람에게 도미노처럼 덮쳐 159명이 압사하고 197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 중에는 여성이 100, 남성이 55명이었다.

이 중에는 연령대별로 20대가 103명으로 가장 많았고 3031, 1012, 408, 501명 순이었다고 한다. 이 중에는 외국인도 이란 5, 중국 4, 러시아 4, 미국 2, 일본 2, 프랑스, 호주,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베트남, 태국,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스리랑카 14개국 26명이나 됐다. 2014416, 304명이 사망한 역대 최대 규모의 세월호 참사에 이어 두 번째 발생한 끔찍한 참사였다.

핼러윈데이는 기원전 500년경 아일랜드 켈트족의 풍습인 삼 하인(Samhain) 축제가 그 기원이라고 한다. 켈트족은 사람이 죽어도 영혼이 1년 동안 다른 사람의 몸속에 있다가 내세로 간다고 믿었다. 이후 로마가 켈트족을 정복한 후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교황 보니 파게 4세가 111일을 모든, 성자들의 날’(All Hallow Day)로 정했고 켈트족의 풍속이 전야제(Hallows’ eve)를 통해 핼러윈데이로 정착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날에 죽은 영혼들이 되살아나서 정령이나 마녀 등이 출몰한다고 믿고 귀신들에게 육신을 뺏기지 않기 위해 유령이나 흡혈귀, 해골, 괴물 등의 복장을 하고 축제를 즐긴다고 한다. 독특한 의상을 차려입은 어린이들은 집마다 찾아가 사탕을 받으러 다니면서 사탕을 주지 않으면 장난을 치겠다라는 뜻의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 외친다.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이런 모습이 우리나라에도 소개되었다.

특히 이태원이나 홍대, 원어민 강사 등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번화가의 클럽이나 카페를 중심으로 핼러윈 파티가 열리면서 우리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속히 파급되었으며 어린이들까지도 이를 즐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와 더불어 유통가를 중심으로 핼러윈 마케팅이 불붙었고, 그 영향력으로 최근 몇 년 사이 젊은이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기념일로 자리매김했다.

유통가는 핼러윈을 앞두고 1~2달 전부터 다양한 관련 의상과 소품 등을 판매하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선다. 롯데월드와 에버랜드 등 놀이시설들도 다양한 핼러윈 관련 행사를 열어 방문객 유치에 공을 들이고, 호텔 등 숙박업계도 웃돈을 붙여 핼러윈 파티 장소를 제공한다. 경험자들은 관련 콘텐츠를 자신의 SNS에 올리며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3년 가까이 코로나19 사태로 억눌려 있던 젊은 층이 기지개를 켜고 해방구를 찾아 나섰다가 참담한 비극의 늪에 빠진 것이다.

외래문화인 핼러윈이 뭐길래 얄팍한 상술과 결합한 변종 행사에서 이 참담한 비극을 겪어야 하는지 매우 안타까울 뿐이다. 축제에는 브레이크가 없었고 골목에는 치안과 질서가 없었다. 치안과 안전이 세계 최고 나라라는 영예는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국가의 위상은 추락했다.

사고가 발생한 이곳은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골목길로 사람이 본격적으로 몰리기 시작한 저녁 7시 전까지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우측 통행을 하면서 어느 정도 통행이 이뤄졌지만, 그 이후에 인파로 거리가 가득 차면서 혼란이 빚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경찰이나 용산구청에서 사전에 보행자의 동선을 통제하는 일방통행 등의 조처를 내렸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 세계 불꽃 축제에서도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지만, 안전사고 없이 무사히 행사가 마무리됐다. 축제 현장엔 서울시를 중심으로 현장에는 소방재난본부, 한강사업본부, 영등포구청, 영등포 소방서·경찰서가 합동해 종합안전본부를 설치하면서 현장 안전을 관리했기 때문이다.

외신에서도 의외의 사고에 충격적인 비판을 쏟아 내고 있다.

아시아 역사학자 알렉시스 더 든 교수는 이번 참사에 희생당한 외국인들이 미국을 비롯한 20여 개국에서 온 젊은이들이 있었다면서 " 한국은 서로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융화될 수 있는 곳이었다. “참사만 일어나지 않았더라면.”이라고 비꼬았다.

, 알렉시스 더 든 교수는 세월호 참사에서 최고 수준의 무능한 정부를 목격한 나라였음에도(<가디언>), 삼풍 백화점 참사 이후 30년 동안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은 아닌지(<워싱턴포스트>)에서 보도했다. "한국에는 전 세계인을 끌어당기는 뭔가 ''한 것이 있다. 하지만 거기에 어울리는 책임감은 배가하지 못한 것 같다. 슬플 따름이다."고 힐난(詰難)했다.

최근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이태원 비극'은 공교롭게도 인도 다리 붕괴 사고 하루 전날 발생했다. 외신들의 두 사건 보도가 나란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인도의 반복되는 기반 시설 부실로 인한 사고를 지적하듯, 외신들은 반복되는 우리 정부의 무능으로 인한 사고를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1030일부터 115일까지 애도의 기간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참담한 현실을 위로받기에는 역부족이다. 사고가 발생했으나 정부는 사전 사후 조치에도 둔감했다.

정치권은 여·야 간 실속 없는 정쟁의 펀치만 날리고 있으니 안타깝다. 사고가 발생하면 우선 수습하고 경위를 조사하고 다시는 그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것이 바른 순서인데도 정쟁으로 치달아 정치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국정조사가 답이다.

현장 목격자, 경증 환자, 유족, 고의적이 아니지만, 상대를 치상, 치사하게 만든 사람 등이 불안 장애, 공황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에 시달릴 위험이 크다고 한다. 사고 후에도, 이들의 정신적 충격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는데 이들에 대한 대책 하나 반듯한 것 없다. 당국은 현장에서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하여 심폐소생술을 하느라 진땀을 흘렸던 영웅들에게 부끄러울 뿐이다.

우리 국민은 모두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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