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 기부제는
고향사랑 기부제는
  • 이상율 기자
  • 승인 2022.09.2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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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율 주필
이상율 주필

 

수구초심(首丘初心), 여우가 죽을 때 머리를 자신이 살던 굴 쪽으로 둔다는 뜻이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말한다. 고향(故鄕)은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누구나 고향이란 말만 들어도 아련한 추억에 잠기고 어린 시절 함께했던 벗들이 애타게 그리워진다.

명절 때면 귀성하는 사람의 차량 행렬이 전국의 도로를 점령하고 항구엔 섬으로 가려는 승객들로 법석인다. 갈매기도 제집이 있듯 고향에 오면 자랐던 집이 있고 부모 형제, 친척, 친구와 아련한 추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 문화, 벼슬 모든 것이 서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야망이 있거나 살림살이가 넉넉한 집안의 자제들은 대학부터라도 삶의 터전을 서울과 대도시로 선택한다. 직장도 얻고 주거도 확보하려고 하니 사람도 돈도 모두 수도권으로만 모인다. 도시는 밀려드는 사람들로 더욱 비대해지고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시골은 더욱 쇠락해진다. 인구가 줄면서도 인재도 대도시로 유출된다. 인재난에 각종 선출직 선거 때면 그 나물에 그 밥, 도토리 키재기라는 말이 회자한다.

어느 날 느닷없이 서울 생활 30년이 넘었다는 인사들이 고향을 찾는다. 정치인으로 변신, 그간의 관직 위세를 빌려 고장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지지를 호소한다. 서울내기 같이 살았던 그들이 마치 시골내기처럼 행세한다. 한결같이 고향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그간 고향을 위해 관심을 보인 바도 없었던 사람이 언제 적 고향이냐면서 시비를 걸며 배척한다. 평소 고향을 자주 찾고 관심을 보이며 모임에도 참석하고 고향의 일을 돕는 등 지역사회와 소통을 이어 갔었다면 받지 않았을 수모이다.

정부가 내년 11일부터 고향사랑기부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모든 지방자치단체는 다른 지방자치단체 거주자를 대상으로 최대 500만 원의 고향 사랑 기부금을 모금할 수 있게 된다. 10만 원까지 전액 세액공제를 받고, 10만 원을 초과한 액수에 대해서는 16.5%를 공제받는다. 10만 원을 기부하면 최대 3만 원의 답례품과 함께 연말정산 때 10만 원의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100만 원을 기부하면 최대 30만 원의 답례품과 함께 기본 공제 10만 원에 남은 90만 원의 16.5%148500원을 더한 248500원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기부금의 30% 이내(최대 100만 원 이내)에서 답례품을 제공해야 한다. 기부를 강요하거나 모금 방법을 위반할 경우 처벌하는 조항도 있다.

모든 지자체는 고향 사랑 기부금의 효율적인 관리·운용을 위해 기금을 설치해야 한다. 기금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의 복리 증진 등의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이를 검증할 수 있도록 기금심의위원회의 결산을 거친다.

기금을 조성하고 사회적 취약 계층 지원 및 청소년 육성 보호, 지역주민의 문화 예술 보건 증진. 시민참여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지원 사업에 쓰이게 된다.

포도주는 언제나 그 산지(産地)의 향기가 묻어있다는 프랑스 격언처럼 자신이 태어난 고향의 향기가 어찌 사라질 수 있겠는가. 고향을 잃고 살았던 사람에게 고향을 찾게 하는 기회가 열리게 된 것 같다. 고향을 사랑하는 출향민들에게는 매우 반가운 일인 듯하다.

고향 세 법시행을 앞두고, 지자체는 전담 조직까지 만들어 준비하고 있다.

각 지자체가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부분은 답례품이다. 기부자는 아무 지자체나 선택할 수 있어 답례품에 따라 대상 지역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치단체 직제에 전담부서를 두고 있지만, 민간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관이 그림을 함께 그려갔으면 한다.

우선 다양한 소비패턴에 적응토록 10대부터 전 연령대의 모니터링을 구축하여 운영하였으면 한다. 현재 시중에 유통 중인 상품 중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상품은, 계층별 구매 선호도는, 관광객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상품 등을 조사한다. 조사된 자료를 토대로 공정한 답례품을 선정한다. 기부자의 전화 또는 문자를 통해 감사를 정하고 의견을 물어 답례품을 정하는 것도 권유한다.

여수는 해양 관광도시이기도 하지만, 2012 여수세계박람회를 개최했던 도시로 오동도, 백도가 있는 다도해의 섬, 국가 산단, 농어촌, 여수국가산단, 향후 11개의 다리가 있는 등 다채로운 복합도시다. 지역 상품에만 의존하지 말고 특성을 활용한 서비스 상품 개발에도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농어촌 민박, 유람선 이용권, 각종 작업 현장 체험형 서비스, 노인 돌봄 서비스, 어선 체험 등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 프로를 다양하게 개발하였으면 한다.

답례품에는 정성이 깃들어야 한다.

우선 무성의하거나 불량품이 송달되는 행위를 사전에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발송 시 감사 서한문 표준문안을 업체에 배포, 이용토록 하고 별도 자치단체장의 감사 서한도 발송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답례품을 증정 후 만족도 조사도 병행하면 좋겠다. 만족도 조사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상품개발에 반영하는 것도 제2의 창업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제도를 활성화하려면 우선 지역주민에게 충분히 홍보하고 주민이 직접 다른 지역 거주 지인에게 전파토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고향세 기부제에서는 실제로 지역에 살지 않아도 지역에 다양하게 참여하는 사람을 관계 인구라 정의한다.

지역에 살지 않아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사람, 특산품을 구매하는 사람, 지역과 관계를 맺고 사업을 영위하는 사람, 지역을 응원하는 마음을 품은 사람 등 무관심층과 정주 인구 사이에 다양한 관계 인구층이 존재한다. 지역 외 인재와의 관계망을 활성화하고, 지역에 공헌하는 인재들이 지역과 맺는 관계를 심화·지속시켜야 소정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고향세 기부제는 잦은 귀향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안성맞춤이다. 기부에 참여하고 주변에 권유하는 것이 곧 고향을 찾고 돕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고향세, 고향을 잃었던 사람에게는 고향을 찾는 기회를 만들어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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