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보는 별, 그리고 사랑
마음으로 보는 별, 그리고 사랑
  • 남해안신문
  • 승인 2022.09.0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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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은 시인의 시 줍는 법, 시 먹는 법 72
신병은 시인.
신병은 시인.

 

나의 별자리 운세인 물병자리(1.20~2.18)를 찾아보았는데 재미있다.

“예술가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음악이나 미술, 작가, 시인 같은 직업이 어울린다. 또 말도 조리있게 잘 하고 관찰능력이 뛰어나서 남들이 개척하지 못한 분야를 스스로 완성해 나가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의 주목을 많이 받는 편이고, 혼자보다는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한다. 또한 독특한 사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평범한 사람들의 도덕적 관념을 따르기보다 사회전체의 거대한 논제와 논점에 대해 고민하고 필요하면 자신을 희생시킬 수도 있다.

혁신가의 기질을 갖고 있으며,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지고 있고 낡은 인습타파에도 적극적인 편이다. 특유의 언변으로 유쾌하면서도 위트가 있어서 주변에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는다“

 

나의 별자리 운세를 보니 내가 생각하는 나라는 사람에게 참 많이 근접해 있다.

시화 소설은 그 대상과 현상을 바라보는 안목이다.

루카시는 아무리 캄캄한 밤이라 해도 우리가 가야할 길을 안내하는 별빛 하나만 있다면 행복하다고 했다.

별은 예술적으로 보면 우리의 사랑이고, 희망이고, 꿈이고, 운명이고, 나아갈 삶의 지표로 원형상징화 되어있다,

예술 속에 안겨 있는 별 이야기, 알퐁스도데의 <별>, 반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생땍쥐베리의 <어린왕자>에 나타난 ‘별과 사랑’을 들여다본다.

 

먼저 알퐁스도테의 <별>이다

주인댁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짝사랑하는 양치기 소년의 순결하고 성스런 사랑 이야기다.

아마 다 아는 이야기지만 간략하게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생각지도 않았는데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식량을 싣고 왔었고, 결국 소나기가 내려 소르그 강물이 불어 돌아가지 못하고 하룻밤을 산위에서 같이 보내야하는 상황에 처한다, 이 소설에서 인상적인 한 문장은 “기어이 밤은 오고야 말았습니다.”였다. 참으로 난처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소설의 백미는 끝부분에 스테파네트 아가씨에게 별 이야기를 해주는 장면이다. 소년이 들려주는 별이야기는 소년의 아가씨에 대한 사랑의 간접적 고백이다.

이 소설의 결말부분은 다음과 같다

 

“나는 무엇인가 부드럽고 연한 것이 내 어깨 위에 가볍게 얹히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리본과 레이스 ,그리고 물결치는 머리카락을 가볍게 스치면서 내게 기대어 오는, 잠들어 축 늘어진 그녀의 머리였다.

그녀는 하늘의 별들이 솟아오르는 아침빛으로 지워져 흐려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나는 가슴속이 약간 두근거렸지만, 내게 아름다운 생각만을 보내준 이 맑은 밤에 의해 성스럽게 보호를 받아 고이 잠들고 있는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별들 중 하나가, 가장 아름답고 가장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 어깨 위에 내려앉아 잠들고 있다고 몇 번이나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가슴이 설레는 본능적인 감정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저 수많은 별들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별님하나가 길을 잃고 내 어깨위에 잠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소년의 사랑이야말로 순결하고 성스런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에 대한 공감과 떨림의 여운을 주게 된다. 그러면서 ‘내 마음 속에 있는 생각을 어떻게 다른 사람의 마음에 옮겨놓을 수 있을까?’‘어떻게 마음의 수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다음에는 반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에 보이는 별이다.

별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고흐가 고갱과 다투고 귀를 자른 사건이후에 생레미 정신요양원에 자진해서 들어간 후에 그곳에서 자신의 마음을 담아 그린 격정적이고 신비로운 그림들 가운데 하나다.

고흐는 늘 밤하늘을 보며 별들이 반짝이며 빛의 잔치를 벌인다고 생각했다.

고흐의 별은 그가 종교적으로 발견하지 못한 사랑을 뜻한다. 그것은 그가 신학대학 과정을 다 마쳤지만 말이 어눌하다는 이유로 복음전도자의 자격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달은 태양처럼 불타고 하늘에는 폭발할 듯한 노란 별들이 가득하다. 그 가운데로 거대한 나선형의 성운이 꿈틀거리고 지상에서는 하늘을 향해 치솟은 거대한 불꽃 모양의 삼나무가 이에 대응하고 있다. 작품 전체는 충동적이며 격렬한 붓놀림, 거대한 궤도를 따르는 감정의 해방으로 힘과 긴박감을 자아낸다. 게다가 전경의 차분한 마을 풍경과 같은 요소를 대비시켜 그 효과를 더 증대시키고 있다.”

 

고흐의 밤하늘은 하나님의 무한한 실재를 상징하고 있다.

밤하늘을 표현한 청색은 ‘하나님의 아름답고 신성한 사랑’ 인간과 자연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표징하고

별과 달을 표현한 노란색은 ‘신성한 사랑’을 상징한다.

이렇게 볼 때 고흐의 별도 순결하고 고귀한 신성한 사랑을 뜻하는 조형적 오브제가 된다.

 

다음은 생땍쥐베리의 <어린왕자>의 별이다.

 

어린왕자는 소혹성 B612호에서 살고 있었고 어느 날 그 별에 장미꽃 한송이가 피어났다.

정성껏 그 꽃을 돌보았지만 그녀는 너무나 까다로왔다.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그는 자기별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별을 떠나 7개의 소혹성을 차례로 방문한다.

첫째 별은 백성이 단 한 명도 없는 임금, 두번째 별은 아무도 칭찬해 주지 않는데 허영을 부리는 허영꾼, 세번째 별은 자기 모순에 빠져 있는 술꾼, 네번째 별은 목적없고 의미없는 삶을 살고 있는 상인, 다섯번째 별은 아무런 목적도 없이 명령에만 무조건 복종하고 사는 점등인, 여섯번째 별에는 삶과 지식이 유리된 지리학자가 살고 있다,

 

이들을 만날 때마다 ‘어른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이상해’

아이와 어른은 소통이 되지 않는다. 아이도 어른도 서로에게 외계인이다.

이렇게 하여 일곱 번째 도착한 별이 지구다.
지구에 도착한 어린왕자는 장미가 너무나 많다는데 큰 충격을 받고 슬퍼했다.

사이가 나빠 자기별에 두고 온 장미가 우주에서 유일하기 때문에 가치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틀렸던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별의 장미가 진정 가치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라는 것이 어린왕자가 부딪힌 실존적 질문이다.

어린왕자는 여우와의 만남을 통해 그의 가장 절실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는다.

장미가 참으로 가치 있는 것은 희소성 때문이 아니라 서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서로 길들여지는 것이다. 길들여지기 위해서는 함께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그리고 그렇게 길들여진 존재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자기 별로 돌아가기를 결심한다.

 

어린왕자도 우리처럼 장미와 쉽게 사랑을 시작했지만 그 사랑을 어떻게 지키고 책임져야하는지 아직 잘 몰랐다. 순수함을 잃은 어른들의 영혼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어린왕자는 맑고 순박한 영혼을 통해서 보고 겪는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어서 그래

집이든 별이든 사막이든 그것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잘 볼 수 없어

길들여진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어린왕자가 못 견뎌 했던 네 개의 가시와 손톱이야기는 진정한 사랑을 원하는 장미의 숨겨둔 마음임을 헤아리게 된다. 아름다움도 우리가 바라보는 그 대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눈과 마음에 있다.

<어린왕자>에는 사랑에 관한 아름다운 잠언이 안겨 있다.

고요하면 맑아지고 맑아지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보인다고 했다.

생땍쥐베리의 어린왕자에 보이는 사랑 역시 맑고 순수한 동심적 사랑으로 사랑의 원형을 보여주는데 손색이 없다.

 

마음으로 보는 별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세 명의 예술가는 마음으로 별을 보는 동심의 인간, 사랑의 인간이다.

‘사랑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란 말을 듣는 사람은 참 불행한 사람이다.

진정한 사랑은 삶이 통째로 소통되고 서로 교감하는 것, 무엇을 사유하고 꿈꾸고 무엇 때문에 고통받고, 무엇에 분노하는지를 통째로 주고받는 것이다

나는 요 근래 별을 본 적이 없었던 같다.

밤하늘의 별이든 마음속의 별이든 별 하나 간직하고 사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웃는 별을 하나 가지면 좋겠다.

 

나의 별자리 운세를 찾으면서 별을 찾는다는 의미는 곧 나를 찾는다는 의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란 누구인가?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가?를 자주 물어 줘야한다.

그래서 스스로 자신의 氣를 살리는 안부를 물으면 좋겠습니다.

나와 남과의 관계보다는 나와 나와의 관계가 좋아야 합니다. 그게 바로 진정한 자존이다.

힘들면 힘들다고 하고, 아프면 아프다고 하는 나와의 소통에 솔직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안부를 물을 때 시의 언어처럼 둥근 언어를 사용하면 좋다.

 

둥근 언어는 간곡어법이다. 이것이 곧 시의 어법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알퐁스도테의 <별>, 반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생땍쥐베리의 <어린왕자>에 나타난 ‘별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 드러난 언어도 둥근 언어들이다.

그러고 보면 사랑의 언어는 둥근 언어다.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말이어야 하고, 서로는 서로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여자는 유머하고 재미있는 웃기는 남자를 선호하지만, 남자는 웃기는 여자보다는 웃어주는 여자를 더 선호 한다고 한다. 이처럼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사랑의 첫걸음이다.

사랑은 나의 관심과 나의 시간을 나누는 것, 나의 삶의 한 조각을 나누어 갖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삶, 건강한 삶, 좋은 시를 쓰려면 먼저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별, 그대>의 대사 중에 이런 대사가 있다.

“난 그게 훨씬. 100배 1000배 중요해.

난 니가 어느 별에서 날라온 에일리언이든 뱀파이어든 괴물이든 과거가 어떻든 그런 것 보다

내가 좋아하는 아니 내가 좋아했던 남자가 날 어떻게 생각했는지가 가장 중요해.

날 단 한순간이라도 진짜로 좋아는 했던 건지.“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말이다.

고미숙 또한 <호모에로스>를 통해 인간은 에로스적 충동으로 태어나고, 에로스를 삶의 근원적 힘으로 사용 한다고 했다. 즉 사랑을 통해서 존재의 자유와 행복을 추구해 간다는 뜻이다.

진정한 사랑은 삶이 통째로 소통되고 서로 교감하는 것, 무엇을 사유하고 꿈꾸고 무엇 때문에 고통받고, 무엇에 분노하는지를 통째로 주고받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도 ‘사랑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란 말을 들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니체는 ‘참된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을 스스로 창조한다.’고 했다.

대상이 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대상을 창조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고 문학이고 시다.

사랑도 문학도 시도 궁극적으로 “삶을 아름답게 창조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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