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설 맞아 아름다운 사람들의 ‘나눔보따리’ 화제
여수, 설 맞아 아름다운 사람들의 ‘나눔보따리’ 화제
  • 이상율 기자
  • 승인 2022.01.24 0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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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아름다운 가게 생필품세트 소외이웃 150가구에 전달
올해 한화솔루션 등 18개 기업 참여...풍성한 보따리 꾸려
아름다운가게 자원봉사자가 어르신에게 나눔보따리를 전달하고 있다.
아름다운가게 자원봉사자가 어르신에게 나눔보따리를 전달하고 있다.

 

올 겨울 들어 유난히도 포근했던 날씨가 아름다운 사람들을 맞았다.

22일 아침 이른 시간 망마 경기장에는 차량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정문을 들어선 차량은 왼쪽으로 방향을 꺾어 경기장을 둘러싸고 있는 도로를, 한 바퀴 돌아 정문 앞에 멈춰 선다.

마치 코로나 검사를 위한 드라이브 스루 같은 모습으로 87대의 승용차와 소형 화물차들이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차에서 내린 어른과 아이들은 삽시간에 정문 계단 주변을 뒤덮는다.

해마다 여수 아름다운 가게가(여서, 쌍봉점) 주최하여 사회적 약자에게 설맞이 사랑의 나눔 보따리를 전달하는 행사가 열리는 날이다.

오늘은 19번째(추석 4번째 포함) 행사가 시작됐다.

로비 앞에서는 뉴젠리더십 학교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앙상블 넬라판타지아가 망마 경기장의 잠을 깨운다.

참석자들은 로비에 있는 코로나 검색대를 통과한 배달 천사들은 접수처에서 신청 여부를 확인하고 자원봉사자로부터 해당 가구별 수령자의 성명, 주소,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건네받는다.

어제까지만 해도 찬바람이 귀를 찢을 듯 추웠는데 날씨도 아량을 보인 듯 추위가 한풀 꺾였다. 하늘은 푸르고 몸 떨림은 없다.

그래도 진달래 마을이 선뜻 나서 설치한 붕어빵 차량 앞에는 많은 이들이 줄을 서서 뜨거운 붕어빵 두서너 개를 들고나와 추위와 허기를 달랜다.

입구에는 생필품 상자와 이불, 라면, 휴지 등이 약간의 거리를 두고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22일 아름다운가게 나눔보따리 행사에 2백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해 뜻을 함께 했다.
22일 아름다운가게 나눔보따리 행사에 2백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해 뜻을 함께 했다.

 

나눔 보따리는 가정에서 늘 필요한 갖가지 생필품을 담은 기본 한 상자와 뜻을 함께하는 시민과 기관 단체가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보태 이불, 화장지, 각 티슈, 봉지라면 1박스, 컵라면 2박스, 각 김치 1박스 비닐 꾸러미, 초코파이 1박스 등 10가지를 보태 꾸려진 20만 원 상당의 푸짐한 보따리가 150개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한화 솔루션을 비롯해 18개 기업, 단체가 개인으로는 시민, 아름다운 가게 운영위원 등 30여 명이 좀들이 쌀처럼 내놓았다.

나눔보따리는 지난 18일부터 추운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인 모두모아 봉사단 신기 자율봉사단, 여천NCC, 아름다운가게 매니저, 활동 천사들의 포장 작업으로 시작됐다.

여수는 사회적 기업과 단체들이 사전 교류와 협조를 통해 서로 품앗이하고 정보를 공유, 이중 삼중 지원을 사전 예방하고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단체. 기관, 산단 기업 간의 묵시적 협력의 좋은 사례다.

1시간여 준비 끝에 9시 드디어 간단한 식을 통해 사랑의 잔치가 잘되도록 다짐하고 사회자가 간단한 행동 요령을 설명하느라 바쁘다.

배달을 마치면 몇조 배달 완료라고 문자를 보내주세요.

배달 가시면 ”“안녕하세요. 저희는 아름다운 가게를 대신하여 명절 인사를 드리기 위해 자원봉사로 참여한 사람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이렇게 인사를 해주시고 세배도 드리고, 안부도 물어드리고 오시면 되겠다고 주석을 단다. 그리고 연습도 시킨다. 우렁찬 환호성이 장내를 달군다.

배달 천사는 사전 모집했다. 취지에 찬동한 시민 87명이 선발됐다.

외롭고 외로운 이들의 집을 찾아 선물을 전달하고 안부도 묻고 세배도 하기 위함이다. 대부분 아들, 딸들과 동행하는 이가 많다. 자녀들에게 사랑과 인성 개발에 좋은 기회로 삼고 동반하는 배려가 담겨있다.

줄잡아 이런 배달 천사만 해도 200여 명에 이른다. 패킹 작업, 관리자까지 합치면 약 250여 명의 땀방울이 배어있다.

차량에 선물을 실을 차례다.

모두모아 봉사단, 여천NCC(주), ㈜영동이엔시, 동백클럽의 회원들이 제각기 흩어져 있는 물품 앞에서 차례대로 지정된 물품을 싣는다.

방문 가구 수를 말하면 해당 가구 수에 맞춰 차에 싣는다. 김희재 의원은 격려사를 통해 안전한 배달을 당부했다. 권오봉 시장은 휴지 담당, 힘을 보탰다. 백인숙, 박성미, 이미경 시의원도 짐 싣기를 거든다.

“잘 다녀오세요”. 짐 실은 차가 빠져나간다. 다음 차가 줄을 이어간다.

어느덧 운동장은 적막이 감돌고 완료 문자만을 기다리던 자원봉사자들의 재잘대는 말소리만 남는다.

마지막 차가 떠난 것이 오전 11시 20분께. 벌써 사랑의 선물을 전달하고 문안을 드렸다면서 “끝”을 알리는 메시지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가게 수고했다는 인사로 잠시의 침묵을 깬다. 매니저의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긴장의 끈이 풀린다.

2시 10분경, 마지막 메시지가 들어왔다. 하루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박수로 갈무리한다. 아름다운 가게와 시민이 함께한 사랑의 선물은 이웃에게 위로를 안겼다.

아름다운 사람들과 아름다운 공간에서 아름다움을 나눌 수 있어 행복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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