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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사랑의 티키타카를
연말연시 사랑의 티키타카를
  • 이상율 기자
  • 승인 2022.01.18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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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 책상에 슬며시 동생의 대학 합격증을 내밀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 동생이 대학에 합격하고도 등록금이 없어서 대학에 못 들어가게 생겼습니다.

아버지는 많은 빚을 남기고 돌아가셨고, 저는 군에 있어 도와줄 길이 막막합니다.

염치없는 일이지만 동생 등록금을 빌려주신다면 꼭 갚겠습니다."

진지한 표정으로 제 이야기를 듣던 지점장님은 대학 합격증을 보시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돈을 찾아와 빌려주셨습니다. 그리고 동생은 대학을 진학했습니다.

따뜻한 편지에 소개된 글의 한 대목이다.

사연인즉, 이 글 주인공 아버지는 운영하던 회사가 부도를 맞고 그 충격으로 쓰러졌고 결국 세상을 등졌다. 남은 형제는 뒤치다꺼리만 담뿍 안고 하루가 멀다고 돈 갚으라는 사람들에 시달려야 했다. 조금씩이나마 빚을 갚던 형은 너무 힘들어 현실도피를 위해 도망치듯 군에 입대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동생이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휴가를 나와 보니 동생은 등록금이 없어 끙끙 앓고 있었고 현실은 막막했다. 그러나 누구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친척, 지인들도 외면했다. 지친 형제는 어느 날 함께 길을 걷다 우연히 한 은행을 발견하고 때마침 문이 열려있던 지점장실로 성큼 발길을 옮긴 것이다.

진지한 표정으로 제 이야기를 듣던 지점장님은 대학 합격증을 보시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 직원을 불러 자신의 돈을 찾아오라고 하시더니 그걸 빌려주었다. 그리고 차용증도 거절하고 동생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동생은 대학을 갔고 대학에 다니는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4년이 지난 다음에야 빌린 등록금을 다 갚게 되었다. 그리고 10년 동안 인연을 이어가다 어언 30년이 지난 지금은 연락이 끊겼고 동생은 10년 전 지병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삶의 벼랑 끝에 서 있었던 형제에게 그 은혜를 주었던 지점장, 비록 동생은 지병으로 이미 10년 전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지만, 조건 없이 큰돈을 빌려주셨던 그때의 은혜를 잊을 수 없어 그 지점장을 다시 찾고 있다는 사연이었다.

혹시 이 편지를 보신다면 연락이 닿아서 꼭 뵙고 싶습니다.”라는 마지막 문장이 삭막한 현실에서 은혜를 잊지 않고 독지가의 안부와 연락을 기대하는 그 모습이 가슴 벅찬 감동을 준다.

우리 민족은 정이 많다. 예부터 더불어 사는 방법을 알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들이었다.

농촌에서 농민들은 농사일이나 길쌈 등을 협력하여 함께하기 위해 마을 단위로 만든 공동조직인 두레를 두었다. 또 뜻하지 않게 사고나 재난을 당했을 때 공동 노력으로 이를 극복하는 상호부조의 관행이 부락 단위로도 널리 이루어져 왔다. 국가적으로 장려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결혼, 축연, 상가에는 금전이 아니면 물품으로라도 예를 표하는 것이 우리의 부조 관행이다. 이 모두가 공동체 사회에서의 더불어 살기를 위한 일이었다. 이웃을 배려하는 정 때문에 이루어진 최상의 덕목이다. 이처럼 삶의 터전이었던 촌락사회는 일상생활 속에서 두레와 상호부조의 관행을 정착시켜온 모태였다고 할 수 있겠다.

오래전 여수시 율촌면에서 발견된 상가 부의 록에 와능일두(瓦陵一斗)라는 기록이 있었다. 와 능은 기와 를 능은 묘 으로 마치 기와집 모양인 고막을 의미하는 것 같다. 용량을 표시한 일두 一斗는 한 말을 의미하는 것이다. 고막 한 말을 잡아 상가에 부조했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넉넉하지 못한 삶의 터전에서 이웃 잔치나 상가 부조를 위해 왼 종일 바다에 나가 고막을 손수 캐었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웃사랑에 얼마나 정성이 넘쳐나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게 부조(扶助)가 아니겠는가.

여수(麗水)는 물과 강, 산만 아름다운 곳이 아니라 친절하고 인심은 풍부하고 이웃을 배려할 줄 아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어느덧 음력 12월도 중간 점에 이르렀다. 얼마 후면 임인년 설날이 닥쳐온다.

명절이 오면 가장 우울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도 명절이 도리어 무섭다는 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자식도 없고 일가친척조차 없이 홀로 사는 독거노인, 세배조차 할 대상이 없는 조손 가족, 세뱃돈 한 푼 줄 수 없는 영세가정이다. 그러나 이들의 설날도 따뜻해야 한다.

벌써 산단의 각 기업 사회봉사 팀은 물론 기관, 단체, 중소기업, 개인 까지 모두 나서 어려운 이웃에 설빔을 돌리고 아픔을 씹고 있는 단체에도 성금과 생필품을 건네고 농어촌에 집을 신축하거나 수리하는 봉사도 잇달고 있다.

아름다운 가게는 오는 22일 사랑의 나눔 보따리 150개를 관내 어려운 이웃에 전달하기 위하여 배달 천사를 모집하고 있다. 배달 천사는 어려운 이웃집을 직접 방문하여 사랑의 보따리를 전하고 안부도 묻고 세배도 드리는 온정이 가득한 프로그램이다. 훈훈한 사랑의 대열이 이어지고 있다. 참으로 살만한 여수다. 

티키타카라는 말이 유행이다.

티키타카는 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뜻하는 말이다. 축구에서는 짧은 패스를 끊임없이 주고받는 것으로, 잘하면 승리를 쟁취할 수도 있단다. 보통 쿵짝(장단)이 잘 맞는 관계, 죽이 척척 맞고 합이 잘 맞는 관계를 말하기도 한다.

우리 연말연시에 이웃과 티키타카 하자. 주거니 받거니 아름다운 손길들이 이 사회를 더욱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남에게 베푸는 것이야말로 자신을 행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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