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투구(泥田鬪狗)와 솔로몬의 재판
이전투구(泥田鬪狗)와 솔로몬의 재판
  • 강성훈
  • 승인 2021.12.17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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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 한정우 박사
한정우 박사.
한정우 박사.

 

지난 2020년 여수를 뜨겁게 달구고 치열하게 대립했던, 시청 별관 청사 증축과 재난지원금 지급에 관한 논란이 2021년에도 1년 내내 지루하게 진행되고 있다.

올 연초에 여수시정부와 여수시의회가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기로 했던 시청 별관 청사 증축은 시민여론 조사를 실시하라는 찬성 측과 여론조사 자체를 반대하는 반대 측이 여전히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여수시정부는 별관 청사 증축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여론조사만을 밀어붙이고 있고, 여수시의회는 본회의에서는 여론조사 실시 결의안을 통과시키고도 해당 상임위에서는 부결시키며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에 시작된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도 올해 초에 1차가 지급되면서 일단락되는가 싶었지만, 코로나가 올해까지 장기화되면서 다시 지급하라는 여수시의회와 지금은 아니고 내년에 봐서 지급하겠다는 여수시정부가 대립하며 서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2년째 진행되는 시청별관청사 증축과 재난 지원금 지급문제를 둘러싼 대립을 바라보는 시민의 눈은 이미 차갑기만 하다.

별관 증축과 재난지원금 지금을 둘러싼 지루한 논쟁은 원칙을 만들지도 않으면서, 상대방을 설득하기 보다는 자기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려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여수의 미래를 두고 서로 논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힘겨루기로 밖에 보이지 않은지 이미 오래다.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은 별관청사 증축문제와 재난지원금 지급의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박람회장 사후 관리 및 운영 주체에 대하여도 여수광양 항만공사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과 여수시나 독립법인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대립이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의대나 대학병원 설치에 대하여도 의대는 순천대에 주고 대학병원을 여수에 유치해야 한다는 의견과 여수대와 전남대의 통합당시의 양해각서를 근거로 전남대 대학병원 여수 설치를 전략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여수 시민과 여수의 미래를 중심에 놓고 토론과 설득을 통한 합리적 합의 도출을 위한 노력도 없이, 오로지 상대방의 의견을 반박하고 자신의 의견만을 주장하는 현재 여수 정치권의 모습은 지방선거와 총선을 앞두고 벌이는 이전투구(泥田鬪狗)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전투구(泥田鬪狗)라는 말은 조선 태조 이성계가 왕위에 즉위하여 정도전에게 팔도의 사람들에 대하여 평가 하라고 했을 때 ‘함경도는 진흙 밭에서 싸우는 개(泥田鬪狗)’라고 평가했다는 데에서 유래된 것으로, 강인한 성격의 함경도 사람을 이르는 말로도 쓰였지만 지금은 자신의 모습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의 이익만을 위하여 싸우는 모습을 표현하는 우리나라만의 사자성어라고 한다.

이전투구와 비슷한 이야기로 고전인 한비자(韓非子)에 ‘훼(虺)’라는 뱀 종류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벌레 중에 ‘훼(虺)’라는 뱀 종류가 있는데, 몸은 하나인데 입이 2개다. 그런데 서로 먹겠다고 물어뜯고 싸우다가 오히려 서로를 죽이게 된다(蟲有虺者, 一身兩口, 爭食相齕遂相殺也)는 이야기다.

이러한 이전투구와 훼의 양상에서 많이 연상되는 것이 솔로몬의 재판이다.

솔로몬은 지혜로운 이스라엘의 왕으로, 한 아이를 두고 서로 자기 아이라고 주장하는 두 엄마에게 아이를 반으로 나누어 가지라 하니, 한명은 찬성하고 한명은 포기하고 반대하는 것을 보고, 자기의 주장보다 아이의 생명을 중시하는 엄마를 진짜 엄마로 판결했다는 이야기다.

지도자에게는 독선과 독단보다는 포용과 리더십이 더 중요한 덕목임을 간과하지 않기를 바래본다.

당장 자신의 이익을 보고 싸우기 보다는 여수의 미래를 위하여 고민하고 토론하고 설득하는 모습의 지도자들이 보이면 좋겠다.

여수 시민들은 솔로몬만큼 현명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

한정우 박사/ 정치학.한의학/ 여수이주민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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