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는 대장동이 아니다.
경도는 대장동이 아니다.
  • 이상율 기자
  • 승인 2021.11.1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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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팔경(八景)에 원포귀범(遠浦歸帆)이 있다. 짧은 시구 안에 남쪽 수평선이 보이는 곳까지 고기를 잡으러 갔다 포구로 되돌아오던 하얀 돛단배의 아름다운 정경이 함초롬히 젖어 있다.

섬의 외·내동 사이 성산 정상에 우뚝 웅장하게 솟아있던 노송, 그 위로 둥둥 떠 있는 하얀 구름 사이로 황금빛 노을이 아름답게 채색되고 포구의 잔잔한 물결이 찰랑거리는 사이로 하얀 돛단배가 미끄럽게 들어서면 널따란 대야를 머리에 이고 작은 소쿠리는 옆에 끼고 부리나케 달려온 아낙네의 배시시 웃는 모습에 반기는 남정네의 미소가 흘러나오던 아름답고 평화스러웠던 광경이 절로 떠오른다.

이처럼 청량하고 평화스러웠던 섬이 현대화의 물결에 이리 찢기고 저리 찢기고 심지어 부동산 투자의 투기장으로 변할 것 같다는 예상마저 있어 안타깝다.

1973년 당시 내무부(현 행정안전부)가 도서지(島嶼誌)를 편찬한 바 있다.

1971년 기준 전국 3,418개 섬 (유인도 931, 무인도 2,587)을 대상으로 1972217일부터 817일까지 6개월간, 해당 시···면 직원을 동원, 인구, 면적, 시설 등 68개 항목의 조사를 집대성해 발간, 전국 시·군에 배포했었다.

도서지에서는 당시 경도는 여천군 돌산 면에 속한 대경도로 총면적 2.80, 인구 1,740명이었으며 269가구에 주택은 306동으로 그중 지붕 개량 173, 초가 133동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중 어선은 86(동력 24, 무동력 62), 간이상수도, 물량장도 없고, 동력 농기구라야 분무기 2, 발동기 3대뿐으로 매우 열악한 섬이었다. 미레셋이 개발을 시작한 2020년 기준 으로는 53가구, 인구 616명인 섬으로 바뀌었다.

미레셋은 경도를 2024년까지 싱가포르 센토사섬을 능가하는 관광단지로 조성한다고 했다. 섬 전체 면적 2, 34가운데 2, 13(644,325)을 사들였다. 주민이 사는 3개 자연부락은 겨우 0, 21로 마치 넓은 바다 가운데 있는 외딴 섬처럼 되어 버렸다.

골프장, 콘도, 테마파크, 6성급 호텔, 쇼핑몰, 해상케이블카, 해양레저 시설 등을 추진하고 있다. 개발이 완료되면 연간 400만 명이 넘는 국내외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 14969명의 고용효과는 물론 14천억 원 이상의 생산 효과 유발을 내다봤다. 시내 국동과는 겨우 1남짓한 경도가 상전벽해가 되는 것이다. 시민들은 환영하고 지지를 표했다.

그런 미래에셋 컨소시엄20191, 경도 해양관광단지 조성을 위한 전체 마스터플랜을 수립 완료한 후 두 달만인 3, 이 마스터플랜에 따른 개발계획변경 안을 전남도에 신청하고, 전남도는 20202월 개발계획변경을 승인 고시했다. 이 개발계획변경에 따라 사업시행자가 전남개발공사에서 미래에셋 자회사인 YKD()로 변경된 것이다.

이어 약 2개월 후인 20204YKD()는 경도 초입부 약 7만 평의 상업시설 부지를 숙박시설 부지로 변경하는 개발계획변경 안을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을 통해 전남도에 신청하고 전남도는 2020716일 이 개발계획변경을 승인 고시해 줬다.

계획 변경 전과 변경 후의 예상 조감도.
계획 변경 전과 변경 후의 예상 조감도.

 

수상한 움직임에 지역사회는 이 개발계획변경은 당초 미래에셋 그룹 회장이 체결한 투자협약과 20202월 이미 승인 고시된 전체 마스터플랜에 따른 개발계획을 변질시키고, 경도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한 법률의 취지를 위반해 부동산 개발 투기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도록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또한 병풍과 같은 대규모 고층 건물들로 인해 자연경관까지 크게 훼손시키는 막대한 피해를 주게 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여수시의회를 시작으로 시민단체까지 나서 국회의 국정감사를 의뢰하고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하며 연일 1인시위도 하는 등, 반대 물결이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병풍을 세운 듯한, 지상 약 100m나 되는 29층 건축물은 진입도로인 연륙교 높이 약 23m보다 약 4배나 높은 데다 국··시비 등 약 1,100억 원의 나랏돈으로 건립하는 진입 연륙교와의 부조화와 경도의 경관과 조망을 크게 훼손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고층 건축물로 주변 기존 자연마을 단독 주택들은 고층 장벽의 압박감은 물론 집안까지 훤히 내려다보여 주민이 마치 모르모트로 전락, 심각한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2020년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건축사사무소 UN스튜디오는 경도 개발 사업에 대한 최종 마스터플랜 이미지를 공개한 바 있다. 섬은 입구, 일출 해변, 바닷바람 해안 등 세 개 공간으로 나누고 입구는 랜드마크로 경도 항, 케이블카 정류장, 요트 정박지, 다리 등 주요 인프라와 엔터테인먼트 센터, 쇼핑몰, 수변 산책로 등 주요 시설로 구성되며, 일출 해변은 레저 활동의 중심지로 4성급 호텔, 콘도, 풀빌라, 워터파크 등이 바닷바람 해안은 관광객들이 한적한 환경에서 고급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5성급 호텔, 절벽 빌라, 클럽 하우스 등이 포함된다고 했다.

그런데도 사실상 초고층 대규모 숙박시설을 건립하겠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센토사섬은 물 건너간 것 같다.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심지어 경도는 제2의 대장동이라는 비유마저 공공연히 회자하고 있고 심각한 우려를 보이고 있다. 미레셋은 지역사회에 지금까지의 과정에 대한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본연의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다짐을 천명해야 한다. 경도는 대장동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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