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는 큰 그림보다 긴 그림을 그려야 할 때!
여수는 큰 그림보다 긴 그림을 그려야 할 때!
  • 남해안신문
  • 승인 2021.10.0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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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한정우 박사
경도개발과 관련 대규모 레지던스 추진계획이 알려지면서 과도한 경관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도개발과 관련 대규모 레지던스 추진계획이 알려지면서 과도한 경관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도개발에 관한 논란이 현재 여수지역의 가장 뜨거운 감자로 보인다.

경도 개발의 주체가 전남개발공사에서 미래에셋으로 바뀌고, 미래에셋이 약 1조 5천억을 투자해 경도를 개발하기로 하면서 여수가 한층 업그레이드 된 해양관광도시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경도 개발의 첫 사업으로 경도 입구에 고층의 생활형숙박시설을 짓겠다는 미래에셋의 발표로 경관훼손의 문제가 제기되고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여수시의회와 시민단체가 생활형숙박시설의 철회를 요구하자 경도개발은 표류하기 시작하고 있다.

고층의 생활형숙박시설이 경관을 해치고 부동산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는 명약관화한 사실이고, 그러한 개발 방식에 대하여 반대를 하고 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시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여수시의회와 시민단체의 당연한 활동이며 반드시 해야 하는 존재의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경도 개발 논란을 보면서 아쉬운 점은 미래에셋의 태도이다.

개발에 관한 찬반 논란은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다반사 갈등이기에, 국내 굴지의 투자회사이자 증권회사이며 경도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미래에셋의 올바른 마인드라면 여수지역의 우려와 반대를 설득하고 논의를 통하여 합리적인 방안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 기업이미지에 맞는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다.

그러나 미래에셋은 여수시의회와 시민사회에서 생활형숙박시설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자마자 일방적으로 인력과 장비를 철수 하였다. 그리고 다시 여수시의회 및 시민단체들을 설명회를 하고는 마치 여수시의회와 시민단체가 고층의 생활형숙박시설을 찬성하기로 합의한 것처럼 호도하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수시의회와 시민단체가 반대의사를 명확하게 다시 표명하자 마치 지역사회의 반대 때문에 경도를 개발할 수 없거나 경도 개발사업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벼랑 끝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미래에셋은 여수지역사회가 경도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경관을 해치고 부동산투기를 조장할 수 있는 고층의 생활형숙박시설을 반대한다는 것을 애써 외면하면서, 기획했던 수익률에 도달하지 못하여 혹시라도 경도사업을 포기하게 되더라도 경도개발 부진의 책임을 지역사회에 떠넘기는 비신사적 태도까지 보이지는 않기를 바란다.

여수지역사회도 미래에셋이 고층의 생활숙박시설을 못 지으면 경도개발에서 철수하겠다는 엄포를 놓으면서 경도개발 부진의 책임을 지역사회에 떠넘길 수도 있다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가정하고 경도 개발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미리 논의하고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도개발을 비롯하여 여수지역 곳곳에서 속출하는 지역 개발의 논란과 혼란 속에서 여수지역사회는 화려하고 외형만을 추구하는 큰 그림 보다는 정주여건과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장기적 안목의 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담대함을 지닐 수 있으면 좋겠다.

조그마한 지역의 중소도시인 여수가 경관을 해치더라도 화려하고 크나큰 건물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아담하고 정감 있게 바다와 자연과 함께하는 자연친화적 특화 개발이 바람직할 것인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부분의 지방 도시가 그렇듯이 여수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교통은 복잡해지고 있으며, 주택가격과 물가는 치솟고 있고, 쇠퇴도시 내지는 소멸도시가 되려는 지표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 대안을 비싸고 화려한 건물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아름답고 살기 좋은 자연친화적 도시를 추구하는 것이 올바른 대안이라고 생각된다.

이미 여수는 바다가 보이는 대부분의 산등성이와 바닷가에는 고층 건물들이 들어섰고, 여수시민들이 눈만 들면 보이던 바다를 구경하려고 길을 나서야 하는 상황이며, 보급률이 100퍼센트 이상이었던 주택 가격은 이제 웬만한 월급쟁이는 내 집 마련을 하기 힘들 정도로 가격이 오르고 말았다.

외지 개발업자는 이익을 보고 떠나면 그만이고, 부동산업자는 부동산 가격을 올려서 비싼 값에 팔아버리면 그만이고, 관광객은 마음껏 즐기다 버릴 수 있는 것은 다 버리고 가면 그만이지만, 여수시민은 사는 날까지 그들이 남기고 간 흔적 속에서 여수에서 생활해야만 한다.

부디 여수에서 계속 살아갈 시민들이라도 조금 더디 가더라도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장기적 안목의 긴 그림을 추구하면 좋겠다.

한정우 박사/ 정치학.한의학/ 사단법인 여수이주민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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