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10-27 17:35 (수)
가로수와 간판 전쟁
가로수와 간판 전쟁
  • 이상율 기자
  • 승인 2021.10.13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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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가 가로수와 간판 간의 갈등 해소를 위해 도시 중심가 가로수에 인근 건물, 업소의 간판을 부착하고 시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가로수 간판 설치 계획을 철회했다. 적절한 조치를 환영한다.

시가 가로수 간판 문제 해결을 위해 선제적 조치를 하였던 것에 대해서는 매우 고무적인 일로 칭찬받을 만하다. 하지만 시내 중심가 일부 구간 가로수에 먼저 간판을 붙이고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는 앞뒤가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의 충분한 토의를 선행했으면 더욱더 좋은 결과를 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늦게나마 관련 팀에서 전문가와 시민대표와 함께 가로수 간판 부착 문제에 대한 토론회를 거쳐 정책 결정에 반영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다.

가로수에 간판을 매단 것은 사실 시민들의 반대가 만만찮았다. 가로수 나무 겹겹이 포개진 낱낱의 층인 결을 가리는 간판을 부착한 풍경은 어쩐지 어색하고 생소하다는 표정이었다. 가로수에 간판을 걸어 도리어 가로수의 성장을 방해하고 거리 풍광을 해치는 일이었다. 운전자들은 나무에 부착한 간판을 보다가 자칫 교통사고의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유치에 나선 지금 여수시의 엇갈린 행보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여론을 살피기 위한 시범 사업이라고 하지만 선 부착 후 의견을 묻는 것은 이미 짜인 각본이 아닌가 하는 불신도 적잖았다.

해변 도시인 여수는 청량한 바다와 꽃과 나무의 조화로움이 얽혀 빼어난 경관을 자랑으로 하고 있다. 결기 있어 보이는 오래된 고목 한그루가 그 마을의 역사를 말해주듯 호국 역사와 함께 여수의 이미지는 세계화를 꿈꾸고 있는 도시로 오히려 가로수를 고목이 되도록 잘 키워야 하는데도 핍박하는 것은 어불성설 아닌가.

가로수에 간판은 자칫 긁어 부스럼이 될 뻔했다.

여수시의 가로수는 140개 구간, 총연장 344km에 이르고 가로수는 51,901그루가 서 있다. 1km당 평균 100~110그루다. 이중 약 20%가량을 상가 지역으로 보면 총연장 68km에 약 1만 그루의 가로수가 서 있던 셈이 된다. 특히 중심지역일수록 3층 이상의 고층 건물이 많다.

이 건물에 입주한 업소 모두의 간판을 수용한다면 가로수 한그루에 서넛 이상의 간판으로 따닥따닥 뒤 덥혀 흉한 모습이 되고 말 것이다. 만약 전 구역의 가로수에 간판을 매단다면 온통 중심 시가지는 아름다운 경관을 해치고 도로에서는 교통사고를 우려해야 하고 보행자는 결 있는 나무를 보지 못하게 된다.

또 특정 지역만 허가되고 다른 지역을 제외할 경우 불공정 시비로 시는 끝없는 민원에 시달리게 될 것이 뻔했다.

현대 사회, 도시가 번창하고 도로망이 촘촘해지면서 가로수의 종류와 기능도 다채로워졌다. 애초 플라타너스, 버드나무, 포플러, 은행나무가 대종을 이루었지만, 지금은 각 지방 도시의 기후에 따라 공해에 강한 히말라야시다, 메타세쿼이아, 중국단풍, 목 백일홍, 플라타너스, 은행나무, 해송, 벚나무, 야자나무, 버드나무 등으로 진화되었다.

가로수는 도시에 있는 녹지로 야생조류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신선한 경관은 물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신선한 산소를 배출하여 대기오염과 소음공해를 줄이며 도시 온도를 낮추어 궁극적으로 지구를 보호한다.

인간과 공생, 공존하는 유일한 자원이기도 한 가로수가 도시에서는 업소의 간판을 가린다는 이유로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 가로수 가지치기 때마다 잘라라 보존해야 한다는 시시비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간판은 고객에게 가게 존재와 위치를 알리고, 제품과 서비스 등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마케팅 수단이다. 업소의 경우 간판이 없으면 매출이 약 30%가량 줄어든다는 보고서도 있다.

상인의 반발도 이유는 있어 보이지만, 나무는 미세먼지 저감, 도시 열섬현상 완화, 가로 경관 개선 등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중한 녹색 자산으로 많은 예산과 오랜 시간이 투자된 것으로 아무 때나 댕강 잘라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나무와 인간은 상호 협력의 관계며 동반자임을 다시 일깨우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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