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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잘 들여다보는 일에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일상을 잘 들여다보는 일에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 강성훈
  • 승인 2021.07.30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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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은 시인의 시 줍는 법, 시 먹는 법 65
신병은 시인.
신병은 시인.

 

사과를 바라본다는 의미는 무엇을 뜻할까

사과 하나를 잘 들여다본다는 것은 그냥 사과의 빛깔과 맛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과가 되기 까지의 과정을 보는 일이다. 사과 속에 스며 든 햇살과 바람과 이슬 그리고 어둠과 별빛과 달빛까지 들여다 보는 것이다. 그 속에 들어있는 과정과 인과관계까지 들여다보는 일이 잘들여다 보는 일이며 이런 시적 화법이 정서적 화법이다.

 

감나무 잎에 내리는 햇살은 감나무 잎사귀만하고요

조릿대 잎에 내리는 햇살은 조릿대 잎사귀만하고요

장닭 볏을 만지는 햇살은 장닭 볏만큼 붉고요

염소 수염을 만지는 햇살은 염소 수염만큼 희고요

여치 날개에 닿으면 햇살은 차르륵 소리를 내고요

잉어 꼬리에 닿으면 햇살은 첨버덩 소리를 내고요

거름더미에 뒹구는 햇살은 거름 냄새가 나고요

오줌통에 빠진 햇살은 오줌 냄새가 나고요

겨울에 햇살은 건들건들 놀다 가고요

여름에 햇살은 쌔빠지게 일하다 가고요 - 안도현 <햇살의 분별력> 전문

 

위 시도 잘 들여다 본 관찰의 결과물이다, 내리비치는 햇살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감나무의 햇살과 조릿대위의 햇살과 장닭벼슬위의 햇살과 여치날개의 햇살까지, 거기다 겨울햇살과 여름햇살의 차이는 뭘까를 생각하며 잘 들여다본 뒤 햇살의 색깔과 소리, 냄새까지 잘 들여다본 시다.

시의 안목은 일상의 보이지 않는 그 너머까지 그 안쪽까지 깊숙이 들여다보는 눈이다.

잘 들여다보는 것은 모방이고 창조다.

창조는 ‘시는 자연의 모방이다’ 라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밝힌바와 같이 모방模倣에서 비롯된다.

좋은 예술가는 따라 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했다.

이 말은 피카소가 말한 ‘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을 스티브잡스가 인용해서 유명해진 말이지만 이전에 오스카와일드는 ‘재능있는 이는 빌리고 천재는 훔친다’라도 했고, TS 엘리엇 또한 ‘어설픈 시인은 흉내내고 노련한 시인은 훔친다’고 했다.

흉내 내는 copy가 따라하는 낮은 단계의 모방이라면 기존의 것을 연결 변형 확장하는 steal은 보다 높은 단계의 모방, 즉 창조적 모방이다

잘 훔치는 사람은 훔치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

세상은 이것 때문에 더 나은 곳으로 가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나의 롤모델인 강은교시인, 황동규시인, 이성부시인, 고은시인, 정현종시인을 훔쳤다.

강은교 시인의 허무의식을 훔쳤고 고은시인의 만인의 삶에 대한 기록과 죽음을 통해 깨달은 삶의 경건성을 훔쳤고, 황동규시인의 사소함의 장엄함을 훔쳤고, 정현종시인의 사물의 꿈과 사물의 존재에 대한 탐색을 훔쳤다, 그리고 절된 인간관계를 이어주며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 공간인 섬의 의미를 훔쳤다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섬> 전문

 

​늦겨울 눈 오는 날 / 날은 푸근하고 눈은 부드러워 / 새살인 듯 덮인 숲속으로

남녀 발자국 한 쌍이 올라가더니 / 골짜기에 온통 입김을 풀어놓으며

밤나무에 기대어 그 짓을 하는 바람에 / 예년보다 빨리 온 올봄 그 밤나무는

여러 날 피울 꽃을 얼떨결에 / 한나절에 다 피워놓고 서 있었습니다. - 정현종 <좋은 풍경>

 

사람이 온다는 건 /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정현종<방문객>

이런 시편들을 훔쳤고 그리고 훔쳐도 아무 표 없이 훔쳤다.

이것이 copy와 steal의 차이다.

잘 훔치는 일은 그 아이디어를 어디서 가져왔는지 제 3자가 눈치 챌 수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잘 훔치는 일은 어디서 훔쳤는지 심지어는 훔쳤다는 사실을 아무도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데 있다.

이것이 창조적 모방이다.

피카소의 < 아비뇽의 여인들 >도 기성작가들의 작품을 수없이 그려본 후 그들을 파괴하고 재구성한 과정의 결과물이라 했다.

우리 인간은 모방을 통해 배우고 훔침을 통해 새로운 곳으로 나아간다. 모방에 배움이 있다, 따라하다 보면 깊이 이해할 수 있고 창조에 이르게 된다.

우리들도 어릴 때 모방을 통해 세상을 배웠둣이 시를 한편 쓰기 전에 먼저 시 100편을 외우고 필사하기가 중요하다

<대통령의 글쓰기>저자 강원국도 좋은 글을 쓰려면 스승을 한 명 정하고 그 작가의 글을 모조리 읽고 죽은 듯이 필사하라고 권한다. 이것이 창의성을 일깨우는 행위라 했다.

그러면 어디까지가 베끼는 것이고 어디서부터 창조인가?

아인슈타인은 창의성의 원천을 숨기는 것이라 했다.

이것과 저것을 연결하는 패턴인식에서 자유로울 수있다

주화기술과 포도주 압착기를 응용하여 쿠텐베르그 금속활판을 만들었듯이 이전의 목판인쇄가 지닌 문제점을 자유롭게 수정배치하게 했다.

이렇게 창의성의 원천을 숨기려면 아이디어의 원천을 먼 곳에서 가져와야 한다. 그것은 물리적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과 정감의 거리도 포함힌 통섭의 거리다. 미술, 음악, 문학, 과학, 자연, 철학 등이 자유롭게 넘나들며 통섭하는 원리다.

아무렇게나 연결하고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없는 대상이나 개념사이에서 서로의 유사성을 발견하고 연결하는 것이 창조적 모방의 비결이다.

시는 어떤 일상과도 어떤 자연과도 소통하면서 그 속에 내재된 삶의 이치를 발견한다,

 

먹고 사는 일이 힘들어질 때 / 푹 삭힌 홍어를 먹고 싶다

값 비싼 흑산 홍어 아니면 어떠리 / 그냥 잘 삭힌 홍어를 먹고 싶다

신 김치에 홍어 한 점 싸서 먹으면 / 지린 내음에 입 안 얼얼해지고

콧구멍 뻥뻥 뚫리는 식도락을 / 나 혼자서라도 즐기고 싶다

그렇지, 막걸리도 한 잔 마셔야지

썩어서야 제 맛 내는 홍어처럼 / 사람 사는 일도 마찬가지지

한 세월 푹푹 썩어가다 보면 / 맛을 내는 시간은 찾아오는 거지

내가 나를 위로하며 술잔 권하면 / 다시 내가 나에게 답잔 권하며

사이좋게 홍어를 나눠 먹고 싶다

그러다 취하면 또 어떠리 / 만만한 게 홍어 좆이라고

내가 무슨 홍어 좆인 줄 아느냐

내가 나를 향해 고함치면서 / 내가 나의 멱살도 잡아보다가

하늘 향해 삿대질하면서 / 크게 한 번 취하고 싶다. - 정일근 <홍어>

 

그래서 창조는 유추다.

유추는 서로 관련 없는 것들,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들을 연결하는 능력이다

즉 ‘막대기, 빛, 생일’이란 관련어를 통해 ‘초’를 생각해 내고, ‘떨어지다, 배우, 먼지’라는 관련어를 통해 ‘별’을 생각해 내는 일이 유추다.

오렌지와 야구공은 외형적인 ‘닮음’이지만, 야구공과 태양은 둥글다는 외형적 닮음과 던지면 떨어지는 모양과 해가지는 모습이 닮아있다고 생각해 내는 힘이 유추다.

즉 숨겨져 있는 닮음을 찾아내는 것이 유추다

대상간의 거리가 멀수록 관련없어 보이는 정도가 클수록 창의적 유추가 된다

 

저 요리사의 솜씨 좀 보게

누가 저걸 냉동 재룐 줄 알겠나

푸릇푸릇한 저 싹도

울긋불긋한 저 꽃도

꽝꽝 언 냉장고에서 꺼낸 것이라네

아른아른 김조차 나지 않는가 - 반칠환<봄>

 

유추를 문학적 언어적으로 표현해 내면 은유가 된다.

유추는 지성의 핵심이다.

‘하나를 듣고 열을 안다’는 말은 유추의 힘을 단적으로 드러낸 말이돠. 기존의 것에서 새로운 것을 인지해 가는 힘이 유추다.

그래서 고정관념을 깨라고 한다.

나는 세상의 모든 유머는 유추의 힘에 기대어 있다고 생각한다.

 

장인 칠순잔치를 마친 부부가 집에 가는 중

車 안에서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벌였다.

서로 말도 않고 썰렁하게 집으로 돌아오는데 차창 밖으로

개 한 마리가 얼쩡거리는 것이 눈에 띄었다.

아내가 남편에게 빈정대며 말했다.

"당신 친척이잖아? 반가울 텐데 인사나 하시지"

아내의 말이 떨어지자

남편이 그 개에게 소리쳤다.

"반가버 처남"

 

이렇듯 유머는 유추에 기대어 있습니다. 내친김에 하나 더 소개해본다.

 

이 세상에는 세 가지 귀중한 금이 있다고 합니다.

"황금, 소금, 지금"

그런데 이 말을 남편이 아내에게 문자로 보냈답니다.

그랬더니 아내에게서 바로 답이 왔다고 하네요.

"현금, 지금, 입금"

이 문자를 보고 남편이 허걱거리며 다시 문자를 보냈답니다.

"방금, 쬐금, 입금“

 

경험은 생각의 나비효과를 일으킨다.

유추의 원리다.

그래서 인생은 나비효과다. 나의 경우도 초등하교 5학년때 소년동아일보에 동시를 발표한 것이 오늘의 나를 있게 했다. 인생의 경험들이 다 상관없어 보이지만 다 연결되어 있다.

서로 상관없어 보여도 알고 보면 다 열결 되어 있다.

통섭이다. 유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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