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가린다’민원에 ‘가로수에 간판 걸겠다’는 여수시
‘간판 가린다’민원에 ‘가로수에 간판 걸겠다’는 여수시
  • 강성훈
  • 승인 2021.06.2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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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순기능 무시한 행정편의주적 발상” 맹비난
여수시가 가로수를 보호하겠다며 설치한 사실상의 간판 조형물.
여수시가 가로수를 보호하겠다며 설치한 사실상의 간판 조형물.

 

여수시가 도심 주요 도로변 가로수에 사실상 간판을 내거는 사업을 추진중이어서 논란이다.

가로수의 순기능을 무시한 채 민원을 이유로 기관이 나서서 도심경관을 훼손하고 무질서를 부추기는 정책을 펼치겠다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이다.

25일 여수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여수시내 주요도로 200여미터 구간 가로수에 상가 간판을 내거는 시범사업을 진행중이다.

가로수가 상가 간판을 가리면서 가로수를 전정해 달라는 민원이 제기되자 가로수를 보호하겠다며 가로수 기둥에 상가 상호가 기재된 ‘소형간판’을 설치한 것.

‘가로수 보호를 위한 시범사업’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15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40*50㎝ 크기의 간판 8개와 30*40㎝ 크기의 간판 3개 등 11개를 학동 부영3차 사거리에서 시청로터리 이르는 주요 도로변 가로수에 설치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도심 대기오염물질 저감과 도심경관 보완 등을 위해 오히려 장려하고 확대해야 할 가로수 정책이 거꾸로 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또, 가로수에 설치한 간판에 운전자들의 시선을 빼앗겨 교통사고 위험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네이게이션을 통해 상가 위치를 확인하는 시대흐름과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같은 시설물이 불법 광고물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옥외광고물을 관리하는 관련 부서에서는 불법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같은 사업이 전면 시행될 경우 시내 전역의 상가들이 앞다퉈 상가 앞 가로수에 간판을 내거는 행위가 정당화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한 조경 전문가는 “나무에 구조물을 매다는 것 자체가 나무 발육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고, 가로수에 흉물스런 간판을 내거는 것은 도심 경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민 이모씨는 “가로수의 순기능을 무시한 채 민원을 이유로 가로수에 간판을 내걸겠다는 발상 자체가 너무나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 아닌가”라며 “시내 곳곳의 가로수에 간판이 내걸리는 풍광을 선보이는 세계적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시민 장모씨도 “스마트폰 등으로 상가 위치를 찾아가는 온라인시대에 도로변 가로수에 내건 간판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과도한 전정을 요구하는 상가 상인들의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가로수를 보호할 목적의 시범사업으로 실시한 것으로 모니터링을 통해 향후 사업을 지속할 지 여부 등을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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