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타비(我是他非)와 심리학적 방어기제
아시타비(我是他非)와 심리학적 방어기제
  • 남해안신문
  • 승인 2021.06.0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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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 한정우 박사
한정우 박사
한정우 박사

 

교수신문이 교수들을 상대로 지난 2020년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투표한 결과 최고의 득표를 한 것이 ‘아시타비(我是他非)’라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아시타비는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신조어로 ‘내가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는 ‘내로남불’로 회자되며 지금도 많이 인용되고 있다.

이것은 편 가르기와 자기는 무조건 옳고 남은 그르다는 인식의 확산, 특히 정치인들과 정치세력의 이중적 잣대와 태도를 꼬집은 것으로 평가된다.

내년 2022년은 3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고, 6월에 지방선거가 있어서 가히 선거의 해라 말할 수 있고, 내년 선거를 앞두고 중앙정치권이나 지방정치권이나 이미 선거전을 향한 뜨거운 출발이 이미 이루어진 듯하다.

선거는 일정한 자리를 놓고 많은 후보자들이 경쟁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내가 옳고 남이 그름을 홍보하고 선택받는 전쟁이기 때문에 ‘아시타비’와 ‘내로남불’이 가장 활발하게 나타나는 현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선거가 없는 2020년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선택된 것처럼, ‘아시타비’의 자세는 비단 정치권이나 선거전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으며, 사건 사고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보면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무의식적으로 아시타비의 현상이 무수히 많이 나타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사람에게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의식’과 평상시에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파악할 수 있는 ‘전의식’ 그리고 열심히 파악해보려고 노력해도 잘 파악할 수 없이 작동하는 ‘무의식’이 있다고 전제한다.

그리고 두 개의 다른 심리가 충돌하여 불안정할 때,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심리적 방어기제’가 작동한다고 한다.

이러한 심리적 방어기제는 성숙도가 다르며, 작동하는 방어기제의 성숙도에 따라 그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달라진다고 한다.

병리적인 방어기제에는 객관적인 사실을 아예 인정하려 하지 않는 ‘부정’, 모든 것을 좋은 것과 나쁜 것 두 가지로만 평가하는 ‘분리’, 현실을 사실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가 편한 쪽으로 변형시켜 받아들이는 ‘왜곡’ 등이 있다고 한다.

미성숙한 방어기제에는 모든 잘못의 원인이 타인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투사’, 자신이 원하지만 실현하지 못한 것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생각하는 ‘환상’ 등이 있다고 한다.

신경증적 방어기제에는 잘못된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합당한 이유를 만들어 변명하는 ‘합리화’,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식으로 자신의 문제를 다른 방향으로 풀어내는 ‘전위’ 등이 있다고 한다.

성숙한 방어기제로는 자신이 표본으로 삼는 사람의 태도와 행동을 닮아가려고 하는 ‘동일시’, 문제가 될 수 있는 자신의 욕구를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유머나 예술 등의 형태로 풀어내는 ‘승화’, 자신이 받고 싶은 욕구를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베풀어주는 ‘이타주의’, 현실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용’, 심리적으로 인정하기는 싫지만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용인’ 등이 있다고 한다.

정치적으로 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무단히 발생하는 ‘아시타비’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필자를 포함한 시민들이 사건과 현상을 바라보는 태도들을 생각하면, 정치인들과 필자를 포함한 시민들의 심리적 방어기제는 과연 어떠한, 어느 정도의 성숙한 심리적 방어기제가 작동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반성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두 번의 선거가 있는 내년을 앞두고, 출마해서 선택을 받고자 준비하는 정치인뿐만이 아니라 우리 시민들도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심리적 방어기제를 점검해 보고, 좀 더 성숙한 심리적 방어기제를 사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정우 박사/ 정치학.한의학, 사단법인 여수이주민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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