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이 지천에 널린 여수, 그 자체가 엄숙함이죠”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이 지천에 널린 여수, 그 자체가 엄숙함이죠”
  • 강성훈
  • 승인 2021.04.28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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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 여수를 순례하는 박주희 시인
시인․심리상담전문가․여수SNS서포터스로 맹활약
“여수를 알리기보다 여수의 진정한 가치를 고민하죠”
박주희 시인.
박주희 시인.

 

“이렇게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이 지천에 널린 여수의 아름다움, 더 나아가 이 지구라는 별, 우주의 가장 신비로운 한 고장에서 살고 있다는 이 자체가 때로는 엄숙하게 다가오죠”

여수를 가장 아름답게 그려내기 위해 여수를 ‘순례’하는 시인이 있다.

여수사람들에게 오동도, 향일암은 늘 그 자리를 지키는 관광지에 불과하겠지만, 이 시인에게는 “힘들 때 ‘순리’나 ‘이치’를 깨우치게 해 준”‘순례지’가 되어 준다.

여수에서 태어나 고교를 졸업하고 독일 유학 등으로 오랜 세월 여수를 떠나 살았지만, “가장 그리워 했던 곳”이기에 순례를 하면 새로운 여수를 만나고 있다.

시인이자 심리상담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여수’를 찾아 순례를 떠난다.

최근 44번째 순례를 마친 박주희 시인을 만나 여수사람들이 모르는 여수이야기를 들어본다.

 

먼저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저는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엉덩이가 들썩거려 가만히 앉아 글을 쓰는 일이 적성에 안맞았다고나 할까요? 그러나 항상 글은 제 곁에 있어 주었습니다.

혼자 있을 때나, 책 읽는 일을 너무나 좋아해서 모든 책을 그저 많이 읽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영향이었는지, 아이들 키우면서 자연히 글을 쓰게 되었고, 여수해양문학대상을 한 십 년 전에 수상한 적도 있고요. 현재 광양문협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거기서 이사왔거든요.

여러 잡지사에서 러브콜이 오지만, 현재 고려대 대학원 아동코칭학과 상담학부를 끝마쳐야 하니, 시간이 없어 잠시 보류중입니다. 물론 글은 하루도 빠짐없이 고민 중이며 써 나가고 있습니다.

 

여수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저는 고등학교까지는 여수에서 다녔지만 그 후 독일로 공부하러 가서 한 십여 년 살다 왔고, 한국으로 와서는 광양에서 살았죠.

고향은 여수에요. 태어난 곳이 여수 서초등학교 사택이었거든요.

 

최근 SNS를 통해 여수와 관련된 글을 연재하고 있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순전히 우연입니다. 페이스북에서 모집광고를 보고 그냥 응모해 보았습니다. 어디든 쏘다니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데 그렇게 다닌 곳 사진을 찍어 올리면 차비 정도는 준다니까 더 신이 나더라고요.

올해로 2년째 여수 SNS 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물만난 물고기죠!

 

‘여수를 순례하다’라고 했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다. ‘순례’가 지닌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 어떤 의미인가?

순례라는 말을 넣음으로써 ‘여수’를 제대로 알리고 싶었던 까닭도 있었습니다.

원래는 약 25년 전 저를 처음 글로 이끌어 주신 분이 계신데 성함은 강홍기, 호는 임보 선생님이죠. 제가 sns 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있는 것을 아시고 ‘순례탐방’이라는 이름을 붙여 여수를 소개해 보라 하셔서, 좋은 생각이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여수를 순례하다’가 태어났죠.

제게 ‘순례’라는 말은 과정이에요. 여수를 페이스북에 알리는 일은 부차적인 거고요. (흠, 우리 시청 공보관님이 조금 섭섭해하실 것 같아 죄송하네요)

이렇게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이 지천에 널린 여수의 아름다움, 더 나아가 이 지구라는 별, 우주의 가장 신비로운 한 고장에서 살고 있다는 이 자체가 때로는 엄숙하게 다가오죠.

힘들 때 ‘순리’나 ‘이치’를 깨우치게 해 준 자연에게 너무나 감사하고요. 지구라는 이 행성의 대지에서 각종 동물의 삶이나 새들을 관찰하는 이 삶 자체가 순례이거든요.

제게 있어서 ‘순례’란 내 삶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 사랑이 무언지 깨우쳐가는 일, 눈물의 의미를 아는 일, 땀의 결정체를 인식하는 일, 목적지가 있는 여행의 일종이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목적지에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의 중요성이기도 하죠. 그래서 ‘여수를 순례하다‘라는 문장을 임보 선생님에게서 듣자마자, 정말 멋진 단어라고 생각했죠!

그대로 적용했고요!

 

여수를 남다른 시선으로 접근하고 있는 박주희 시인.
여수를 남다른 시선으로 접근하고 있는 박주희 시인.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여수를 접하고 있다. 소개해 달라.

한국을 떠나 외국생활을 하면서 제일 오고 싶고, 보고 싶었던 장소가 ‘여수’였거든요.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지만 부모님이 사는 곳이라서 그랬던 것 같고, 속속들이 그리운 것들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여수는 아름다운 고장입니다. 세계를 뒤져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장소가 없다는 것을 사람들이 좀 알면 좋겠습니다. 저는 독일에서 살면서 유럽은 거의 다 여행을 했거든요. 어디를 가든지 여수만큼 아름다운 곳이 없음을 알았죠. 특히 봄이면 산과 들이 진달래 빛깔로 물드거나, 오동도는 특히 동백꽃으로 물드는데 봄마다 그 빛깔이 아른거려서 미치는 것 같았어요.

물론 유럽 여행을 다니면서 계절 따라 아름다운 곳들, 바다나 강을 끼고 비탈진 구릉에서 노을지는 포도밭, 라벤더 보랏빛 끝없는 평원, 해바라기나 유채꽃 만발한 들판 등등, 북독일에서는 오월이면 각종 야생화들이 어디서건 만발해요. 마가렡트 하얀 빛깔이 점점이 수놓아진 바닷가도 환상적이고요. 또한 문화적으로 책에서만 보았던 것들이 실제로 눈으로 보는 기쁨 등등 그러나 그런 게 눈에 차지 않았죠. 왜? 모르겠어요. 그냥 내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진달래가 보고 싶었고, 동백꽃이 보고 싶었고, 매화꽃과 벚꽃도 참 그리워했죠. 무엇보다도 바다 빛깔이 그리웠어요. 여수의 바다빛깔이 그리도 사무쳤거든요. 삼십 오 년 전 처음 북독일에서 북해의 너른 바다를 보았죠. 바닷가에서 빨갛고 보랏빛 혹은 연둣빛 돌조각들을 주운 기억이 있어요. 하지만 제주도 바닷가에서 그런 돌조각들을 주운 생각이 나서 자꾸만 한국 생각뿐이었죠.

 

지금껏 순례를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어디인가? 왜?

‘여수’ 그 자체에요. 모든 곳이 그냥 아름다우니까요. 어디를 가든지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을 발견해요. 그냥 가까운 바닷가를 가기만 하더라도 아름다운 노을을 만나기도 하고, 발에 걸리는 것 자체가 문화재이죠. 사람들이 그런 것에 관심이 없어서 그렇지, 여수 곳곳에 문화재가 널려있어요. 그러나 그런 것에 치중하면 인기가 없으니 적당히 희석하는 점이 있어요.

 

연재를 하면서 여수관광지가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쓰레기 문제‘와 모든 숙박시설의 ’하수도‘ 오폐수 문제가 심각하다고 봅니다.

소비자가 있건 없건 자본주의의 무한생산 궤도에 ’여수‘가 동참한 것 같아서 심히 염려스러워요. 물론 잘못될 기미가 보인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하겠죠. 그러나 직접 참여는 아니고 간접적인 참여가 되리라 봅니다. 저는 글을 쓰는 사람이니까요.

 

앞으로 순례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글을 쓰면서 점점 더 넓혀 가려고요. 지역적으로도, 여수를 알린다는 것보다는 여수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고민해 보고 싶어요. 여수가 한국에서 꼭 이루어내야 할 일이 무언가 고민해 보니 답이 나왔는데, 그게 바로 ’통일‘이에요.

통일은 한국의 ’봄‘이라고 할 수 있다면 여수와 딱 맞아 떨어지거든요. 여수는 남도의 고장 중 하나고, 남향으로 난 장소 중 봄이 제일 먼저 상륙하는 곳 하나거든요. 여수에 자산공원이 있어요. 저는 그 자산공원을 백두대간의 제일 막내로 보고 있거든요. 음 붓글씨로 치자면 해서체의 마지막 한 숨, 이 오동도이고요.

저는 호랑이를 타고 백두산으로 가고 싶어요. 그 호랑이 이름이 바로 봄이에요. 여수의 봄은 그렇게 늘 백두대간을 타고 활활 꽃불 지르며 북으로 가죠! 그 시발점이 되는 곳이 바로 여수가 아닐까. 그런 마음으로 저의 ’순례‘는 계속될 것 같아요.

제 안으로 떠나는 여행이건, 제 바깥으로 떠나는 여행이건, 공적이건 사적이건 늘 저는 순례라는 단어를 기억할 거고, 그 글자를 제게 주신 선생님의 온기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작가로서의 준비 중인 계획들도 있다고 들었다 소개해 달라.

출판사에서 글을 검토해보고 싶으니 보내달라 한 곳도 있는데 제가 어중간한 책을 내고 싶지 않았어요. 완벽하다기보다는 그냥 제가 아니라고 느끼기 때문에, 그동안 언더그라운드 가수 몇 분들이 제 시를 끈질기게 작곡해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분들께도 미안하고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드릴 걸 그랬어요. 암튼 올해 ’상담‘에 관한 책과 시집 한 권을 낼 계획이 있습니다.

 

꼭 하고 싶은 말이나 제안이 있다면?

글 쓰는 사람으로서 코로나 때문에 더 힘들어졌어요. 왜 다른 예술인들은 복지 혜택을 죄다 받는데 문학인들이 왜 늘 제외되죠? 그 점이 속상합니다. 그리고 시인들이나, 소설가, 수필가들의 글을 좀 사 주세요. 그리고 작품 좀 달라고 청탁이 오면 황송해서 그냥 작품들을 원고료도 받지 않고 그냥들 주시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이런 면에서 정부 지원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예술인 복지재단에서 여러 가지 복지를 진행하고 있는데 너무나 선별적인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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