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는 그리움이 뚝뚝 묻어나는 풍경을...”
“여수는 그리움이 뚝뚝 묻어나는 풍경을...”
  • 신병은
  • 승인 2021.02.24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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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명화 시인, 시화집 ‘낮달이 있는 풍경’ 펴내
진명화 시인.
진명화 시인.

 

“여수는 그리움이 뚝뚝 묻어나는 정겨운 풍경들을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 속에서 살고 있는 순박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고향의 자연과 사람들의 삶과 인정을 시로 표현하고 싶었다.”

여수에서 태어나 평생을 여수에서 살며 여수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서정을 시로 담고 있는 진명화 시인의 시화집 「낮달이 있는 풍경은」이 발간됐다.

이번 시화집은 진 시인이 그동안 써온 60여 편의 시와 지역 중견작가 이율배작가의 작품과 함께 만나는 시와 그림이 있는 시집으로 기획돼 도서출판 <고요아침>에서 출간됐다.

 

나는 늘 / 고향의 작은 언덕하나 / 가슴에 품고 삽니다.

봄 햇살처럼 따스한 / 남도의 가을볕을 따라 가며는 / 선한 눈망울 굴리며

언덕위에서 나를 기다리던 / 누런 어미 소 한 마리 / 작은 말뚝에 매어져 있습니다.

잔잔한 바다위로 / 마주보는 섬들은 / 더욱 가까이 다가오고 / 수평선은 파도를 따라 / 또 아득히 멀어집니다.

이윽고 바다가 먹빛 어둠을 풀어 / 마을과 나무들과 새들과 바람 / 움직이는 모든 걸 감춰 버리고 나면 / 저무는 허공을 가로지르는 / 한없이 부드러운 여인의 젖가슴 같은 / 남녘의 산들이 그리는 곡선 / 그 까닭 없이 서러운 저녁 풍경을

착한 어미 소와 함께 서서 / 물끄러미 바라다보던 / 고향의 작은 언덕하나

가슴에 꼬옥 품고 삽니다.

전해수 평론가의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과 풍경의 시학”이란 해설에서 “진명화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낮달이 있는 풍경」은 더욱 각별한 세월의 중위가 느끼진다. 아마도 진명화 시인은 자연의 순리를 몸소 체득(體)하여, 천천히 다소는 느리게 시심(詩心)을 품어 안으며 간직해 온 듯하다. 마치 자신이 믿는 삶의 방향성이 그러하다는 듯이 전혀 조급하게 여기지 않고 일정한 시간의 간극을 유지하면서 차분하게 한 채의 집(詩集)을 짓고 있는 것이다. 세월을 견디며 익어가는 과실의 참 맛이 이런 것일까.

시인의 시는 보편적 일상 속 시선(視線)을 멈추게 하는 풍경(風景)을 시로 옮겨 적으며 시를 향한 변함없는 진정성을 내보이고 있는데, 시를 잊고 산 적이 결코 없다고 나직이 말하는 듯 시의 가까이에 여전히 머물러 있음을 이번 시집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시인의 시세계를 정리하고 있다.

 

낮달이 / 빈 들판에 홀로 서 있는 / 철지난 허수아비처럼 / 하늘 한켠에 / 비스듬히 걸려있다

갯벌에서 / 바쁘게 돌아다니며 / 먹이를 찾던 철새들도 / 끼리끼리 보금자리 찾아 떠나고

바다가 소리없이 밀려와 / 부드러운 이불처럼 / 이 모두를 덮어주고 나면 / 지나가는 바람에 / 흔들리는 갈대들만 / 하얀 손 흔들며 /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낮달이 있는 풍경> 전문

 

 

시화집에 함께 하는 이율배작가의 「사랑노래 사계」시리즈는 화려한 삶의 꿈을 물들이는 하모니로 멈춤없는 사랑의 순환을 그려낸다.

색채야말로 근원적 사랑과 생명을 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가 전해주는 꿈같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한편의 낭만적 서정시로 다가와 시적 분위기와 잘 소통하고 있다.

한편, 진명화시인은 여수출생으로 광주교육대학교 졸업,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졸업하고 여수여문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했다.

자유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후 전남문인협회 부회장과 여수문인협회 회장, 그리고 여수시민의 날 행사 추진위원장, 2012 여수세계박람회 준비위원회 상임집행위원을 역임했다.

한국예총여수지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한려문학상, 전남문학상, 지역예술문화상을 수상했으며 첫시집으로 <마주보는 섬>이 있다.

그림으로 함께 참여한 이율배 작가는 조선대학교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한국미협여수지부장,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추진위원장, 전국바다사생대회운영위원장, 선과색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개인전 53회, 아트페어 53회를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지역의 중견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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