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도 나무를 심자
도심에도 나무를 심자
  • 이상율 기자
  • 승인 2021.02.25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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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율 주필.
이상율 주필.

 

지구가 병들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새롭게 나무의 중요성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나무는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산소를 제공한다. 광합성을 통해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가구, 종이 등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만들 수 있는 자재를 제공한다. 자연재해로부터 우리를 보호한다.

특히 가뭄과 홍수로부터 토양을 보호하고, 뿌리로 산사태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비가 온 뒤 수분의 증발을 막아 가뭄의 사막화를 방지해 준다. , 다람쥐, 매미, 나무늘보 등 여러 동물과 곤충 서식지를 제공하고 양식을 준다. 우리에게는 휴식처를 제공한다. 요즘 대기오염으로 인한 황사와 미세먼지로 고생하는 나무로부터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을 깨닫고 나무를 많이 심어 자연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야겠다.

우리는 나무를 심는다고 하면 산을 먼저 연상한다. 45일을 식목일로 제정해 해마다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

이제 지구의 환경도 바뀌고 산업화가 가속화되고 도심으로 사람이 몰리고 있는 시대에 식목일에 나무 심기는 구시대의 유령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계절의 울안에 갇히지 않고 언제나 전천후(全天候) 나무 심기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가 흔히 쓰는 시도 때도 없이 가정의 정원과 화단, 모든 건물 주변, 마을 입구, 도심의 공원과 가로변에도 나무를 심어야 한다.

인도 3대 강의 하나인 브라마푸라 3대 강 가운데 거대한 섬 마주리(Majuli) 가 있다. 장마철만 되면 물속의 토양이 파도에 밀려 쌓여 이루어진 섬으로 폭우가 쏟아지는 몬순 철이면 마을이 온통 물에 잠기기 일쑤였다. 한때 살림이 울창하여 아름다운 섬이었으나 벌목꾼들로 나무가 사라져 척박한 땅으로 변했다. 갖가지 동물과 곤충도 사라져 생명이 없는 황무지로 변했다.

이 섬에 약 30년 전 16세의 소년 자다브 파엥이 강물이 빠져나간 모래사장에 나무 그늘이 없어 말라죽은 파충류 떼를 보고 충격을 받아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40년이 지난 지금은 황량한 땅에 170만 평이나 되는 울창한 숲이 조성됐다. 벵골 호랑이, 코뿔소 독수리 그리고 100여 마리가 넘는 코끼리 서식지가 됐다. 물이 마르지 않고 흐르게 되자 사람들이 돌아와 이제는 두 개의 마을도 생겼다. 마치 동화 속 이야기 같다. 나무는 이토록 삶의 터전을 복원시키는 끈끈한 힘을 갖고 있다.

최근 전남도가 탄소 제로화를 위해 오는 2050년까지 수목이 없는 산림 이외 지역에도 대규모 숲을 확대하고 탄소 중립 실현에 앞장서기로 했다. 에코 숲 마켓 실행을 위해 해마다 1,000만 그루(3000) 이상의 나무를 식재하고 있으며 이와 연계하여 산림 탄소 상쇄 작업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매우 시의적절한 정책이다.

산과 들뿐이 아니라 도심 속에서도 나무를 심자. 가정에서도 기관, 직장에서도 도심에서도 나무를 심는 것은 후손들에게 가장 귀한 유산을 남기는 일이다. 마을 입구에 서 있는 오래된 고목 나무는 그 마을의 역사와 전통 삶의 흔적을 느끼게 한다.

학동 여수시청 서 1길에서 서 5길로 들어서면 공영주차장 앞 인도에 아왜나무 네 그루가 서 있다. 솜씨 좋은 전정(剪定) 전문가에 의해 잘 다듬어진 듯한 4m 정도의 나무가 인도 가장자리에 각각 2m 정도의 간격을 두고 있다. 아름답고 기품 있다. 마음이 편해지는 녹색이어서 더욱 좋다. 분주하고 삭막한 도심에 그라피티 예술의 한 장면을 관람하는 것 같아 마음이 위로된다.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주렁주렁 빨간 열매가 맺힐 것임을 상상만 해도 그냥 즐거워진다. 중앙여고에서 충민로 길로 내려가면 담장이 넝쿨이 녹색 비단결 같아 마치 녹색의 장원을 연상시킨다. 여서로길 문수동 주택단지 앞 시멘트 옹벽에도 넝쿨을 심어둔 것이, 제법 자라서 모양새를 갖추어가고 있다. 이곳은 시 당국이 주민들과 함께 충분한 토론을 갖춰 추진하였기에 값진 결과물이다.

도심의 나무는 도시의 역사와 품격을 그리고 삶의 질과 비례한다. 나무 심기도 백년대계라는 범주에 넣어 추진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심한 도시조경 설계부터 갖추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나는 사과나무 한그루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심오한 철학을 실천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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