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꾼 환경에 적응하며 장애인 돌봤던 한 해”

코로나19로 시작된 경자년 한해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속에 저물고 있다.
지난 2월 첫 확진자가 발생했던 여수지역에서는 12월말 현재 40여명의 확진자가 이어졌다. 코로나19는 사회 전반에 다양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평소에도 이동이 쉽지 않은 장애인들에게 미치는 여파는 더욱 거셌다.
지역 장애인들의 복지를 지원하고 있는 여수시장애인종합복지관 천중근 관장을 만나 올 한해 코로나19가 바꾼 우리 사회의 모습과 향후 전망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자 주]
- 모두가 힘겨웠던 경자년 끝자락에 섰다. 올 한해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합니다.
유독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웠던 주변 환경으로 긴장의 끈을 쥐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일상생활에서 못 느꼈던 고마움을 느꼈고 가족이나 공동체간에 더 끈끈한 연대의 정을 느낀 점도 있기에 결코 손해만은 아니였습니다
- 코로나19 여파로 복지관 운영 역시 자유롭지 못했을 텐데 어떤 변화들 겪었는지...
이용자들의 불편함과 어려움은 말로 표현 못할 정도였습니다.
이곳이 장애인들이 VIP로 인정받고 지낼 공간이고 서로 이야기꽃 등을 나눌 곳인데 나오지 못한다는 것은 그분들 삶 전체를 어렵게 하는 것이었다.
오히려 이용자들의 동선을 파악치 못해 더 많은 문제를 야기 할 수 있는데 시나 도의 운영 지침에 따라 돌봄이 필요한 중증발달장애인 긴급돌봄, 250여 장애인가정 식료품배달, 드라이브스루 이불빨래서비스 등 대응체제서비스로 운영했습니다.
행정편의 위주로 휴관을 쉽게 결정하는 것은 아닌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들었습니다.
- 어려운 가운데 나름의 성과 또한 있었을 것 같은데....
네, 역시 이동과 모임이 자유롭지 못했지만 다양한 후원자 비대면 온라인 서비스 전환준비로 교육 및 장비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장애인들과 함께 한 두차례 숲속음악회 등도 했었고 휴관 때 한주간 동안의 식료품을 준비해 250여명의 이용자님들의 집을 2인1조로 직접 방문해 열체크 및 안부도 묻고 사는 것 등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맞는 지원 체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 올해 복지관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이라면 무엇일까요?
코로나 감염 확산율이 낮을 때 지친 장애인들 모시고 봉화산 삼림욕장에서 숲속 힐링음악회 했던 것이 작은 위안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이순신도서관에 마련한 ‘I got evering 카페’와 ‘꿈엔너울가지 카페’를 문열어 16명의 중증 장애인과 8명의 비장애인 매니저의 일자리를 마련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매월 2000여 만원의 급여 및 4대 보험료 마련으로 쉽지는 않았지만 시민들이 장애인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어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을 이끄는데 작은 디딤돌이 됐고, 저렴하고 양질의 커피를 제공함으로써 큰 호응을 얻어 양질의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었습니다.
- 관장님께서 생각하는 코로나19가 올 한해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는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코로나 19로 한없이 약하면서도 강한 인류는 결국 우리 모두는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 운명의 공동체였습니다.
물론 그 중에 더 많이 고통을 안고 사는 이들이 있지만 이 또한 결국 이겨내리라 생각합니다.

- 올해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다시한번 지역사회 복지 문제를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6년여 지역의 복지현장의 중심에 섰던 관장님의 시각에서 지역사회에 어떤 복지정책 방향이 필요할까요?
네. 여수시는 무장애 관광도시로 자리매김 되도록 했으면 합니다.
장애인 이동이 불편없는 지역사회 환경조성으로 도로와 인도 그리고 계단식당을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만드는 정책 확대가 필요합니다.
봉화산에 장애인 화장실을 만들어 놓으니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두가 이용 가능한 화장실로 탈바꿈 된 것처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화장실 및 각종 도서 영화 등 문화공간 등이 만들어져야 할 것입니다.
또, 장애인들이 일 할 수 있는 다양한 공공 일자리 수요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시급히 풀어야 할 현안 문제를 제안하신다면?
시민들이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는 의식이나 기풍이 중요합니다.
지자체장과 정책결정권자들의 복지마인드가 중요하고 특히 관계 공무원들이 사회적 약자들의 눈높이에서 일이 안되는 것이 아닌 되게 하는 자세와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각종 복지시설법인 임원과 종사자들의 오픈마인드 등 현장속에서 체득된 올바른 가치관들을 가진 복지실천가들이 많아져서 동기부여하고 나누고 실천하는 기풍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 최근 SNS에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택한 ‘아시타비’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지...
네. 전적으로 동감하는 사자성어입니다.
나는 괜찮고 남은 안 되는 “내로남불”을 격있게 표현한 것입니다만 우리사회의 민낯인 것 같아요.
힘든 배역의 삶을 사는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더 참혹한 사회현실로 온 것이지만 정치하는 지도자라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이전투구 하느라 이분들의 삶은 후 순위로 밀려 가 버렸습니다.
이 모순을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 지난했던 한해도 저물고 있습니다. 장애인 복지관의 새해 설계가 궁금합니다.
네, 2021년은 우리복지관 개관 13년입니다.
그에 걸맞게 익어서 성숙하고 사랑이 넘치는 마당터로 자리매김되어 모든 이용자들이 자기 주거공간처럼 편하고 행복해 지는데 일조했으면 합니다.
- 올 한해 함께했던 시민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어느 때고 어렵지 않는 때가 없었습니다만 올해는 특히 코로나19로 더더욱 어려움 속에 힘든 삶을 걸머지고 사는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더 엄중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 믿고 이 힘든 환경 속에서도 함께하고 나누는 따뜻한 시민들도 많았고 또 앞으로도 그분들과 함께 하는 것이기에
이백의 행로난에 나온 글귀처럼 코로나19처럼 큰 풍파가 오면 푸른 돛 높이 올려 그 큰바람 타고 더 빨리 바다를 헤쳐 도착하듯 인생살이 고달퍼도 우리 서로 아자 힘내시게요~
行路難行路難(행로난행로난) 어렵고 어렵구나. 인생살이 어렵구나!
多岐路今安在(다기로금안재) 이리 갈까 저리 갈까 도대체 여기는 어딘가.
長風破浪會有時(장풍파랑회유시) 큰바람 험한 파도 세차게 몰아올 때
直掛雲帆濟滄海(직괘운범제창해) 큰 돛 높이 달고 푸른 바다 헤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