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은 보전을 전제로 한 또 보전에 기여하기 위한 여행이다”
“관광은 보전을 전제로 한 또 보전에 기여하기 위한 여행이다”
  • 강성훈
  • 승인 2020.12.03 06: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람들 = 강미희 국제지속가능관광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장
“코로나 위기는 환경위기, 지금 준비해야 지속가능관광 해법찾을 것”
포스트코로나시대 지속가능관광(?) ‘생태관광’에서 해법 찾다
강미희 박사.
강미희 박사.

 

코로나19 시대를 맞은 현실에서 모든 산업이 위기다. 여수의 주요 산업분야인 관광도 그 위기의 중심에 서 있다. 사실 최근 수년사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 온 ‘여수관광’은 이미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하지만, 당장 현실 앞에 놓인 ‘낭만’을 쫓느라 미래를 준비하는 정책은 등한시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다만, “코로나19는 지속가능관광에 대한 관광정책 입안자와 관광관리자들의 인식 전환 계기를 만들었다”는 진단도 나온다.

현재의 위기 상황 속에서 오히려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한 정책 입안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

국내 관광시장에서는 1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생태관광’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강미희 박사는 “생태관광은 대중관광적 혹은 자본주의적 관광을 지양하고 지역사람과 관광객 모두에 의해 자연과 문화가 보전되고 함께 편익을 누리고자 한다”고 말한다.

또, “도시가 가진 ‘개발된’ 도심의 자연과 문화를 ‘원형이 보다 잘 보전된’ 자연지역의 관광과 잘 연결한다면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한 윈-윈 전략이 될 것이다”고 조언한다.

국제지속가능관광위원회 아시아태평양 소장을 맡고 있는 강미희 박사를 만나 코로나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국내 관광생태계의 변화와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한 준비 전략, 생태관광의 전망 등에 대해 들었다. [편집자 주]

 

- 코로나19 시대를 맞고 있다. 관광 생태계는 어떤 변화를 겪고 있나?

코로나19는 세계가 경험한 그 어떤 테러나 사건 사고로 인한 타격과는 다른 장기적인 어려움을 직면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혹은 해외로 나가는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여행사와 호텔의 충격이 더 큰 게 사실이다.

초기에는 모든 업체가 어려움을 겪었지만 국내 내국인 여행, 특히 근거리 여행이 다시 살아나면서는 방역을 믿을 수 있는 규모 있는 시설(숙박시설, 식음료시설 등)이나 언택트가 가능한 지역, 특히 자연지역 관광지들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방역, 위생, 건강 같은 안전 키워드와 자연, 소규모, 고요, 치유 같은 자연친화적 여행 또는 온라인에서의 다양한 매체를 통한 가상 여행이 주 키워드로 대두되고 있다.

그 외에도 유형별로 규모별로 생존전략이 다 다르지만 결국은 말그대로 동원가능한 모든 상상력을 발휘한 방법들을 동원해 치열하게 버티고 있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듯하다.

전 세계적으로는 코로나위기는 결국 환경위기이며, 지금 바뀌지 않는다면 관광에서의 지속가능성 또한 기대할 수 없다는 인식이 넓게 퍼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유일한 긍정적 측면은 지속가능관광에 대한 관광정책 입안자와 관광관리자들의 인식 전환 계기를 만든 게 아닌가 한다.

 

- 수년간 국내 생태관광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주로 어떤 활동들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99년 8월 학위 취득 후, 대부분의 시간을 강의와 연구에 집중하였다. 연구는 주로 국립공원을 포함한 보호지역 관리, 자연관광, 지역기반관광, 녹색관광, 산촌관광 등과 관련된 관련 정책과 전략 수립 등이었고, 지역 이니셔티브 컨설팅도 했고, 관련된 책도 몇 권 출판하였다.

그러면서 점차 국제 흐름의 이해와 네트워크 형성이 중요하다 생각하여, 관련된 활동들에 적극 참여했는데, ODA 프로젝트는 물론 아시아생태관광협회(Asian Ecotourism Network) 설립과 운영에 관여하여 지금까지 이사로 활동중이며, 국제지속가능관광위원회(GSTC, Global Sustainable Tourism Council)에서도 지속가능관광 트레이너, 관광지지속가능성 평가위원, 아태디렉터 등의 역할을 해오고 있는데 2020년 6월 아태 사무소를 한국에 개소하여 아태지역 지속가능관광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외 해외 컨설팅이나 컨퍼런스, 워크숍 등에서의 강연 등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 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GSTC일을 중점으로 하되, 국내 생태관광지역 운영 평가 등 우리나라 생태관광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지역 활동가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일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많은 지자체들이 생태관광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여전히 생소한 분야가 아닌가 싶다. ‘생태관광’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생태관광은 네 개의 키워드로 구성된다: 환경보전, 주민복지, 자연지역, 책임여행.

잘 보전된 곳이든 복원된 곳이든 자연환경의 보존과 보전이 최우선이다. 관광은 보전을 전제로 한 또 보전에 기여하기 위한 여행이다.

우리나라처럼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살고 있고, 우리가 가는 곳은 그분들의 삶의 터전이다. 따라서 우리의 여행이 살고 계신 분들께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그분들이 관광에 참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다만 참여는 직접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의사결정과정에의 참여는 반드시 필요하다.

사는 분들이 관광이 불편하고 행복하게 느끼지 않는다면(소음, 쓰레기, 여행자의 행동이나 태도, 개발, 편익의 배분 등등에서의 불편함과 불행), 그것은 생태관광이라 할 수 없다.

그래서 자연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여행이지만 보전에도 기여하고 주민들의 (사회경제적)행복에도 기여하도록 책임 있는 개발과 이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는데, 자연, 주민, 여행자가 관광이라는 수단을 통해 모두 행복한 여행이 생태관광이다. 그러기 위해 상업적 행위(안내, 숙식, 입장료, 체험료 등등)가 동반되는데 관광은 산업이지 봉사활동이나 자연보전활동이 아니기 때문에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그 경제활동이 지역의 자본으로 이루어지고, 지역의 편익으로 남는 것을 전제로 한다.

어떤 보고서에 의하면 다수의 개발도상국에서 관광의 경제적 누수가 90%이상인 곳도 있다. 관광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정작 지역민들은 관광으로 인한 편익을 누리기 보다는 그들이 전통적으로 살아왔던 곳에서 여전히 호텔 청소나 설거지 혹은 다른 허드렛일을 하며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는 관광객이 향유하는 현실도 많다.

생태관광은 이런 대중관광적 혹은 자본주의적 관광을 지양하고 지역사람과 관광객 모두에 의해 자연과 문화가 보전되고 함께 편익(주민은 행복감 혹은 경제적 수익 증대, 관광객은 여행만족도 증대)을 누리고자 한다.

여수갯가길
여수갯가길

 

- 국내 ‘생태관광’의 실태와 향후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전체적인 생태관광을 논하기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정부 정책에서 생태관광이 크게 관심을 받거나 정책을 지원을 크게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관광지역을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 생태관광 미래가 매우 밝아 보인다.

환경부는 지정 후 3년마다 운영평가를 실시하여 관리체계,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관리를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진단하는데,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동안 그 평가 책임을 맡은 입장에서 보면 절로 미소를 지을 만큼 큰 변화가 있다.

어느 곳하나 아름답지 않는 곳이 없지만 그 아름다움을 지역주민들과 함께 이끌어내고 있고, 많은 지자체들이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사례들이 많다. 여전히 부족한 부분들도 있지만 추세를 볼 때, 아주 희망적이다.

 

- ‘생태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자체가 준비해야 할 정책들이라면 무엇인가?

생태관광은 단순히 자연이 좋다고 혹은 보호지역이라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 어떤 유형의 관광보다 더 지속가능성을 추구해야 한다.

단순히 지역주민들로 협의체를 구성하고 그들에게 자연환경해설사 교육이나 체험프로그램 운영이나 기타의 일자리를 창출해준다고 되는 게 아니다. 친환경에너지, 물소비, 쓰레기관리, 기후변화위기대응 등 모든 환경관리활동과 연계해야 한다.

경제적 지속성도 유지하려면 경쟁력 있는 관광사업 기반도 마련해야 하고 운영할 인력도 양성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해왔던 농산어촌 관광에서 벗어나야 하고, 숙박시설도 가장 친환경적이어야 한다. 기꺼이 불편도 감수하는 관광이 생태관광이지만 불편한 관광 혹은 싸구려 관광이 절대 아니다.

국제적으로 인증받을 만한 숙박시설, 여행사(여행프로그램), 관광지를 갖추어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지원정책(조례 등 법적 장치)이 필요하고 사회경제환경 모든 과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하다. 환경과 혹은 관광과만이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리더의 의지, 그리고 현장에서의 리더, 깨어 있는 공무원리더가 필요하다.

우수사례로 언급되는 환경부 지정 생태관광지역 몇 곳을 벤치마킹하면서 지속가능한 관광지와 관광산업에 대한 국제표준, 환경부의 운영평가기준 등을 먼저 검토하는 것도 좋은 시작으로 생각된다.

 

- ‘관광’은 곧 산업과 연계된다. 사실상 붕괴 위기에 직면한 최근의 관광시장에서 ‘생태관광’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 관광은 산업이다. 생태관광은 관광시장에서 10% 미만을 차지하는 소규모 관광유형이다.

하지만 보호지역이 있거나 잘 보전된 자연지역에서는 대중적 자연관광보다는 생태관광을 추진하는 것이 현재뿐만 아니라 향후에도 좋은 성장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름뿐인 생태관광은 절대 오래가지 못한다.

 

발제를 하고 있는 강미희 박사.
발제를 하고 있는 강미희 박사.

 

- 도시관광과 생태관광의 윈-윈 전략이라면?

관광이 이루어지는 물리적 기반이 다르다. 도시와 자연지역이라는 특성이 이미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성’이라는 요소를 도입해야 하는 데서는 공통이다.

도시관광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도 친환경 건축과 도시민의 행복과 지원, 도시자연과 도시문화의 매력성을 증진시키고 보전함이 중요하다. 따라서 공간만 다를 뿐 추구하는 원칙은 사실상 동일하다.

국토의 64%가 산림인 우리나라는 딱 잘라서 도시관광 생태관광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도시들도 많다.

도시가 가진 ‘개발된’ 도심의 자연과 문화를 ‘원형이 보다 잘 보전된’ 자연지역의 관광과 잘 연결한다면 더 풍부한 관광경험을 관광객에게 전달할 수 있어 두 관광의 윈-윈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 끝으로 관광분야를 주요 정책으로 삼고 있는 지자체를 위한 제언이 있다면?

어떻게 관광시설을 혹은 관광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인지를 생각하기 앞서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자연과 문화가 무엇인지 그를 위해서는 어떤 접근이 필요한지를 먼저 고민했으면 한다.

코로나위기가 기후위기이며. 이제 지속가능하지 않는 관광지와 관광상품/시설을 외면하는 관광객의 선호를 읽고 ‘지속가능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정책과 개발을 했으면 한다.

절대 시설을 만들지 말자거나 많은 관광객이 오는 곳을 만들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지속가능한 방향’에서 계획하고 설계하고 짓고 운영하자는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