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박한 도시? 품격 있는 도시? 여수는 어디로 갈 것인가?
천박한 도시? 품격 있는 도시? 여수는 어디로 갈 것인가?
  • 남해안신문
  • 승인 2020.11.2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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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한정우 박사
시민들의 누려야 할 웅천지구내 이순신공원을 초고층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다.
시민들의 누려야 할 웅천지구내 이순신공원을 초고층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다.

 

한정우 박사
한정우 박사

 

여수가 난개발로 시끄럽다.

갯바위에 시멘트를 타설한 것과 소미산 정상까지 광폭의 도로를 개설한 문제를 계기로 여수의 난개발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난개발 문제는 이제야 시작된 문제가 아니고 2012년 여수엑스포를 계기로 불기 시작한 개발과 관광 붐을 타고 예전부터 진행되어온 오래된 문제인데, 이번에서야 공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때 여당의 당시 대표는 서울이 천박한 도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필자는 여수의 난개발 문제도 단순하게 자연보전의 문제만으로 바라보지 않으며 여수가 천박한 도시가 될 것인지, 품격 있는 도시가 될 것인지를 가늠하는 문제라고 파악한다.

품격 있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자연과의 조화가 중요하다.

20여 년 전 환경단체 활동가와의 대화에서 필자는 환경운동의 필요성을 인간의 생존을 위한 차원에서 접근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자연과 환경은 그 자체만으로도 보전하는 운동이 필요하지만 자연과 환경이 파괴되면 인간의 생존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자연과 환경을 보전하는 활동이 더더욱 중요하다는 취지였다.

실제로 자연과 환경이 파괴되면서 지구 온난화와 기후 재해, 각종 전염병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여 인간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앞으로 인류의 생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많은 학자들이 경고하고 있다.

여수는 아름다운 바다와 경관을 가진 도시로 지켜질 때 그 의미를 지니고 지속가능한 도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여수가 가진 유일한 자원을 개발 지상주의와 난개발로 날려버리면 여수는 천박한 도시가 되고 말 것이며, 여수의 경쟁력은 사라지고 미래도 사라지고 말 것이다.

고소동의 고층 아파트를 계기로 잃어버리기 시작한 자연과 경관에 대한 문제의식을 반성의 계기로 삼기는커녕 오히려 이후에는 당연시하는 마음에서부터 이번 문제는 시작된 것이며, 품격을 잃어버린 천박한 도시로 되어 가는듯한 우리의 씁쓸한 자화상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돈만 벌 수 있다면 바닷가든 산 정상이든 경사지든 절벽이든 가리지 않고 시멘트로 난개발하려는 천박한 마음만 있는 한, 아무리 아름다운 자연과 경관을 지닌 여수라 할지라도 천박한 도시가 되는 것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품격 있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자연과 경관에 대하여도 공공성과 공유의 관점이 살아있어야 한다.

경제력이나 권력에서도 가진 자가 모든 것을 독점하는 천박한 자본주의나 독재가 아니라 서로 나누고 공유하는 사회가 비로소 품격 있는 사회인 것처럼, 아름다운 자연과 환경과 경관도 시민들과 국민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어야 비로소 품격 있는 도시가 될 것이다.

필자가 해양 공원에 있던 낭만포차의 이전을 주장하거나 남산공원의 폐쇄형 민자 개발을 반대하고 개방형 공원으로 만들자는 이유도 자연과 경관의 공공성과 공유를 중요시했기 때문이었다.

이미 여수는 케이블카로 인하여 돌산공원과 자산공원의 경관이, 그리고 웅천의 고층 건물로 인하여 가막만 경관에 대한 공공성과 공유는 축소되고 경제와 권력의 독점처럼 자연과 경관의 사유화와 독점성은 증대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되는 난개발도 아름다운 자연과 경관을 사유화하고 독점하려는 욕심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며, 이러한 욕심이 지속되는 한 여수는 천박한 도시가 되고 말 것이다.

여수가 품격 있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자연을 훼손하고 경관을 이용하는 개발사업에 대하여는, 모든 것을 허용하고 불가능한 것을 제한하는 네거티브 방식이 아니라, 모든 것을 제한한다는 전제위에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공공성을 저해하지 않는 사업에 대해서만 개발을 허용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의 마인드의 변화가 조례와 인허가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난개발 논란을 계기로 여수가 가고자 하는 도시의 미래상에 대한 성찰과 계획이 바로서기를 기대해 본다.

 

한정우 박사/ 한의학.정치학 박사/ 여수이주민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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