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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개발, '여수 팔경(八景)'이 사라졌다
묻지마 개발, '여수 팔경(八景)'이 사라졌다
  • 이상율 기자
  • 승인 2020.11.30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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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눈]

 

이상율 주필.
이상율 주필.

 

여수 팔경(八景)이 있었다.

1937년에 발간된 조선환여승람에는 죽도청풍(竹島淸風), 소대제월(蘇臺霽月), 한산모종(寒山暮鐘), 경호귀범(鏡湖歸帆), 예암초적(隸岩樵笛), 종포어가(鐘浦漁歌), 봉강조양(鳳崗朝陽), 마수청람(馬岫晴嵐)으로 기록되어 있다.

죽도청풍은 봄바람에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오동도를 소대제월은 고소대에 휘영청 떠오르는 달. 한산모종은 은은한 저녁 종소리에 밤이 깊어 가는 한산사. 경호귀범은 만선의 고깃배들 돌아오는 경호도. 예암초적은 목동들의 풀피리 소리 아름다운 예암산을 말한다.

그리고 종포어가는 만선의 고깃배들 뱃노래에 흥겨운 종포 포구. 봉강조양은 아침 햇빛 찬란하게 떠오르는 봉강 언덕. 마수청람은 아지랑이 넘실대는 마래산을 말한다.

지금은 이 여수 팔경이 현대화와 자본주의 속성에 따라 어느 곳 하나 성한 데가 없다. 고소대와 봉강 언덕은 대형아파트와 신축건물들이 널브러졌고 종포는 관광 중심지로 만선의 고깃배가 들어온다는 경호도는 12천억 원대 매머드급 해양관광단지로 변했고 여수 10경 중 하나인 평사낙안(平沙落雁) 돌산도 난개발로 몸살을 안고 있다. 겨우 한산사와 죽도만 옛 흔적을 남기고 있을 뿐이다.

여수의 급격한 변화는 2012 여수세계박람회를 유치하고 성공적인 개최를 계기로 투기꾼들의 대상이 되면서부터이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유명 브랜드의 대형아파트와 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각종 관광 시설이 자리를 잡으면서 리아스식 해변은 막히고 산은 온통 파헤쳐서 자연 생태계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들어 돌산의 관광리조트 업체인 예술랜드가 불법 산림 훼손은 물론 해안가 갯바위에 시멘트를 덮어씌우는 등 심각한 환경 파괴를 자행한 것을 계기로 돌산난개발실태조사단을 구성해 인허가 과정을 따져보자는 주장이 의회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돌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수시의회 송하진 의원은 17일 제206회 정례회에서 10분 발언을 통해 환경 훼손과 관련한 인·허가 과정의 문제점과 조례 허점, 도시계획심의 과정 부실, 감독공무원 직무유기 등을 따져볼 돌산난개발실태조사단구성을 제안한 것이다.

그는 난개발의 원인으로 여수시 도시계획위원회를 꼽았다.

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 명단과 회의록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고, 인천광역시, 파주시 등도 이를 공개하고 있다. 상위법에서 공개토록 명시하고 있는데 여수시가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시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전형적인 밀실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여수시 도시 기본 매뉴얼이 수년 전 세워졌음에도 체계적인 도시계획에 의한 개발이 아닌, 땅값만 부추기는 투기성 개발 위주로 도시개발이 추진된 탓에 치유할 수 없는 피해와 상처만 남기고 있다고 했다.

여수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조례에 의해 회의록 미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령이 정한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는 지방도시계획위원회는 6개월 이하 범위에서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명시돼 있다. 회의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웅천지구 등 신규 택지에 대한 부동산 광풍에 편승 마구잡이식 허가를 내준 여수시 행정을 견제해야 할 시의회는 뒷짐만 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웅천 택지개발사업 실태 파악 특위까지 구성해 활동했음에도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선 어찌 한마디 언급도 없었는지?”라는 자성의 말도 나왔다.

공공기관과 시민단체, 민간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난개발 복구를 위한 상설기구 설치도 제안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최근 여수시가 집계한 건축 인·허가 건수를 보면 20141331, 20151431, 20161543건으로 해마다 100건 이상 증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60%는 숙박 시설, 소매점, 음식점 등이고, 80% 이상이 상업용 시설이다. 얼마나 많은 자연이 파괴되고 있는가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여수시는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198개 회원국 정상급 대표와 지방정부, 기업, 비정부기구 관계자 등 2만여 명이 참여하는 국제행사다.

회의를 계기로 여수의 수려한 관광자원을 전 세계에 홍보하여 세계적인 관광지로 도약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공동 유치를 위해 전남 5개 시·(여수, 순천, 광양, 고흥, 구례), 경남 5개 시·(진주, 사천, 남해, 하동, 산청)과 함께 추진 중이다.

여수시가 메인 행사인 총회를 개최하는 등 중심 역할을 맡았다. 전라남도와 경상남도 시민 41명을 대상으로 COP28 활동 강사 양성 교육도 실시했다. 지난 1027일부터 3일간 전국 최초로 기후 보호 주간을 운영하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해변 같은 해변이 없고 산 같은 산이 없는 여수의 민낯을 그대로 두어야 할까. 이율배반적인 도시 행정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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