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재판과 여수 통합청사
솔로몬의 재판과 여수 통합청사
  • 이상율 기자
  • 승인 2020.10.15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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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율 주필.
이상율 주필.

 

한 아기를 두고 두 어미가 등장하여 서로 자기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재판에서 솔로몬은 고심하다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아이를 반으로 잘라서 두 어미에게 나눠주라는 판결이었다. 그러자 두 어미 중에서 한 어미는 이를 찬성했고 다른 어미는 자신이 아기를 포기하고 상대 어미에게 주라고 하면서 울부짖는다. 이를 본 솔로몬은 아기를 포기한 어미가 참 어미라면서 아기를 그 어미의 품에 안겨준다.

솔로몬은 참 어미를 찾아주는 데 있어서 진정한 어머니의 모성애, 즉 자식에 대한 사랑을 살핀 것이다. 자식을 포기하더라도 자식의 생명만은 살리려고 했던 어미의 몫이 된 것이다. 이 지혜로운 재판은 지금까지 자주 회자(膾炙) 되고 있다.

시 청사의 문제를 놓고 구 여수와 여천간의 지루한 싸움을 보면서 문득 솔로몬의 재판이 떠오른다. 지역 간의 이해에만 매달리지 않고 효율성이 전제된 청사로 진정한 삼려 통합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생각 때문이다.

통합 여수시의 최근 역사를 반추해보자. 1949년 여수 읍이 여수시로 승격하면서 여수시와 여천군으로 분리되었다. 1966년부터 여천군 삼일, 쌍봉면에 여천공업단지가 조성되었다. 1970년대 들어 석유화학공업단지로 발전하면서 인구가 크게 늘고 또한, 주거 환경이 바뀌면서 1976년 여천군에서 분리되어 여천출장소 관할이 되었다.

1986년에 여천출장소는 여천시로 승격되어 원래의 여수군이 여수시·여천시·여천군이라고 하는 21군의 행정 체계로 바뀌었다. 1996년 정부는 도농 복합 형태의 시 설치에 따른 행정 특례에 관한 법률에 의해 여수시의 통합을 유도하였으나 실패하였고 19983개 지역 시민들의 자발적인 발의로 다시 통합이 논의되었고, 41일을 기하여 오늘의 통합 여수시로 바뀌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통합 여수시는 중앙 정부의 정책 시행에 의한 것이 아닌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통합이 이루어진 것으로 우리나라 지방자치제의 발전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여수인은 그간의 역사 경험에서 오는 자각과 미래를 향한 실천적 합의 정신을 바탕으로 이러한 선택을 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여수 지방은 새로운 천년을 향한 역사 문화 경제 역량을 결집할 수 있게 되었고 2012 여수세계박람회를 유치는 물론 성공적으로 개최를 하여 국제도시로 위상도 이어가고 있다. 즉 세계박람회는 지역통합의 진정한 결과물이었다.

그런데도 첫 단추를 잘못 끼워서일까. 시 청사 문제를 놓고 구 여천과 여수시 간 23년의 지루한 다툼이 이어졌다. 청사 문제 하나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는 우리 고장을 진정한 통합으로 볼 수 있을까. 마치 철도처럼 일방적 주장만 평행선을 줄기차게 달리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유감스럽다.

지난해 문수 청사 정밀 안전진단 결과 D등급 판정을 받은 것을 계기로 청사 분산이 아닌 종합적인 청사 운영계획이 마련돼야 한다는 여론이 재 점화 된 것이다. 현재 학동 본 청사를 비롯해 여서청사, 문수청사 등 3개 청사, 일부 실과의 경우 진남경기장과 망마 경기장, 여수 문화 홀, 구 보건소 등 사실상 8개 청사가 운영되고 있어 통합청사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오른 것이다.

여수시는 시민 의견조사에서 시민불편 48.4%, 행정서비스 질 저하 14.7%, 별관증축 설문 조사에서는 찬성 67%, 2권역(여서.문수) 찬성 58.7%를 근거로 별관증축을 계획했다. 여문 지구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으로 시청자 미디어센터 유치, 가칭 청년 커뮤니티센터 건립, 여문공원을 어린이공원으로 조성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여서·문수 청사 이전 반대 대책위원회는 현재 여서·문수지역 상권은 여수지방해양수산청과 여서 청사 및 문수 청사가 있어 명맥만 유지하고 있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여서·문수 상권은 소멸의 길을 걷고 있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청사통합을 통한 행정의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여문 지역 상인들의 생존권도 보장되어야 할 것이라며 시의 대책 없는 여서·문수 청사 이전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시는 학동 현 청사 1별관 위치에 사업비 392(공사비 360, 용역비 32)으로 지하 2층 지상 4(연면적 13,200)의 증축을 결정하고 의회에 예산승인을 요청했으나 부결됐다.

이 과정의 행간을 살펴보면 통합청사의 걸림돌은 지역 정치인 것 같다. 국회의원 선거구는 갑, 2개 구로 나뉘어 있고 2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구조가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선거구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지역의 민심을 살피느라 서로의 주장만 되풀이되고 진전은 없다.

특히 의회도 시·도의원 공천권을 갖은 국회의원의 의중을 살펴야 하기에 소신 발언조차 실종되고 만다. 한때 전국구를 포함하면 4명의 국회의원이 배출되었을 때도 있었다. 따라서 지역발전에 획기적인 전기가 되리라고 기대했으나 일당백만도 못했다. 오죽했으면 국회의원이 1명이었으면 좋겠다는 자조가 나오기도 한다. 진정한 여수 통합에 도리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청사 문제로 시민의 피로 도는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소띠 해인 신축 년 2021년이 오기 전인 올해 안에 해결되어야 한다. 이제는 민의를 생명으로 하는 두 국회의원, 시장 등 고위급 위정자들이 나서 매듭을 풀었으면 한다.

서로 맞대고 밤을 새우더라도 허심탄회(虛心坦懷)한 논의를 통해 결정하고 그 결정을 시민들에게 보고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 생산성 없는 논쟁을 잠재울 수 있다. 솔로몬 재판에서 진정한 어미의 심정으로 자신을 비운다면 그 진정성 있는 결과는 박수를 받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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