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100명 시인들 대표작, 한권 시집으로
여수 100명 시인들 대표작, 한권 시집으로
  • 강성훈 기자
  • 승인 2020.09.21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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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여수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정 출신 시인들 참여

 

산수유나무 안에 잠시 세 들어 살까 / 망설이는 사이 또 꽃이 핀다

꽃들의 시차 사이에 계약서를 쓰고 / 꽃의 귓바퀴나 몇 바퀴 돌아본다

벌레처럼 귀가 밝아져 / 꽃나무 끙끙 앓는 소리 들린다 / 관절마다 작정한 듯 꽃이 핀다

봄의 지경이 어디서 어디까지인지 / 원인도 모를 슬픔까지

다 꽃으로 보인다 - 엄정숙<봄, 다 꽃으로 보인다> 부분

 

한창일 때 툭, 떨어져 / 바닥에서 또 피어나는 / 여순 동백의 언어

뜨겁다 / 뜨겁다 못해 / 스스로 불빛이 되어 망망대해를 밝히다가

밑바닥에까지 온통 불을 지펴 / 시대의 적폐를 또 태운다

한겨울 건너 봄을 피운다 - 우동식 <여순 동백의 언어> 부분

 

여수지역 문인 양성의 산실이 되고 있고 전남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정 출신들이 대표시를 엮은 시집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전남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정(지도 신병은 시인) 출신들의 대표시를 모은 100인 시집 <다 꽃으로 보인다>가 도서출판 <고요아침>에서 발간됐다.

이번 시집에는 지난 2000년 개강해 지금까지 여덟 차례의 신춘문예 등단을 비롯해 120여명의 문인을 배출한 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정을 거친 시인들 가운데 100명이 함께 했다.

‘시가 시를 낳고 시가 서로 성장하고 시가 시로 익어간다’

‘시가 곧 길이고 시가 곧 삶이며 시가 곧 사람이다’

100인 시집 편집을 맡은 우동식 시인은 “지역 문단의 하나의 역사가 되고 있는 문창출신 시인들이 함께 하는 이번 시집은 한편으로는 개강 20주년의 긴 여정이면서, 머리에서 가슴까지 먼 길을 오가며 그리웠던 순간들이 시가 된 아름다운 통섭이라며 뜻깊은 작업이었다”고 말한다.

전남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정은 ‘신병은 시인의 시 줍는 법, 시 먹는 법’이라는 시창작법과 창작의 실제가 병행되는 인문학이 접목된 과정으로 매주 기초반은 화요일에 심화반은 목요일에 한번 강의가 이루어지는 강의지만 카페를 중심으로 매일같이 회원들의 창작시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그동안 발간된 586집이 되는 문창회보만 해도 지역문단의 역사로 자리하고 있다.

문창반을 지도한 신병은 시인은 “좋은 시 한편을 만나는 일은 생각을 공유하는 열린 세상을 향한 소통이고 융합이고 통섭이다”며 이번 시집 출간을 축하했다.

또, “코로나로 우리 삶이 참으로 답답한 요즘 100인 시집은 마음을 헹구는 힐링이 되고 세상이 ‘다 꽃으로 보이는’ 창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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