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내, 대형 물류공룡 등장에 중소업체 고사 우려
여수산단내, 대형 물류공룡 등장에 중소업체 고사 우려
  • 강성훈
  • 승인 2020.08.0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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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경제계, “대기업, 지역 중소기업 상생방안 내놔야”
MRO 대형 물류센터 준공, 본격 영업시 지역업체 경영난 불보듯
여수국가산단 전경.
여수국가산단 전경.

 

최근 여수국가산단내 대기업에 각종 물품을 납푸해 온 지역 중소납품업체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 경제계가 술렁이고 있다.

지역 정치권과 경제계가 위기감 속에 연일 성명서와 건의문을 내고 대기업을 향해‘상생’방안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이른바 여수산단 주요 대기업을 상대로 한 ‘대형유통 공룡’MRO의 등장이다.

MRO 란 기업의 생산 활동에 필요한 간접 자재 및 서비스로 유지(Maintenance), 보수(Repair), 운영(Operation)의 머리글자에서 따온 것으로 ‘기업소모성자재’ 를 칭한다.

직접적인 생산활동과는 관련이 없지만 간접적으로 제품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공구, 사무용품, 기계부품, 전산용품, 청소용품, 포장자재 외에도 특정 설비나 서비스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서브원, 산단 물류 싹쓸이 본격 채비

지난 6월말 여수국가산단 내에 대기업 물품 구매 대행(MRO) 회사가 대규모 물류센터를 준공하면서 지역 여론이 술렁였다.

국내 대표 MRO 전문업체 ㈜서브원이 중흥동에 8,340㎡ 대형창고를 준공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 것.

서브원은 국내 평택허브(중앙), 파주·청주·구미·창원·울산·광주· 익산·여수 등 총 9개 물류센터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여수 허브센터는 2019년 말 기준 여수지역 내 대기업의 구매를 대행하며, 1,200억 원대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서브원은 지난 2002년 ㈜LG MRO로 설립 후 2005년 ㈜서브원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물적분할 후 신설법인으로 분리됐다. 지난 2018년 LG그룹에서 홍콩 사모펀드에 60.1% 지분을 매각하며 계열사에서 분리됐다.

서브원의 여수산단 진출은 지역 중소상공인과 납품업체들의 몰락 신호탄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지역 중소업체들, 줄도산 위기감 고조

2002년부터 비용 절감 등의 이유와 대기업 내부거래 창구로 MRO 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지역 소상공인들의 경제활동 영역은 급격히 서브원에 빼앗겼고, 최근 준공된 대형물류센터가 본격 영업을 시작하면 지역 납품업체 타격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 여수지역 중소상공인 및 납품업체들은 서브원이 물류창고 준공 후, 이윤 극대화를 이유로 기존 여수 중심 구매를 탈피하고, 국내는 물론 해외 직접구매로 구매방식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중소업체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지역 중소납품업체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할 것이고, 이는 지역경제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시의회, “상생방안 촉구” 건의안 채택

이같은 움직임에 지역 경제계와 정치원은 연일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대기업의 지역사회와‘상생’을 촉구하고 나섰다.

여수시의회는 최근 물류센터 준공에 따른 지역 중소업체와 상생방안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고 “서브원은 준공 후 대규모 물류센터 운영시 여수지역 중소기업·납품업체들과 협력적 관계를 어떻게 구축할지에 대한 실현계획을 세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또, 여수산단 주요 기업들의 협의체인 여수산단공장장협의회를 향해 “서브원과 지역사회와 상생을 위한 방안과 지역 중소납품업체와 동반성장에 대한 구체적 수립‧추진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여수시와 정부를 향해서도 “지역 중소업체 보호와 지원 그리고 산단 대기업과의 상생 문화를 확장하는데 범시민 사회적 협의 기구를 구성해 대처할 것”을 제안했다.

시의회는 “서브원의 지역에 대한 공격적인 경영과 영업활동은 지역경제를 고려치 않는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으로 지역과의 상생을 외면하는 시도다”고 비판햇다.

또, “환경과 안전사고, 주민과 노동자들 건강권 등 사회적 부작용에 대해 지역사회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없는 상태에서 그나마 존재하던 지역경제에 대한 도움마저 거둬가겠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직격했다.

 

여수상의, “확실한 상생은 지역업체 이용하는 것”

앞서 주철현 의원과 중소기업업체들도 성명서를 내고 “서브원과 여수산단공장장협의회는 여수지역 중소 납품업체와의 동반성장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상생 방안을 수립해 지역과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고 요구했다.

지역 경제 단체를 대표하는 여수상공회의소도 최근 여수산단내 각 대기업에 보낸 건의문을 통해 “지역업체를 이용해 줄 것”을 건의했다.

여수상의는 “현재 여수산단은 산단 내 소재한 대기업을 중심으로 공장 신‧증설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내 중소기업들은 지속적인 매출 하락을 경험하고, 경기불황의 장기화 가능성 마저 확산되면서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최근 여수에 물류창고를 두고 영업을 하고 있는 국내 대표 MRO업체가 포장재를 비롯한 펌프, 밸브 등 소모성 공장자재의 물류관리를 위해 지난 6월 말 여수산단 중흥지구에 규모를 키워 준공한 바 있어 지역 업체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여수상의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상생협력에 바탕을 둔 확실한 대안은 지역 중소기업 제품과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주는 것이다.”라고 호소했다.

이같은 지역사회 목소리에 산단 대기업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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