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재난 지원금과 瓦陵 一斗(와능일두)
여수시 재난 지원금과 瓦陵 一斗(와능일두)
  • 이상율 기자
  • 승인 2020.07.31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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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율 주필.
이상율 주필.

 

꼬막 산지로 유명했던 율촌에서는 꼬막을 와능(瓦陵)이라고 쓰였던 기록이 있었다. 꼬막은 얕은 바다의 모래나 진흙 속에 살며, 속살의 맛이 간간하고 쫄깃쫄깃하여 주로 삶아서 먹는다. 연체동물로 껍데기에는 부챗살 모양의 도드라진 줄기가 열여덟 개쯤 있다.

1997년께 이 지역 인사가 집안에 전해져 내려와 누렇게 변한 오래된 부의록(賻儀錄)에서 瓦陵 一斗라고 쓰인 글을 발견했다. 그러나 와능이란 단어는 국어사전에도 없었다. 당시 이 단어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고 결국, 한자에 숙달된 부의록 기록자가 마치 기와를 덮은 능 모양과 비슷한 생김새를 빗대어 뜻글자인 한문의 기와(), 무덤, 왕능()자를 절묘하게 조합하여 새로운 단어를 창출한 것으로 해석하였던 것이다.

그 시절엔 마을에 애경사가 있으면 마을 집집마다 금전 또는 각종 농·수산물은 물론 음식까지 만들어 부조(扶助)했던 터라 당시 어느 집에서 바닷가에 나가 꼬막을 채취하여 물품을 부조한 기록이라고 이해했다. 어느 아낙네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왼 종일 꼬막을 채취했을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 정성에 감동했던 기억이 생생하여 잊혀 지지 않는다.

어렵게 살았던 그 시절 집안의 좀들이 쌀은 나그네의 주린 배를 채워주었고 가난한 이웃도 도왔다. 애경사가 있으면 마을 전체가 한 집이 되어 기쁨과 슬픔을 함께했다. 이처럼 우리 공동체의 부조 정신은 오랜 역사를 지녔고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오늘날 코로나19 사태에서 세계적으로 선진국 위상을 알린 국민건강보험의 탄생은 어려운 집은 좀 더 적게 잘사는 집은 좀 더 많이 내어 다 함께 쓰는 부조 정신을 근간으로 탄생됐다. 지금의 코로나 사태에서 국가나 지방 정부가 국민 모두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도 부조정신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경제정책의 일환인 시장 경제의 정상화를 이루기 위한 고육책이기도 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작하면서 경제는 동력을 잃고 서민들의 생활고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격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재산과 소득에 상관없이 1인 가구 40만 원, 2인 가구 60만 원, 3인 가구 80만 원, 4인 가구 이상 100만 원을 긴급재난 지원금으로 지급했다.

전남, 대구, 완주 등 전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서도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정부의 재난지원금이 다소라도 경제에 활력을 주고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부조 정신에 근간을 두고 있지만, 국가적으로는 조금이라도 경제 활성화의 윤활유 역할을 위해서였다.

최근 여수에서는 시 자체 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있다. 시는 전남도가 지급한 재난 지원금 일부에 여수시의 재정이 포함되어있어 별도의 지급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여수 시민협은 자체 조사 결과 여수시는 전남, 전북, 광주 41개 시, , 구를 통틀어 2020년 재정자립도 1위로 확인되었고 부채도 없고 도리어 잉여금도 많은데 지급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시민청원, 일인시위, 조례제정 요구, 길거리 투표 등으로 압박하고 있다. 또 여수시의회도 지난 617여수시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조례를 통과 시켜 76일 공포 하는 등 가세하고 있다.

여수처럼 한꺼번에 마천루 같은 대형건축물이 줄줄이 들어서고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날이 밝으면 40층이 넘는 대형 건축물이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고 있다. 이래서 여수는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의견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것 같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사태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727일 현재 확진 환자 14,175, 검사 진행 18,770, 격리해제 12,905, 사망자 299명을 기록하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기 까지는 이 사태가 쉽게 멈추지 않을 것 같다.

2015IMF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50여 개의 국가 사례에서 상위 20%가 소득이 늘어났을 때는 경제 성장률이 떨어졌고 하위 20%가 소득이 늘어났을 때는 도리어 경제 성장률이 늘어났다고 한다. 하위 소득을 경제정책의 중심에 두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의 희망은 없다. 국가가 어려우면 지방도 어렵다. 재난 지원금은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긴급재난 지원금 지급 여부를 두고 정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와 의회 시민과 함께 자리를 같이하고 여수의 경제 현황과 재정 등을 근거로 충분한 토론을 거쳐 이루어지기를 권한다. 권오봉 시장은 지금까지 의회와의 불화설을 일축 할 수 있고 의회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좋은 기회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 가운데 샤워실의 바보라는 말이 있다. 샤워를 하는 사람이 물이 너무 뜨거우면 찬물 꼭지를 틀었다가 차갑게 느껴지면 다시 뜨거운 물 꼭지를 트는 일을 반복하다보면 결국 맹탕이어서 샤워를 통째 망친 결과를 보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차갑다. 뜨겁다.”를 반복하는 시정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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