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의 정치 인생 쉼표...여수 시민들과 함께 살 터”
“30년의 정치 인생 쉼표...여수 시민들과 함께 살 터”
  • 강성훈
  • 승인 2020.07.0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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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 주승용 전 국회 부의장
“군수시절 첫 기획했던 해양엑스포, 3여통합으로 동력 얻어”
“찾아오는 도시 만들기 위한 ‘행정서비스 산업’ 육성해야”
주승용 전 부의장
주승용 전 부의장

 

“제가 꿈꾸고 계획했던 여수발전의 초석은 많이 이루어 진 것 같다”며 “이제 저의 역할은 여기에서 멈추겠다”

4.15 총선이 한창이던 3월 초. 지역에는 큰 충격파를 안긴 메시지가 던져졌다.

주승용 전 부의장이 5년간의 도의원에서 출발해 군수, 통합 여수시 첫 시장, 16년의 국회의원, 지역출신 첫 국회부의장까지 우리나라 헌정사의 첫 기록으로 남을 정치인으로서 발걸음을 내려 놓은 것.

입장 발표 직전까지도 총선 출마를 유력하게 봤던 지역 정치권에서 그의 ‘불출마’선언은 새로운 정치지형 변화의 신호탄이었다.

주 전 부의장의 정치인생은 3여통합부터 세계박람회 개최에 이르기까지 급격한 변화를 겪어 온 여수 발전의 중심에서 함께했다.

이제 30여년 정치인생의 쉼표를 찍고, 자연인으로 내려 와 ‘경영인’으로서 새로운 출발선에 선 주 전 부의장을 덕양에 위치한 사업체 사무실에서 만났다. -편집자 주-

 

30여년 정치인으로서 길에서 잠시 내려와 자연인이 된 지 한달여가 지나고 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감회랄 것 있겠나... 그보다 먼저 그동안 도의원 5년, 군수, 시장 6년, 그리고 국회의원 16년을 하면서 여수시민들에게 너무나 큰 은혜를 입었다.

지방정치 11년, 그리고 중앙정치 16년의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8번이나 선택해 주 시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드린다.

남은 여생을 시민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평소 많이 해왔다. 마침 그런 기회가 왔고, 여수에서 여수시민들과 함께 살겠다는 마음으로 여수에 머물고 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조그마한 사업체에 매일 출근하면서 30년간 소홀했던 집과 사업체를 살피고 있다.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자그마한 행복이라 여긴다.

그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선거법 등 현실 여건상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한분한분 만나면서 고마운 정도 표하고 있다.

 

정치인에서 하루아침에 경영인이 된 셈이다. 가장 크게 다가오는 변화는 무엇인가?

사실 정치인으로서 삶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인터넷을 연결해 본인과 관련된 기사를 검색하는 것이 첫 시작이었다.

그만큼 긴장된 삶의 연속이었다.

역시, 국회의원 시절에는 평일은 서울에서 머물며 의정활동을 이어갔고, 주말에는 지역에 내려와 지역내 행사를 살피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 생활은 떠난 지금 “좀 더 잘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홀가분한 기분이다.

 

아직은 혼란의 시기인 것 같지만, 새로운 삶의 패턴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30여년 정치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2012여수세계박람회 때 시민들과 함께 했던 열정의 시간들이지 않을까 싶다.

군수로 재직시 처음 기획했던 해양엑스포였다. 당시 도지사로 계셨던 허경만지사와 함께 김영삼 대통령께 건의했고, 제2회 바다의 날 행사에서 2010해양엑스포를 전남에 주겠다고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이후 도내 지자체들과 1년여간 치열한 경쟁 끝에 여수개최를 결정지을 수 있었다.

그렇게 유치에 나선 여수시는 기억하다시피 국제박람회기구 실사단에 보여줄 것 하나 없었다. 변변한 호텔 하나 없어 선박편으로 이동해 남해에서 재워야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 34만 시민 가운데 10만 이상의 시민들께서 연도변에 나와 실사단을 환영해 줄 때는 마음 속의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시민들의 열정이 결국 엑스포 유치의 과제를 풀어낼 열쇠였다. 정치인으로서 이만큼 감동적인 기억이 없었던 듯 싶다.

 

이제 정치인으로서 길에서 잠시 내려 왔다. 많은 생각들이 교차할 텐데 정치를 시작하면서 먹었던 마음먹었던 것들 어느정도나 이뤘다고 생각하는지?

사실 정치가 성격에 맞는 것도 아니었고, 처음부터 정치를 하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작고하신 선친께서 1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셔서 낙선하시고 10년만인 1990년 작고하셨다. 이후 지역민들로부터 선친이 못다 이룬 꿈을 한번 했으면 어떻겠냐는 권유에 이끌려서 지방자치가 시작되지 마자 광역의원에 자의반 타의반 출마했던 것이 정치에 참여하게 된 계기였다.

이후 군수, 3려통합 시장, 4선의 국회의원, 국회 부의장까지 헌정사에 없었던 과분한 경험을 하게 됐다. 결국 정치를 이끈 것도 시민들이었고, 30여년 지켜준 것도 시민들이었다.

그런 선택 앞에 30년동안 큰 대과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아쉬움도 많았을 것 같다. 정치인으로서 많은 지탄을 받기도 했는데...

정치인의 길을 걸으면서 지방선거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 논란과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 때문에 많은 오해를 받는 등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적극적인 해명과 지역민들의 이해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정치인이라는 것은 그런 많은 오해와 잘못하면 하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에 항상 돌다리를 건넌다는 생각으로 걸어왔다.

정치인으로 갖춰야 할 4가지 덕목을 새기고 지키려 부단히 노력했다.

청렴, 근면, 겸손, 학습. 이 4가지를 가슴에 새기면서 여수시민들에게 욕되지 않게 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역을 위해 이룬 성과 중 가장 큰 공을 들였던 것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3여통합이지 않겠나.

3여통합이 있었기에 세계박람회도 개최할 수 있었고, 이를 계기로 낙후됐던 SOC의 확대 등 여수가 세계적 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큰 전기가 되었다.

세계박람회의 성공적 개최에 대해서는 첫 계획 수락부터 박람회장 조성, 개최까지 함께했던 5분의 전직 대통령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5명의 대통령이 없었다면 세계박람회를 개최할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박람회 개최를 계기로 세계적 행사를 치룰 인프라를 갖췄다.

이제 또하나 지역사회가 염원하는 COP28을 유치할 수 있는 역량도 갖춘만큼 반드시 여수를 중심으로 한 남해안남중권 도시에서 개최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30여년 정치인의 생활을 잠시 내려 놓은 주승용 전 부의장은 덕양에 위치한 사업체를 돌보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30여년 정치인의 생활을 잠시 내려 놓은 주승용 전 부의장은 덕양에 위치한 사업체를 돌보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향후 여수가 발전하기 위해 어떤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싶은 정책이 있다면?

국회의원 16년동안 10년이상을 국토교통위원회서 활동했다.

지역구 의원으로서 우리 지역에 가장 시급했던 연륙·연도교나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 SOC확충이 필요했고, 그런 것들이 갖춰져야만 접근성이 좋아져 많은 국민들이 여수를 찾아오겠다 생각에서였다.

다행히 세계박람회가 여수로 확정돼 기반 시설을 확충할 수 있었고, 지금은 15만톤급 크루즈 부두, 공항, KTX, 도로망 등이 좋아져 육해공으로 접근하기 쉬운 지역이 됐다.

이것이 경쟁력이다. 이제는 여기에 더해 호텔, 골프장 등 관광컨텐츠가 어우러져 여수가 세계적 해양관광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억지로 인구를 늘리는 것보다 여수가 살기 좋은 도시라는 인식을 확대시켜야 한다.

스스로 찾아오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행정이 최고의 서비스 산업이다’는 인식을 가지고 행정을 잘 펼쳤으면 좋겠다.

시민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마트에서도 행정업무가 가능하도록 시민들 곁으로 찾아가는 행정서비스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역 정치권이 갈등의 정치라 할 만큼 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둘로 나뉜 지역구를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지역 정치 발전을 위해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여수가 인구가 28만을 위협받고 있다. 20년만에 6만이 줄어든 셈이다. 22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한명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갑을로 나뉜 것이 시민들 갈등을 불러일으킨다고 하는데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국회의원이 그 시에 한명이 있는 것과 두명이 있는 것과는 큰 차이다.

국회의원이 한명으로 줄어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 인구를 늘려야 한고, 인구를 늘리기 위해서는 정말 살기좋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역의 정치 갈등은 어쩔 수 없는 필연이다.

그런 의미에서 항상 주장해 왔던 것이 지방의원, 지자체장의 정당공천 배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정당공천제 때문에 사람을 보고 뽑는 것이 아니라 정당을 보고 뽑는 그런 문화가 이제 팽배해졌다.

특히 영호남 같은 경우 지역주의가 팽배해 있어 특정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무조건 당선이 되기가 쉽기 때문에 정당에 더욱 예속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것이 하나의 암적요소라 생각한다.

중앙정치를 보고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을 보고 정치를 하는 지역정치인들을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의원과 지자체장의 정당공천제가 반드시 폐지돼야 하고 지방정치와 중앙정치는 분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강조하자면 국회의원과 지방의원간 협조는 하되 예속돼서는 안 된다. 자기의 역할이 있다.

나 역시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도 지역 현안문제에 대해 전혀 의사가 개입돼지 않도록, 독립성이 유지할 수 있도록 충분히 보장을 했다.

시장을 하면서 많은 국회의원간 갈등이 있었지만. 다 같이 여수를 위하는 정치인이기에 서로 협조하지 않으면 지역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

시장과 국회의원, 지방의원간 상호 유기적 협조체제가 잘 이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 첫 번째가 정당공천 배제다.

 

끝으로 남은 시간들 지역민들과 소통하며 지역발전을 고민하겠다 말씀하셨는데, 어떻게 지역사회와 소통할 것인지 궁금하다.

앞으로 정치 환경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겠기에 정치를 떠났다고 말씀드리기는 시기가 빠른 것 같다.

다만, 지역발전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언제나 저를 필요로 한다면 나설 마음의 준비를 갖고 쉬는 동안 더 많이 공부하고, 후배 정치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지방자치 발전 방향에 대해 좀 더 고민하겠다.

지방자치 발전을 고민하는 책도 집필하면서 시민들과 소통하고 싶다.

다시한번, 너무나 많은 사랑을 보내주신 여수시민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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