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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화법은 존재를 새롭게 발견하는 화법이다
시의 화법은 존재를 새롭게 발견하는 화법이다
  • 남해안신문
  • 승인 2020.06.12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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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은 시인의 시 줍는 법, 시 먹는 법 56
신병은 시인.
신병은 시인.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내 삶을 빛내준 한 마디가 뭘까?.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꾸고, 내가 쓰는 일상적 화법이 세상의 존재를 빛나게 한다는데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누군가에게 상처준 말은 없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들으면 참 기분을 더럽게 하는 말이 있는가 하면 들으면 하루종일 기분이 좋고 힘이 솟는 말들이 있다. 비난과 처벌을 위한 화법이 아닌, 협력의 힘, 건강한 힘을 발휘하는 화법, 삶의 선순환을 가져다주는 화법, 상처를 갈무리해주는 화법이 세상을 아름답고 빛나게 한다.

화법의 네거티브negative와 포지티브positive다.

달콤한 말, 쓴 말, 매운 말, 알싸한 말, 싱거운 말, 짠말, 부드러운 말, 향기로운 말, 입맛 떨어졌던 말, 감칠맛 나는 말, 기쁨을 주는 말, 살맛나게 하는 말, 행복했던 말, 화난 말, 짜증난 말, 편안한 말, 위태한 말, 뼈있는 말, 물컹한 말, 가는 말, 오는 말, 긍정의 말, 부정의 말, 조롱하는 말, 눈으로 하는 말, 입으로 하는 말, 가슴으로 하는 말, 몸으로 하는 말, 온몸으로 하는 말, 통하는 말, 통하지 않는 말, 씹을수록 향기 나는 말, 사랑의 말, 속보이는 말, 그리움의 말, 햇살의 말, 안개의 말, 바람의 말....

말맛을 알면 그때서야 세상이 다 보인다

시가 보인다 -<말맛> 전문

 

화법은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길이어야 한다,

그리고 지식을 전달하고 그것을 전파하는 기술이면서 지혜를 얻는 창조의 기술이 되기도 한다.

머릿속 다양한 기억의 언어가 조합이 되어 인격과 품성으로 나타나는가 하면 다양한 감성을 표현하는 길이 된다.

이러한 화법이 곧 시의 생각이고 시의 화법이다.

시의 화법은 세상의 존재를 새롭게 발견하는 화법이면서, 잠자는 세상의 감성을 깨우는 화법이다.

대상의 주체성, 존재성, 존엄을 빛나게 해주는 말이다. 그것은 대상의 어느 부분을 들춰 이야기해야 가장 빛날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것인가?”를 끊임없이 묻곤 하는데 시도 마찬가지다.

평범한 궁금증을 엉뚱한 질문에 기대어 힘을 얻는다.

시의 화법은 말의 생산자가 되는 화법이다,

 

시의 화법은 누군가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 말을 하는 것이다.

내가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사는 기준이다.

그래서 시 창작에서 중요한 것은 배우는 재미에 빠져서는 안 되며 쓰는 재미에 빠져야한다.

한편 한편의 시를 쓰는 과정에서 창작의 즐거움을 가져야 한다.

표현의 동력, 쓰는 동력, 말하는 동력, 듣는 동력이 골고루 교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읽기와 쓰기, 듣기와 말하기는 둘이 아니라 하나가 된다.

 

시의 화법을 구체화하면 대상과 현상의 사실에 나의 생각 한 줄을 보태는 화법이다. 한줄을 보태는 방법이 전이, 유추, 연상이다.

나의 생각 한 줄이 시가 되게 하는 화법이다.

 

들판에서 네 잎 클로버를 찾은 적이 있지요

하지만 지금은 마음에서 찾고 있습니다

그대 생각이 행운이니까요 - 윤보영 <네잎클로버> 전문

 

커피에 설탕을 넣고 크림을 넣었는데

맛이 싱겁네요

아, 그대 생각을 빠뜨렸군요 -윤보영 <커피>전문

 

이처럼 시에서 한 줄의 의미, 시의 화법은 일상과 일상이 전도된 생각으로 전개시킨다. 위의 시에서 보듯이 시적 화법은 경험된 사실 혹은 일상적 감정이 확대되고 변용된 감정으로 나아간다.

시도 한편의 드라마라는 점에서 재미를 주는 화법이기도 하다. 시의 재미는 경험의 즐거움이면서 발견의 즐거움이고 화법의 즐거움이된다. 이런 화법이 자신의 고유명사를 만드는 방법이고, 자신만의 겨울나무, 커피, 네일클로버를 찾는 법이다.

그렇다고 흥미에만 치우치면 꽁트가 되고 의미에만 치중하면 철학이 된다.

 

죄다 비웠습니다

텅텅 비웠습니다

비어도 앙상해도 넉넉합니다

곧 봄이 오기 때문입니다

너가 가고 나는 많이 외롭습니다

허전해도 괜찮습니다

곧 봄이 오기 때문입니다

그대는 봄을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신병은 <겨울나무>

 

이런 생각의 전도는 작은 변화에서 가능하다.

누구나 알고 있는 뻔한 이야기를 새롭게 거듭나게 할 수 있는 말, 즉 그 상황 그 대상 그 분위기에 딱 맞는 말을 찾는 일이다다. 그래서 시의 수사는 꾸밈이 아니라 일상적 말의 재발견이다.

그 안에 웅크려 있는 대상의 포즈를 발견하는 것이다.

포즈가 곧 언어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 우연한 발견이지만 천지가 새로워지는 발견이 된다.

파블로 네루다가 시가 어느 날 길을 가는 자신을 불렀다고 말했듯이 그건 가르침도 아니고 깨달음도 아닌 ‘문득’ ‘그냥, 우연히’ 되돌아보는 재발견이다.

 

아침 현관문 거울 앞에 서서 문득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는 낯선 안부를 묻는다굿모닝

잘하고 있지

요즘 좀 어때

늘 하던 입 발린 식상한 안부는 어울리지 않아

어떤 안부를 물을까 고민하다

그만 지각까지 했지만

아직 내가 솔깃할 안부를 묻지 못한다

올 가을에는 마음 솔깃한 안부를 전하고 싶다

오래오래 아팠던 상처 한번 쓰다듬어 주고 싶다

잘 했던 일도 하나 둘 챙겨 엉덩이 한번 다독여주고 싶다

한번만이라도 나를 기대고 싶다

나를 위한 돗자리도 펴고 싶다

진정으로 내 안에 들어 나를 만나고 싶다

정말로 그러고 싶다

내가 솔깃할 나의 안부 한마디 찾고 싶다

 

아침 출근길에 신발장 거울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남의 안부를 잘 물었는데 진작 내 안부를 물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로 내 안부를 묻는 한마디 간절한 아침이었는데 그날 이후 아직도 나의 안부를 제대로 묻는 한마디를 고민하고 있는 내용이다.

내 삶의 자존을 챙겨줄 수 있는 안부 한마디, 내 삶의 추임새가 될 수 있는 안부 한마디를 찾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말의 의미는 어떤 상황, 어떤 대상, 어떤 포즈에서 의미가 다시 거듭나게 된다는 것이 발견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점 하나 조사 하나에 따라서도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

‘넌 키만 작다’와 ‘넌 키도 작다’가 다르고 ‘넌 키만 크다’와 ‘넌 키도 작다’의 의미는 다르다. 그래서 언어에도 온도가 있다고 했다.

따뜻한 언어가 있고 차가운 언어가 있다.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수없이 건네받고 건네준 그 말

그렇지만 마음 한 구석에

응어리로 남아 있는 그 말

살짝만 닿아도 통증이 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괜찮지 않습니다

용감한 척, 착한 척 했습니다

혼자 외롭게 아팠습니다

‘그래, 착한 아이지’

엉덩이 다독여주던 그 말 때문이었습니다

착하게 길들이던 속임수였습니다

나를 꾹꾹 눌러 둔

괜찮다는 그 말이

착하다는 그 말이

나를 위한 마땅한 말이 없을 때나 하는

참 시시한 말이었습니다 - 신병은<착하다는 그 말> 전문

 

시의 화법은 존재를 새롭게 발견하는 화법이다.

그래서 시를 쓰는 일은 언어의 집을 짓는 일이고, 존재의 집을 새롭게 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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