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와 얽힌 역사의 횡간을 읽어주는 책
차(茶)와 얽힌 역사의 횡간을 읽어주는 책
  • 이상율 기자
  • 승인 2020.05.22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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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의 책/ 정병만의 ‘차 인문학 이야기’
옛 여천군 공보실장 역임하기도
차 인문학 이야기 표지.
차 인문학 이야기 표지.

 

저자 정병만.
저자 정병만.

 

차(茶)에 대한 역사, 차의 종류, 다도(茶道)를 소개하는 서적은 많지만 차와 얽힌 역사의 횡간을 들여다보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학연 문화사가 펴낸 정병만의 『차 인문학 이야기』는 중요한 대목마다 세계적인 역사적 사건과 연관성을 도출시켜 묵직한 울림을 준다.

제1부 우리 차 문화의 성찰, 제2부 중국 그리고 일본 차 문화, 제3부 서양 차 문화 이야기, 제4부 차 문화의 만남과 교류로 분류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도 역사적 사실과 차와의 관련을 예리하게 분석했다.

본문의 첫머리에 “한글을 쓴 찻사발의 귀향”에서는 2008년 7월, 400년 만에 일본에서 돌아와 국립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 『하기』 찻사발에 대한 이력으로 시작된다.

임진왜란, 일본으로 잡혀간 조선 도공, 태평양 전쟁이라는 역사의 얼개에 차분하게 깔려있다. 그가 “이름 모를 도공의 비애와 망향의 그리움이 한낱 문화적 호기심으로 비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사족을 단 데서도 이를 느낄 수 있다.

1941년 12월 7일 일본 연합함대의 하와이 진주만 기습으로 시작된 미국과의 전쟁에서 차는 전시 하에 사치라는 멍에를 쓰고 사라질 뻔한 것을 도리어 전쟁 수행에 필요 불급한 각성제 생산이라는 설득에 차밭이 재배를 이어갔고 고형(固形) 말차(抹茶)를 만들어 가미가제, 특공 전용 무기인 오카 등의 돌격정(突擊艇) 장병들에게 각성제로 쓰였다는 사실을 반추한 것은 놀랍다.

이외에도 영국의 식민정책에 반대했던 미국의 다트머스, 엘리너, 비버 호 등 3척의 배에 실려 있던 많은 차를 바다에 버렸던 이른바 “보스턴 티 파티”가 미국 독립운동으로 발전했던 반전 과정, 중국의 아편전쟁 등등 차로 인한 동서양의 격변을 역사적으로 고찰한 것도 매우 흥미롭다.

그는 노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차와 관련한 신간 도서를 구하기 위해 일본을 찾기도 하고 현장을 답습하는 열정을 보인 흔적이 촘촘하다.

그러나 요순시절 차의 탄생부터 다성(茶聖) 초의선사와 동다송과 운흥사에 얽힌 이야기, 이규보의 시, 차와 건강, 차와 문학, 서방세계의 다양한 차 문화를 관조하는데도 놓침 하나 없고 그는 바른 다도(茶道)를 위한 메시지도 남겼다.

저자 정병만은 92년 동광양 부시장으로 정년퇴임 후 광매 지역발전연구소장, 한국 차 학회 상임이사, 월간 『차의 세계』 편집위원, 2014년에는 동서 비교 차 문화 연구회 발의, 창설 초대 회장으로 활동하였고 2010년 이후 목포 대학 및 단체 초빙 강사로 출강, 지금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9년 차 인문학 이야기 출간에 이어 지금은 『세계 차 문화의 명언(名言)과 차담(茶談)』 집필에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 에피소드 - 그의 탐구력은 일찍부터 세평이 나 있다. 74년 그가 여천군 공보실장 당시 무등록 도서인 여수시 거문도 백도 탐사에 나서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를 병풍바위라고 이름을 짓기도 했다. 이곳은 6, 25 전쟁 당시 미 공군의 사격장으로 사용됐던 곳이다. 숱한 포화에 파이고 갈라졌던 것이, 오랜 시간 풍화 작용으로 민둥민둥하게 된 단애(斷崖)에 형형색색의 모양이 그림처럼 새겨져 있는 것을 사진으로 옮겨 여천군 홍보 화보 지에 병풍바위라고 공시하였다. 이 섬은 오늘날까지 병풍바위 섬으로 불리고 있으며 백도의 명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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