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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톱” 공익기부 약정 남발
“스톱” 공익기부 약정 남발
  • 이상율 기자
  • 승인 2020.02.28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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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눈]
웅천다리 건설 현장.
웅천다리 건설 현장.

 

이상율 주필.
이상율 주필.

 

여수 사람이 봉일까. 아니면 여수가 봉일까.

여수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는 기업이나 단체들이 허가를 받기 위해 지역 사회공헌 사업에 큰돈을 내놓겠다고 머리 숙여 약속하고는 막상 사업 허가가 떨어지거나 영업을 하게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딴전을 부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므로 하는 말이다.

우리 시민 누구 하나도 우리 고장에서 사업하려는 사람들에게 큰돈부터 내놓아야 한다고 꼬임이나 윽박지른 것도 아닐 터, 스스로 시민과 지역사회를 위해 머리 숙여 약속해 놓고 막상 사업이 이루어지면 내가 언제 그랬느냐면서 “내 몰라라” 하니 은근히 열 받는다.

어디 그뿐인가. 이왕 내놓게 된 돈, 내 비위에 맞지 않으면 아예 없었던 일로 하자고 어깃장까지 부리니 이제는 주절거리다 못해 욕설이 절로 터져 나온다. 마치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 선달을 보는 것 같아서 말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2004년 10월 여수시와 ㈜여수관광레저는 투자협약을 통해 100억 원을 들여 청소년 수련관을 지어 드리겠다고 하더니 물 건너가고 말았다.

양측은 시티 파크 리조트를 특구 사업으로 추진하되 사업자 측에서는 100억 원을 들여 청소년 수련관을 건립한 후 “여수시에 거저 바치겠습니다.” 고 했다. 어디 그뿐인가. △장학금 제도 △마을 장려금 지원 △주민 우선 채용 등 무지개 “빛” 약속을 하고는 물거품이 되고 만 것이다.

엑스포 이후 시작된 지역의 사업 가운데 가장 “핫” 한 사업으로 평가받는 여수 해상케이블카(주)는 지난 2014년 11월 임시 운행허가를 앞두고 유료 입장권 매출액의 3%를 여수시에 공익 기부하겠다는 약정을 하였고 운영 첫해인 2015년분 기부금 8억3379만 원을 여수시에 냈다.

그러나 정식 운행허가가 난 지난해 5월부터 갑자기 태도가 바뀌어 10월 공익기부 약정이 자발적인 의사로 체결된 것이 아니며 기부 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100억 원 장학재단 설립’으로 기부금 납부를 대신하겠다고 통보하고 여수시와 오랜 기간 충돌하고 있다.

여수시는 2016년 7월에 웅천지구 택지개발사업 투자자인 여수 블루 토피아와 공익기부 이행약정을 체결했다. 웅천 택지개발사업 완료 후 조성 원가 정산 시 웅천지구~소호 간, 도로 및 교량 공사 사업비로 150억 원을 여수시에 기부키로 한 것이다. 다리 건설은 추진되고 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하수종말처리장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인허가가 악취분쟁을 야기 시키자 지난해 3월 꿈에그린 아파트 건설사인 (주)한화건설과 토지분양사인 여수 블루 토피아(유)는 악취 저감 대책을 위해 각각 15억의 지정기탁금을 납부하겠다는 지정 기탁 서를 제출했으면서 국비와 시비 등 사업비 85억 원을 투입해 악취방지시설과 미관개선 사업은 지난 10월 말 준공했으나 한화 건설만 15억 원을 납부했을 뿐이다.

어디 그뿐인가. 아파트 건립을 추진 중인 장미아파트지역주택조합이 주택조합공유재산취득과 관련해 30억 원을 내놓기로 했고, 죽립현대주택조합 측도 주택신축개발이익에 따른 15억 원을 기부키로 했다.

이 밖에 묘도 녹색 산업단지 조성분양 업체도 12억 원 정도로 추정되는 분양대금의 2%를 기부키로 했고, 학교급식 지원센터위탁사업을 하고있는 여수시 농수축협 학교급식 연합지원단도 매출액의 1%를 기부키로 했다.

이렇듯 8개 업체가 여수시에 일정 금액을 기부키로 했지만, 현재까지 기부가 완료된 업체는 케이블카 사업자가 15억여 원을 기부했고, 레일바이크 사업자가 9천여만 원, 낭만포차 운영회가 2억3천여만 원, 장미아파트 주택조합 측이 10억 원, 학교급식 연합지원단이 1억2천여만 원을 각각 기부했을 뿐 블루토피아, 죽림 주택조합, 묘도 녹색 산단 분양업체는 아직 기부 소식이 없다.

실상이 이렇다 보니 협약을 체결한 역대 시장들은 마치 봉이 김 선달에게 속아 넘어간 얼치기 벼슬아치처럼 장사치들의 공익기부 약정이라는 종이 장 하나에 권위와 스타일만 꾸긴 셈이고 시민에게는 적잖은 분노와 실망을 안겨 줬다.

어디 그뿐이랴. 퇴임 후에도 사업가들에게 큰 이익을 몰아주었다는 의혹이 분홍 글씨처럼 따라 다니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여수를 투기지역으로 만드는 공익기부라는 사탕발림을 근본적으로 멈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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