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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四字成語)로 보는 사회상
사자성어(四字成語)로 보는 사회상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9.12.27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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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율 주필.
이상율 주필.

 

공명 지조'(共命 之鳥). 전국 대학교수들이 올해 뽑은 사자성어다.

불교 성전에 나오는 것으로 몸은 하나 머리 두 개인 새다. 한쪽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나 몸채에 달린 머리가 서로 보지를 못한다.

어느 날 한쪽 머리가 독이든 열매를 먹은 탓에 결국, 몸통 전체가 죽고 말았다. 이야기는 한쪽 머리가 없어지면 자기는 혼자 잘 살아남을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결국 모두 죽는다는 것을 말한다. 적대적 공동체에서 양극 대립이 극심한 작금의 사회상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1992년 창간한 교수신문은 지난 2001년부터 교수 설문을 통해 한 해를 사자성어로 꼽고 있다. 해마다 대학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는 그때그때의 시대상을 잘 지적하고 있어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최근의 사자성어를 반추해 보았다. 해마다 최고의 지성(知性)들이 선정한 사자성어를 당시의 국가 지도자의 지도력과 오버랩해 보았다. 우리들의 선택이 국가의 흥망에 무한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실감케 한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재임 기간 중 그해의 사자성어는 호질기의(護疾忌醫), 병을 감추고 의사를 멀리한다는 말로 잘못이 있어도 다른 사람들이 바로 잡아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2009년 화이부동(和而不同), "()하고 동()하지 않는다. 남과 사이좋게 지내기는 하지만 자기중심과 원칙을 잃지 않고 무턱대고 어울리지는 않음을 이른다.

2010년은 장두노미(藏頭露尾) 머리가 썩 좋지 않은 타조가 위협자에게 쫓기면 머리를 덤불 속에 숨기고 꼬리는 미처 숨기지 못해 쩔쩔맨다는 뜻이다.

2011년 엄이도종(掩耳盜鐘)으로 자기가 한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남의 비난이나 비판이 듣기 싫어서 자신의 귀를 막지만, 소용이 없다는 의미다.

2012년은 거세개탁(擧世皆濁)’은 온 세상이 모두 탁해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바르지 않아 홀로 깨어 있기 힘들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2013년은 '제구포신(除舊布新)'을 뽑았다. 묵은 것을 지우고 새로운 것을 펼친다는 뜻이다. 낡은 것은 버리고 새것을 받아들이되 낡은 것의 가치도 다시 생각하고 새것의 폐단도 미리 봐야 한다. 대선 과정에서 고질적인 지역 이데올로기, 계층 갈등이 심화했다며 "새 정부는 구악을 퇴치하고 새로운 가치관과 시민의식을 고양해야 할 것이라는 당부가 담겼다.

2014년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일컫는 것을 뜻하며 고의로 옳고 그름을 섞고 바꾼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곧 흑백이 뒤바뀌고 시비곡직이 뒤죽박죽이된 것을 일컫는 말이다.

2015년 혼용무도'(昏庸無道)를 꼽았다. 혼용무도는 나라 상황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는 뜻이다.

2016君舟民水(군주민수),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로다. 강물의 힘은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결국, 최순실 게이트와 세월호로 인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돼 찬성 234표로 가결됐다.

2017년 파사현정(破邪顯正), 사견(邪見)과 사도(邪道)를 깨고 정법(正法)을 드러낸다는 뜻으로 온갖 사악한 무리를 몰아내고 옳고 바른 것을 바로 세우는 희망을 담았다고 한다. 그러나 310일 대한민국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인용하면서 결국 최종 파면되었다.

201759일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됐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2018년 사자성어는 임중도원(任重道遠),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 논어의 한 구절로 큰일을 맡아 책임은 무겁고 할 일도 많음을 이른다. 2월 평창 동계올림픽, 3월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수수 횡령 혐의로 구속, 4월 남북정상회담, 6.13지방선거 등으로 명암이 엇갈리는 한 해가 되었다.

2019 공명 지조를 올해의 성어로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교수(철학과)"한국의 현재 상황은 상징적으로 마치 공명조(共命鳥)를 바라보는 것만 같다""서로를 이기려고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한 쪽이 사라지면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한국 사회에 대해 안타까움이 들어 선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2020년의 교수 선정 사자성어가 무엇이 될지 궁금해진다.

비익조(比翼鳥)라는 새가 있다. 암수가 다 눈이 하나이고, 날개가 하나인 새로 서로가 짝을 짓지 않고는 날지 못한다. 그러나 둘이 서로 날개와 눈을 합치면 창공을 활활 날 게 된다는 전설의 새이다.

서로가 흠결이 있어도 서로가 부족한 것을 채워주면서 완전체가 된다는 의미로 연이지(連理枝)라는 말과 함께 화목한 부부나 남녀 사이에 많이 쓰인다. 새해 경자년(庚子年)에는 미사여구(美辭麗句), 아름답게 꾸민 말과 글이 장식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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