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己亥年)을 보내며
기해년(己亥年)을 보내며
  • 남해안신문
  • 승인 2019.12.2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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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시대] 임병식 수필가
임병식 작가.
임병식 작가.

 

앞으로 보름 남짓만 지나면 기해년(己亥年)이 저문다. 신년 초에 경상북도 간절곶에서는 황금돼지해를 맞아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비는 기원제가 열렸다.

이 행사에는 무려 19만명이 참석하여 대성황을 이루었다. 그래서일까. 금년 한해는 나라에 큰 변고가 없었다. 달포 전 독도해상에서 구조헬기가 추락하여 사망자가 발생한 안타까운 일이 있었고, 일본이 위안부 배상문제로 오기를 부리는 바람에 무역분쟁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크게 안정을 해치거나 경제가 휘청대지는 않았다.

북한 또한 여전히 대치를 하는 가운데서도 미국과 우리나라가 외교적 역량을 발휘하여 핵문제로 인한 큰 갈등은 없었다. 미사일을 몇차례 쏘아 올리기는 했지만 위협을 가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반면에 군사회담을 통해 DMZ내 유해발굴과 서해에서의 무력충돌방지를 이루어냈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기해년에는 별다른 사건이 없었다. 1632년 기해예송(己亥禮訟)이 일어나 서인과 남인이 충돌한 것이 고작이었다. 계모후(繼母后) 상을 당하여 효종임금의 상복을 입는 문제로 일년 복을 할 것인가, 3년 복을 할 것인가 다투었을 뿐이었다.

이러한 운세 때문인지 내가 사는 여수에서도 별다른 불미스러운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비하여 여수와 고흥간을 잇는 도로연결과 진남관의 보수공사와, 돌산대교의 보수공사는 차질없이 진행되었다.

해마다 인구가 감소하던 여수는 금년을 기하여 인구유출이 멈추고 처음으로 늘어나는 획기적인 해가 되었다. 이웃인 순천과 광양인구가 지속적으로 빠져나간 것에 비하면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것은 2012년 엑스포를 통하여 도로와 호텔등 도시기반이 확충되고 관광객을 불러드린 것에 기인한다. 한해 동안 천만 명이 넘게 다녀갔으니 엄청난 홍보효과를 거둔 것이다. 사실 여수는 아름다운 미항이다. 곳곳에 박힌 섬과 리아시스 해안은 큰 볼거리다. 거기에다 매혹적인 오동도가 있고 향일암이 있으며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목조건물 국보 진남관이 있다.

곳곳에는 이충무공의 발자취가 어려 있어 스토리텔링의 볼거리가 많은 고장이기도 하다. 웅천에 있는 충무공자당지 하나만 만해 얻어갈 이야기 거리가 많다.

금년에는 장도를 개발하여 문화도시로서의 면모도 새롭게 갖추었다. 인근에 있는 예물마루에서는 수준높은 공연이 쉼없이 펼쳐지고 있다.

말이 나온 김에 바람이 있다면 보다 여수시민이 공연문화를 좀 더 접할 수 있도록 예우차원의 할인혜택이 요망된다.

내년은 2020년 경자년(庚子年)이다. 흰쥐 띠의 해로서 금년의 기운을 이어받아 별탈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역사 속에서도 보면 경자년에는 이렇다 할 악재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 연간을 선조가 임진왜란를 치른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은 이외, 세종대왕이 집권한 경자년에는 나라가 융성했고, 정조임금이 보낸 경자년도 나라의 태평성대는 물론 문화부흥을 이룩하였다.

마찬가지로 큰 변수만 없으면 무난한 한해가 되지 않을까 한다. 여기에는 몇가지 변수가 있다. 첫째는 북한과의 관계이다. 핵문제를 지혜롭게 풀어야 할 것이다. 다음에는 미국과의 관게이다. 턱없는 방위비를 압박하고 있는데,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다음에는 주변 국가와의 관계이다. 일본과는 위안부문제, 징용배상금 문제를 풀어야 하고 수출규제문제 다 풀어야 한다. 중국과는 사드 갈등으로 인한 문제, 러시아와는 북핵문제를 풀기위한 신뢰구축이 시급하다.

이것 못지 않게 정치권갈등도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다. 제1야당이 끊임없이 발목잡기를 하고 있는데 국민을 보고 가는 정치가 아쉽다. 어느 당이 의석을 몇석 더 가져가고 선거제가 어떻게 바뀌든 간에 국민은 큰 관심이 없다. 제발 서로 협력하여 나라를 안정시키고 국민을 잘 살게 보살펴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러한 민의를 읽어내지 못한다면 내년에 치러질 국회의원 선거에서 큰 낭패를 당할 것이다.

지역을 따지고 당을 따지는 구태의연한 청치로는 설자리를 잃을 것이다. 크게 보아 이 두가지 문제만 잘 극복하여 풀고 나간다면 무난한 한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해의 마무리는 중요하다. 그 결산을 가지고 새로운 한해를 설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해마다 사자성어(四字成語)를 발표해 왔다. 2017년에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이었다. 적폐청산을 주문했다. 그리고 금년에는 호시우행(虎視牛行)이었다. 내년에는 무엇을 주문할지 자못 궁금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다음의 말을 하고 싶다.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天時不如 地理不如人和).즉 하늘의 때는 당의 이름만 못하고 땅의 이득은 사람의 화합만 못하다는 말이다. 중국국학대사 지센린이 한 말이다. 오늘날의 어지러운 시국으로 볼 때 자강 시급한 현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엄숙한 한해가 다 저물어가고 있다. 한해를 돌아보아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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