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플라스틱 알갱이
식탁 위의 플라스틱 알갱이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9.10.16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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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눈] 이상율 주필
이상율 주필.
이상율 주필.

 

유리를 제치고 플라스틱이 주방을 차지하면서 주부들의 사랑을 받았다.

무겁고 깨지기 쉬운 유리에 비해 견고하고 다양한 용도로 쓰기 편리하기 때문이었다. 결국 현대인의 일상생활을 지배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런 플라스틱이 알갱이 플라스틱으로 인해 건강을 해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이렀다 할 변화가 없는 것을 보면 지금까지 길든 생활 습관을 버리지 못한 탓이 아닐까 한다.

플라스틱은 1868년 미국의 하이엇이 발명한 셀룰로이드로 알려져 있다.

인간의 위대한 발견이나 발명품은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로 얻어진 것도 있지만 실수나 우연으로 이루어진 것도 많다. 1860년대 미국의 상류사회에서는 당구가 크게 유행했었다.

그런데 코끼리 상아로 만든 당구공이 너무 비싸 이를 대신할 재료가 필요했고, 급기야 이 재료를 구하는데 1만 달러의 상금까지 걸었다. 당시 인쇄공이었던 하이엇이 1846년 스위스 바젤대학의 교수 쉰 바인이 화학실험 중 우연히 발견해 낸 질산셀룰로스를 이용하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실패를 거듭하던 그는 어느 날 방안의 약장에 있던 캠퍼(식물 성분으로 당시 피부약으로 사용되었음)를 별 기대 없이 넣어보았다가 질산셀룰로스가 딱딱하게 변하는 것을 보고 플라스틱을 발명하게 된 것이다. 그 후 베이클랜드가 1909년 발명한 페놀포르말린 수지(베이클라이트)가 이를 대체했다.

현대인의 일상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플라스틱은 가볍고, 튼튼하며, 원하는 색깔을 마음대로 낼 수 있으며 어떤 형태로든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뛰어난 가공성 때문에 플라스틱이 쓰이는 곳은 무궁무진하다. 가전제품, 생활용품, 가구, 건축자재, 전기용품 등 딱딱한 합성수지에서부터 비닐, 합성섬유에 이르기까지 현대인은 그야말로 플라스틱 더미에 묻혀 살고 있다.

값이 싸고 가공도 쉬우므로 대부분의 일상용품에 빠지지 않고 쓰인다. 의외로 총기 같은 물건에도 많이 들어가는 편이다. 과거에는 금속과 나무로 만들었지만 가격과 생산성에서 유리하고, 가벼우며, 기술의 발달로 비교적 튼튼해졌기 때문에 근래에는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한다.

플라스틱 생명은 500년 정도라고 한다. 플라스틱이 세상에 나온 것이 100년 남짓이니 이론상으로는 지구상에서 자연 분해된 플라스틱은 없다는 얘기가 된다.

인간이 만든 플라스틱 가운데 연간 127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든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바다에 5조개 이상의 플라스틱 조각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지구를 400바퀴 감을 수 있는 양이다. 해양쓰레기 중 약 80%는 육지에서 발생하고 나머지 20%는 선박에서 버리는 쓰레기다.

이처럼 인간이 버린 쓰레기는 바다를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해양 생물을 위협한다. 해양생물학자 크리스틴 피게너는 2015년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박힌 바다거북을 발견했다.

집게로 빨대를 빼내려고 하자 거북은 피를 흘리며 괴로워했다. 힘겹게 빨대를 빼내는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전파됐고 3년 후 이 사실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최근 들어 미세 플라스틱이 인간의 건강을 해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새로운 관심과 긴장을 불러오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5mm 이하 플라스틱으로 먹이사슬 통해 다양한 개체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애초에 작게 만들어진 1차 미세플라스틱과 마모되면서 크기가 작아진 2차 미세플라스틱으로 구분한다. 마이크로비즈라고 불리는 세안 제나 세제에 들어 있는 향기 캡슐 따위가 대표적이다.

하수도를 통해 바다에 흘러가기도 하고, 각종 플라스틱 제품이 햇빛이나 파도에 잘게 부서지기도 한다. 그렇게 바다 위를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 조각의 수는 무려 51조 개. 더 비관적인 연구로는 매일 미국 해역으로 흘러드는 마이크로비즈만 8조 개, 테니스 코트 300개를 덮는 양이라는 추정도 있다.

일상 생활용품에서 바다까지 흘러나온 미세플라스틱이 해산물과 함께 식탁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플랑크톤이 먹이로 오인해 섭취하고, 이를 다시 작은 물고기나 갑각류가 먹고, 더 큰 물고기에게 잡아먹혀 결국 사람의 입속까지 들어가는 것이다.

홍합, , , 숭어 등 170여 종에서 플라스틱이 검출되고 있으니 굴 무침, 홍합탕, 생선구이 등 식탁 위 해산물 요리를 인류가 언제까지 마음 놓고 즐길 수 있을까.

플라스틱 함부로 버릴 일이 아니다.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라는 햄릿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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