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30년은 나에게는 곧 하루의 의미다”
“나의 30년은 나에게는 곧 하루의 의미다”
  • 강성훈
  • 승인 2019.08.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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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올해의 ‘한국문학인상’ 수상한 신병은 시인에게 듣다]
7권 시집...20년 대학강단...35년 교직...지역 문화예술 어른으로
“여수 문화예술, 무한한 재생산의 역량을 갖춰”
올해 한국문학인의 상을 수상한 신병은 시인.
올해 한국문학인의 상을 수상한 신병은 시인.

 

올해로 등단 30년을 맞는 신병은 시인이 한국문인협회(이사장 이광복)에서 수여하는 제5회 한국문학인상 수상자로 선정돼 관심을 모았다.

‘한국문학인상’은 한국문인협회가 창작활동에 전념하는 문인들의 문학적 업적을 포상하기 위해 제정한 상으로, 지난 한해 동안 한국문인협회가 발간하는 <한국문학인>에 발표한 작품 중에서 가장 우수한 시 한 편을 선정해 주어진다.

이번 수장작은 신병은 시인의 시 <키스>다.

시 <키스>는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라는 그림을 모티브로 ‘설렘’을 주제로 하고 있다.

신병은 시인은 평소에 시 쓰기는 마음을 새롭게 하는 일이고 마음을 보살피는 일이라면서, 마음을 새롭게 하여 세상을 새롭게 읽는 마음공부라고 강조한다.

부경대 남송우 교수는 “신병은 시인의 시를 관통하는 힘은 서정시의 감수성이라며 단순한 서정성이 아니라 생태학적 사유를 근거로 하고 있다면서 그를 우리시대의 새로운 서정시로 읽게 된다”고 평한다.

한편, 신병은 시인은 한국예총여수지회 고문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차세대문학 심의위원, 전남문화관광재단 사이버 갤러리 집필 위원, 여수문화예술위원회 부위원장, GS칼텍스 재단과 범민문화재단 이사 등을 지내며 지역문화예술을 이끌고 있다.

또,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 문예창작 과정 전담강사로서 문학 저변 확충에 기여하고 있으며 그동안 출신 문인으로는 신춘문예 7회를 포함하여 80여명에 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인은 <시 줍는 법, 시 먹는 법>을 47회에 걸쳐 연재하면서 문예창작의 지상강의를 진행하는가 하면, <바람과 함께 풀잎이> <식물성 아침을 맞는다> <강 건너 풀의 잠> <바람굽는 법> <잠깐 조는 사이> <휴> <곁> 등 7권의 시집를 펴내는 활발한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전남문학상, 지역예술문화상, 전남문화상, 여수시민의 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등단 30년을 맞은 해, ‘한국문학인의 상’을 수상하며 남다른 의미를 더하고 있는 신병은 시인을 만나 소감과 지역문화예술발전을 위한 제언을 들어본다.

 

이번 문학상 당선 소감을 짧게 밝혀 달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수상이었다.

처음에는 한국문인협회 전화인 줄 모르고 받지를 않았는데 시상식에서 사전에 교감없이 엄정한 보안 속에 심사를 마친 후에 통보했다는 말을 들었다.

이번 수상은 그동안 시창작의 작은 보람이라는 생각과 함께 더 치열하게 시를 쓰야겠다는 재다짐의 의미라 생각한다.

항상 그랬듯이 이번 수상도 ‘되돌아봄과 재출발’의 의미가 크다 하겠다.

 

그동안 30여년 창작 활동을 통해 많은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번 수상이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1989년 <시대문학>을 통해 등단을 했으니까 올해가 등단 30년이 된다.

그동안 지역예술문화상, 전남시문학상, 한려문학상, 전남문학상, 전라남도 문화상 등을 받았지만 이 문학상은 한국문인협회가 창작활동에 전념하는 문인들의 문학적 업적을 포상하기 위해 제정한 상으로, 지난해 한 해 동안 한국문인협회가 발간하는 <한국문학인>에 발표한 작품 중에서 가장 우수한 시 한 편을 선정하여 주는 상으로 여러 가지로 뜻이 깊다고 하겠다.

등단 30년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상이라는 생각이다.

 

이번 문학상 수상작품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달라

시 <키스>는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라는 그림을 모티브로 하여 쓰여졌다.

클림트의 <키스>는 한 쌍의 연인, 입맞춤, 마음과 몸이 물들어가는 감미로운 포즈, 황홀한 색감, 긴장과 떨림, 꽃으로 상징되는 에로스적 본능에 대한 그림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에 대한 해석은 가장 완성도가 높은 사랑을 그렸다고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사랑의 완성은 죽음이라는 의미로 죽음의 순간에 맞는 절정의 의미를 그렸다고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측면의 해석이 있다.

나는 그 작품을 보면서 ‘사랑과 설렘’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떤 경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설렘’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은 나이가 들어 늙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 설렘이 사라지면 늙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삶을 들여다 본 시다.

 

올해 등단 30년을 맞은 신병은 시인이 그동안 펴낸 7권의 시집.
올해 등단 30년을 맞은 신병은 시인이 그동안 펴낸 7권의 시집.

 

올해로 등단 30년을 맞는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시인에게 등단 30년의 의미는 무엇인가?

30년의 세월은 돌아보면 먼 세월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또한 하루, 하루가 모여 된 결과다.

나의 30년은 나에게는 곧 하루의 의미다.

즉 ‘하루하루’란 의미가 밑자리 하고 있는 30년이다.

우리에게 연륜은 그 세월만큼 넓고 깊은 안목을 갖게 해주면서 그 연륜의 깊이와 넓이가 바로 지금의 나라는 생각이다.

1989년 시대문학 신인문학상에 <이삭줍기> 외 12편으로 등단을 했지만 나의 시 쓰기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다. 시골에서 시인이자 담임이셨던 고 남용술 선생님을 만났고, 소년 동아일보에 동시 <흰구름>이 발표되었다.

물론 거의 담임선생님의 갈무리한 작품이었지만 그때 아버지는 학교 선생님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식사를 대접할 정도였으니까, 어린 나는 “시”라는 낯선 세상에 몇 발자국 가까이 갈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 중학교, 고등학교 때 교내 백일장에 단골로 나가면서 문학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게 되었다.

대학진학 후에 다 그렇듯이 몇 번의 신춘문예 최종심 탈락과 함께 홍역을 되풀이 하던 그 무렵에 고 송명진 시인(당시 문협여수지부장)이 나 몰래 시를 가져가 <시대문학>에 보낸 것이 신인상에 당선되었다.

그로부터 30년이 되었고, 지금까지 시집을 7권을 내었고 20년째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시창작 강의를 하면서 지역문학 저변 확충에 힘을 보태고 있고, 35년의 교직생활을 마무리 했고, 여수문협회장, 여수예총 회장을 역임했고, 이제는 어떻게 하면 추하지 않게 나이 들어 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30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수상할 때도 그렇고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참으로 많다.

무엇보다 그동안 한편 한편의 시를 탈고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만큼 한편 한편에 애정과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그래서 시집을 한 권 한 권 내었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시집은 시인이 오랜 시간의 산고 끝에 출산한 자식과 같기 때문이다.

등단 1년차가 되던 1990년 8월에 서울 혜화당에서 첫 시집 <바람과 함께 풀잎이>를 출간했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으로 잠을 설쳤던 기억이 난다.

첫 시집 <바람과 함께 풀잎이>가 발간되고 전국의 문인들에게서 축하를 받았던 기억이 새록하다. 서울 교보문고의 신간 서가에 가장 돋보이는 곳에 놓였고 꽤나 판매가 되기도 했다. 그해에 한국일보에 ‘문 밖에서’이란 시와 함께 소개가 되기도 했었다.

시집 발간의 의미는 나의 시세계를 한번 점검하고 확인받는다는 의미에서 설레게 하는 과정이다.

 

앞으로 또 다른 30년의 활동이 기대된다. 어떤 활동들 계획 중인지...

30년이란 시간적 의미는 경계가 아니라 연속선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랬듯이 더 열심히 삶을 들여다보면서 그 속에 안겨있는 새로운 풍경을 살펴보려 한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

읽으면 기분 좋은 시, 행복해 지는 시, 새롭게 나를 만나게 하는 시, 설렘을 가져다주는 시를 쓸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그러고도 여력이 있다면 지금까지 그랬듯이 ‘시로 읽는 여수’ ‘ 시 읽는 여수’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고자 한다.

그러면서 우리시가 문화예술창제도시가 거듭나기 위해 지역문화예술의 지평을 열고 제자리를 잡아가는데 고민해야 할 기회가 많은 것이라 본다.

일단 올해 10월에는 지역미술작가를 정리한 미술평론집 <시인, 여수의 그림을 읽다>를 한권 묶어낼 계획이다. 년말쯤에는 그동안 남해안 신문에 연재해온 <신병은 시인의 시 줍는 법, 시 먹는 법> 시 창작론을 발간할 계획이다.

 

신병은 시인의 올해문학인의 상 시상식.
신병은 시인의 올해문학인의 상 시상식.

 

여전히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에 대한 편협한 시선이 남아 있다. 어떻게 보는가?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지...

우리가 살다보면 가까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소홀할 때가 많고, 평가절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이미 2012세계박람회 때 지역예술인과 시민이 힘께 지역예술의 힘을 발휘하면서, 우리지역의 소재로 오페라도 만들고 전통오페라인 가무악극도 만들고 연극도 만들고 무용도 만들었다.

다시 말해 지역예술의 역량에 대해 이미 검증이 되었다고 본다. 그래서 늘 따뜻한 애정으로 보아주고 발길을 준다면 더 좋은 작품으로 시민들을 만날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예술계에서 큰 뜻을 이룬 작가들도 중요하지만 평생을 지역문화예술의 텃밭을 가꾸시다 돌아가신 분과, 지금 활동하고 있는 분들에 대한 재평가가 시급하다고 본다.

그분들이 한분 한분이 우리 지역예술의 현주소이자 미래일 것이다.

요즘은 투자 중에서 가장 가치있는 것이 사람에 대한 투자라고 한다. 큰 예술인 만들기 프로젝트도 필요하다고 본다.

 

창작활동 외에도 지역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역문화예술발전을 위해 제언한다면?

생각하면 하나하나 챙겨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다.

먼저 여수만의 문화예술 풍경을 연출해야 한다.

여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여수의 브랜드 가치를 무엇으로 어떻게 높힐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꿈과 감동이 있는 다양한 창조를 고민하면서 우리지역에서 살아 꿈틀대는 이야기를 창조하고 스토리텔링하여 여수만의 이야기를 담을 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여수의 삶과 자연을 어떻게 무대에 올릴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감동적 스토리텔링도 필요하다.

그리고 지역의 큰 예술가를 만들어가는 프로젝트도 시작해야 하고, 청소년 예술인재를 발굴.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 문화공간 배분과 청소년 ‘끼’발견을 위한 오디션을 매년 프로그램화할 필요가 있고, 우리시를 어떻게 문화예술의 새로운 감성을 입힐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예울마루와 예술의 섬 장도가 있지만 박물관건립도 시급하고, 시립미술관, 문학관 건립도 서둘러야 한다.

이러한 공간은 우리의 행복한 삶의 미래를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멀리 보면서 지금 시급한 하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지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후배들에게 늘 입버릇처럼 말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시를 쓰지 말고 주워라’는 말이고 다른 하나는 ‘시를 잘 쓰려면 잘 쓰려는 생각을 하지마라’는 말이다. 그냥 우리 주변의 삶을 잘 들여다보는 습관만 있다면 좋은 시를 주울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은 비단 문학 뿐 만이 아닐 것이다.

잘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했다.

결국 평소에 나를 어떻게 길들여 갈 것인가의 문제다.

그리고 지역예술은 시민들의 발소리를 들으면서 자란다. 우리지역예술은 뿌리가 튼튼하다고 믿고 있다. 인적, 소재적 자원이 풍부해서 무한한 재생산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

공연장과 전시장을 찾아 가만히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면서 격려를 해준다면 날마다 시민과 함께 문화예술의 꽃을 피울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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