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에게 헌혈하며 본 ‘역지사지’와 ‘만물제동’
모기에게 헌혈하며 본 ‘역지사지’와 ‘만물제동’
  • 임현철 시민기자
  • 승인 2019.07.12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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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디자이너 임현철의 깨달음 이야기]
피 빠는 모기 관찰하며 생명을 보다 ‘물아일체’
손등에 내려 앉은 모기.
손등에 내려 앉은 모기.

헌혈. 자신의 혈액을 타인을 위해 기증하는 성스러운 행위입니다.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혈액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저도 예비군 훈련 때 종종 헌혈했습니다.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 힘들다는 반증일까. 헌혈할 때마다 피의 양이 현저하게 작아 접어야 했었습니다.

모기 한 마리, 왱왱 주위를 돕니다. 손사래도 치고 이리저리 움직여 피해보지만 여전히 왱왱거립니다. 그러나 때려죽이지 않습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언제부턴가 생긴 습관입니다. 모기도 살려고 태어난 생명인데, ‘탁’ 쳐 죽이면 비명횡사에 너무 허무할 테니까.

특히 만물은 모두 같다는 ‘만물제동(萬物齊同)’이니까. 이왕이면 녀석에게 자발적으로 헌혈하려는 마음이 큽니다.

왜냐하면 모기 암컷의 흡혈 행위에는 생명의 신비가 들어 있습니다. 사람이나 소, 돼지, 닭 등 동물들 피를 빠는 건 2세를 얻기 위해 목숨 건 행위입니다. 피 빨다가 사람 손이나 동물 꼬리에 맞고 죽을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사람 등의 피 속에 들어있는 단백질 등은 모기 암컷이 알을 낳고 성숙시키기 위한 좋은 영양분이라나.

 

모기가 사람 피부에 앉아 입을 꽂는 두 단계

이제 여름입니다. 모기, 파리와 더불어 살아야 할 시기입니다. 어두운 밤, 불 켜 놓고 일하다 보면 모기 등 벌레가 무더기로 몰려듭니다. 영락없이 사투가 벌어집니다.

게다가 모기에 물리면 가려움증으로 인해 긁어 피부에 상처가 나기도 합니다. 이를 피하기 위한 좋은 방법 없을까?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 했습니다. 상대를 알아야 하지요.

또 모기 왱왱거립니다. 왱왱 소리는 “높은 빈도의 날개 짓에서 오는” 거랍니다. 모기를 죽이는 대신, 자연스레 피부가 드러난 팔과 손 쪽으로 유도합니다. 이를 기막히게 알아차리고 팔과 손 등에 앉습니다.

이때가 모기를 관찰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가늘고 앙상한 다리는 양쪽에 3개씩 총 6개입니다. 그리고 피부에 앉자마자 입이 다리처럼 길게 쭉 나옵니다.

이를 보고 있으면 재밌습니다. 저도 처음 알게 된 사실 하나. 모기가 길게 뺀 입은 한 번에 피부 속에 푹 들어가지 않습니다. 입이 피부에 닿으면 잠시 멈칫한 후, 깊숙이 넣고 피를 빱니다. 모기가 쭉 뺀 입을 멈칫할 때는 “입으로 피를 빨기 위해 톱질하듯 사람이나 동물 피부에 상처를 내서 그곳에 침을 뱉은” 순간입니다.

왜냐면 “모기의 침이 피가 엉기거나 굳은 걸 막아주기” 때문입니다. 피를 빨아 먹는데 피가 굳으면 먹을 수가 없다나. 그런 후 입을 넣어 피를 빠는 거죠.

모기에 물리면 가려운 게 바로 “모기 침” 때문입니다. 과학적으로 놀라운 생명의 신비입니다. 무슨 일일까. 물린 곳을 신경 쓰지 않고 가만 뒀더니 가렵지 않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합니다.

모기에 물렸을 때 어떡하면 좋을까? 저도 그렇습니다만, 보통 얼른 침을 바릅니다. 그러면 덜 가려운 느낌이 있긴 헌데 조금 후 물린 부위가 부풀어 오릅니다. 이는 피하는 게 좋답니다.

오히려 “침 속에 들어 있는 세균 때문에 모기에게 물린 상처가 덧날 위험이 있다”나. 깨끗한 물에 씻거나, 벌레에 물렸을 때 바르는 약을 바르면 덜 가렵습니다.

 

그렇다면, 모기는 어떻게 피를 빨 대상을 알까?

모기는 “동물 체온이나 호흡 때 내쉬는 이산화탄소와 땀 냄새, 습기, 젖산 등을 목표 삼아 날아”듭니다. 모기의 피 사냥은 눈으로 보고 찾아드는 거보다 후각으로 맡는 냄새가 주원인입니다. 주 공략층은 “95%가 이산화탄소를 많이 내뿜는 소, 돼지, 닭” 등입니다.

사람의 경우 “상대적으로 호흡량이 많은 어린이와 임신 여성, 땀 흘리고 잘 씻지 않는 사람, 술 마신 사람”이 모기에 물릴 확률이 높습니다.

어쭈구리. 모기가 손 위에 앉아 피 빠는 걸 지켜보니 아주 놀놀하게 즐기는 듯합니다. 이런~, 하면서도 인내심을 갖고 가만히 살펴봅니다. 피 빠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립니다. 1분을 지나 2분에 육박합니다.

그 사이 홀쭉하던 배가 불러옵니다. 그걸 보니 괜스레 웃음이 터집니다. 손을 움찔했더니 날아갑니다. 배부른 상태라 덜 민첩합니다.

왜 이처럼 모기는 피를 한 번에 배터지게 먹을까? 알고 보니 이도 전략이대요. 피를 먹지 않으면 “2세를 낳을 수 없고, 너무 오래 끌다간 숙주의 손바닥이나 꼬리에 맞아 압사할 수 있어, 기회 왔을 때 재빨리 잔뜩 흡혈하는 거”랍니다. 생존을 위해 그렇게 진화한 결과겠죠.

이렇게 생명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는 걸 보면 저도 많이 변했습니다. 왜 변하게 되었을까?

물아일체(物我一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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