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의 두 얼굴
플라스틱의 두 얼굴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9.06.0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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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율 주필
이상율 주필

 

제주의 붉은 바다거북이 한 마리가 부산 앞바다에 이르러 죽었다. 국립생태 원 연구진이 이 거북이 등껍질을 열고 내장을 분리하는 부검을 실시한 결과 비닐, 플라스틱 조각 등 쓰레기가 쏟아져 나왔다. 몸길이 42cm3년생 붉은 바다거북 한 마리에서 나온 쓰레기는 모두 225조각. 무게는 10.24g에 달했다고 한다.

이 바다 거북이는 국제적인 멸종위기 종으로 국내의 한 대형 수족관에서 전시용으로 사육하다 지난해 8월 개체 수 회복을 목표로 다른 바다거북들과 함께 제주 앞바다에 방류된 것으로 등껍질에 위치추적기와 개체인식표를 부착해 방류 이후 움직임을 확인해왔는데 제주 앞바다에서 출발한 바다거북이 부산 연안에 이르러 움직임이 멈췄고 결국 방류 11일 만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잔뜩 먹고 폐사한 상태로 발견된 것이다.

어류들이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를 삼키면 장 천공이 발생하고 이로 인하여 쓰레기들이 장기 밖으로 나와서 복강을 돌아다니면서 염증을 일으켜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것.

최근 2년간 죽은 채 발견된 바다거북 38마리를 부검한 결과, 20마리의 소화기관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다고 한다. 죽은 고래의 뱃속은 플라스틱으로 가득하고 바닷새는 질식해 죽고, 거북이는 플라스틱 그물에 감겨 익사한다. 이제는 쓰레기로 인한 바다오염이 바다거북만이 아니라 인간에게도 큰 위협으로 다가온 것임을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쓰레기가 일으키는 재난이다.

드디어 세계 각국은 쓰레기 전쟁에 돌입 했다. 나라마다 쓰레기 대란을 겪으면서 자기 나라의 쓰레기를 후진국에 수출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때 후진국들은 혼합된 유해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재활용될 수 있다면서 다투어 수입했다. 미국과 캐나다,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국가와 일본이 최근까지 인도네시아, 말레시아 등 아시아의 개발도상국 등에 수출해 자국의 골치 덩어리를 덜어냈다.

말레시아는 선진국에서 밀반입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다량으로 적발해 선적지로 돌려보내기로 했고 필리핀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캐나다를 상대로 2013~2014년 필리핀에 수출한 유독성 쓰레기를 되가져가라고 촉구하여 결국 캐나다 정부를 손들게 했다. 한국 쓰레기도 외교문제로 비약 정부가 대집행으로 우리나라로 되가져오기도 했다.

오염된 혼합 쓰레기는 사실상 재활용이 불가능해 현지에 버려지거나 그냥 불태워 진다. 그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쓰레기 일부는 바다로 흘러 들어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아름다운 자연마저 망치고 있다. 이제는 나라마다 쓰레기 수입을 반기지 않고 손 사레를 치고 있어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쓰레기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비닐과 폐플라스틱이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인간이 만든 플라스틱은 1,270만 톤이나 바다로 간다고 한다. 육지에서 발생하는 생활용품 조각이다. 5mm 이하 플라스틱은 먹이사슬 통해 다양한 개체로 전이되어 홍합, , , 숭어 등 각종 어류 170 여종에서 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육상, 해상의 인위적 활동 과정에서 발생된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되어 쓸모없는 고형물질로 변하는 플라스틱 이외에도 유리류, 고무류, 금속류, 나무류, 의류 등을 포함한 쓰레기들이 난분해성(難分解性), 광역이동성(廣域移動性), 불용성(不溶性) 등의 특징을 가진 폐기물이 되어 낙원 같은 해변과 해양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개막했던 바젤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각국 대표들은 1989년 국제사회가 유해 폐기물을 통제하자는 취지로 체결한 바젤협약의 규제 대상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개정 협약에는 지금까지 약 180개국이 동의했다. 개발도상국들이 선진국의 플라스틱 쓰레기 투기를 거부할 권한을 갖게 됐고. 이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가장 시급한 세계의 환경 이슈 중 하나가 되었다.

최초로 완전히 합성된 플라스틱은 1909년 레오 베이클런드에 의해 만들어졌다. 일정한 온도를 가하면 물렁물렁해지므로 이것을 틀로 누르면 어떠한 모양이든지 손쉽게 만들 수 있고 쇠처럼 녹슬지도 않고 썩지도 않는다. 게다가 가벼우면서도 튼튼할 뿐 아니라 어떠한 색깔로도 만들 수 있으며, 전기가 통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일용 잡화는 물론, 가구, 건축 재료, 전기 부품, 차량과 선박의 부품 등을 만드는 데 널리 쓰인다. 이 때문에 현대를 플라스틱 시대라는 말까지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열에 약하고 썩지 않기 때문에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흠이다. 분명 문명의 이기이지만 영원한 동반자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리도 급변하는 세계의 쓰레기 처리 환경을 꼼꼼히 살펴 국민적 합의에 의한 치밀한 대책을 수립할 때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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