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소환제와 “방 빼”
주민소환제와 “방 빼”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8.11.2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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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눈]
이상율.
이상율 주필.

 

민심을 잃은 선출직 지방 공직자를 임기 완료 전에 해직시킬 수 있는 주민소환제의 문턱이 대폭 낮아질 것 같다. 주민소환투표 청구권자 기준인원이 완화되고 전자서명으로 주민소환투표 청구에 동의할 수 있게 된다. 지방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주민의 견제가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회의원 국민 소환제 입법은 깜깜무소식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9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을 입법 예고했고 지난 1030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제6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공개됐다. 지방자치법 전면개정 추진 내용 중 주민소환제 관련 개정법률 안이 처음 공개된 것으로 주요 내용에 주민소환 청구요건 차등화 개표 요건 폐지 전자서명 허용이 담겼다.

주민소환제는 지방자치제 시행에 따라 선출된 공직자들이 유권자의 기대와 달리 행동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rjt것으로, 공직자의 부패를 견제하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라고 볼 수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최초의 근대적 주민소환투표가 실시된 이래, 미국, 일본, 독일, 스위스, 베네수엘라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실시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77월부터 시행되었다. 그러나 소환투표 요건이 까다롭고, 유권자 3분의 1 이상의 투표를 끌어내는 것이 어려워 실행률은 저조했다.

시행 이후 전국에서 64명에 대한 주민소환이 추진됐으나, 서명인 수 미달 등의 이유로 실제 투표가 이뤄진 것은 8명뿐이다. 이중 소환된 것은 2명뿐으로 2007921일 경기도 하남시에서 광역화장장 건립 추진의 사유로 투표가 실시되어 시의원 2명이 소환되었다. 이렇게 실행률이 저조한 까닭은 주민소환투표 요건이 까다로운 데다,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 투표를 끌어내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었다.

지방자치법 정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선출직 지방 공직자를 해임할 수 있는 주민 소환제의 요건이 완화된다. 개정안은 시·도지사(10%), ··구청장(15%), 지방 의원(20%)의 해임 요건을 인구 규모 별로 15%에서 차등적으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청구권자 수가 시·, ··구의 획일적인 인구 기준에서 인구 규모에 따라 세분된다. 인구수 500만 명이 넘는 경기도는 전체 주민소환투표청구권자 수에서 500만 명을 뺀 553만 명의 0.05%276000 명에 383000 명을 더한 659000 명 이상이 동의하면 경기도지사 해임을 물을 수 있는 투표를 진행할 수 있다.

주민소환투표청구권자 전체 인구가 5만 명 이하라면 전체의 100분의 15 이상만 동의를 받으면 주민소환 투표가 가능하다. 여수시는 주민소환투표 청구권자 수 10만에서 50만 이하인 경우로 인구수 28만 명으로 보면 서명 인구 기준 수 14,000명에서 10만을 넘는 수의 100분의 11로 약 24천여 명이 서명하면 된다.

전자 서명도 가능해져 주민소환투표 청구인 모집도 쉬워진다. 청구권자의 3분의 1 이상 투표해야만 개표할 수 있었던 요건도 폐지했다. 주민 투표제도의 청구 대상도 기존에 조례에 위임하던 것을 확대하고, 청구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해야만 개표할 수 있었던 개표 기준을 폐지한다. 주민들은 지방 정부를 통해야만 할 수 있었던 조례 제정, 개정, 폐지안을 직접 발안(發案)할 수 있게 된다.

주민 소환제가 주민의 참정권을 보장하고 부패한 지방공직자의 퇴출을 실행 할 수 있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 같다. 특히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정치권에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현실에서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 가 앞선다. 정적(政敵)에 의한 악의적인 사태를 부추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민이 감시자가 되어 옥석을 제대로 구분하는 냉정함이 요구된다.

올해 6월에 당선돼 활동 중인 지방공직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겠다. 회의장에서의 난동, 첨예한 이해가 있는 안건에 대한 무기명투표의 남발, 회의 참석률 저조, 결석 의원의 원내 고위직 당선 등 주민의 뜻을 저버리는 행위에 대한 유권자의 감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주민의 뜻을 거스를 땐 언제고 엄중하게 질책하고 방 빼라는 유권자의 목소리가 높아 질 것이다.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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